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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지방의원 선출된 전역군인에 연금 지급 정지'…옛 군인연금법 '헌법불합치'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전역한 군인이 지방의회 의원에 취임했을 때 퇴역연금의 전체 지급을 정지하도록 하는 옛 군인연금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군인연금법 제27조 제1항 제2호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2022헌가33)에서 재판관 8(헌법불합치)대 1(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29년간 군인으로 복무하다 중령으로 퇴직한 이후 군인연금법에 의해 월 340여만 원을 지급받아오던 A 씨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2018년 7월에 취임해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월 270여만 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던 중 퇴역연금 수급자가 선거에 의한 선출직 공무원에 취임한 경우, 그 재직기간 중 해당 퇴역연금 전부의 지급을 정지하도록 하는 구 군인연금법이 2020년 6월 11일 시행됐다. 이에 대해 A 씨는 2022년 5월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2020년 7월부터 지급되지 않은 퇴역연금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이 조항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당했다. 그러자 이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조항이 위헌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2022년 9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2022년 1월 비슷한 취지로 퇴직 공무원이 퇴직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한 옛 공무원연금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것을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했다. 당시 헌재는 "연금을 대체할 적정한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전액 지급을 정지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과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헌재는 지급정지제도의 본질 및 취지와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과 다르게 판단해야 할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연금과 군인연금법상 퇴직연금은 모두 퇴직한 후 생계 및 부양에 어려움이 없도록 적절한 소득을 보장하는 데 주된 취지가 있다"며 "퇴직연금 수급자와 퇴역연금 수급자가 동일한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의회의원으로 취임한 경우에 지자체로부터 지급받는 의정비가 동일하고, 전자는 공무원연금법상 지급정지 조항의 적용을 받고 후자는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아 연금 지급이 전부 정지된다는 사정이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지방의회의원에 취임한 퇴역연금 수급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다만 해당 조항의 위헌성은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받게 되는 보수가 기존의 연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연금 전액의 지급을 정지하는 것에 있으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개선입법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만일 심판대상조항의 계속적용을 명하면,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 선언의 효력이 당해 사건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그 적용을 중지하기로 한다며 "당해 사건에서는 개정된 신법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선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앞서 2022년 공무원연금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때도 합헌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지방의회 의원은 임기 동안 퇴직연금을 지급받지 못하지만, 매월 보수를 지급받으므로 경제적 불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급정지 조항은 법익 균형성 원칙이나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군인
퇴역연금
군인연금법
전역
한수현 기자
2024-04-25
헌법사건
"수사 받는 피의자가 증인 출석시 변호인 조력 필요"…헌법소원 각하
한인섭 교수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다른 사람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때 변호인과 함께 증인석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며 청구된 헌법소원이 각하됐다. 이러한 경우에 대한 법률 조항이 없어 개별 재판부가 변호인의 동석 여부를 허가하게 되는데,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소송 절차 진행은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3월 28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공판에 증인으로 소환됐던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의 변호인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가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2020헌마1272)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란 청구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본안 판단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뜻한다. 현행법상 형사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변호인의 증인신문 조력'을 보장받지만,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채 수사를 받는 중인 피의자에 대해선 규정이 없다. 즉 피의자가 다른 사람의 형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갈 경우, 증인석에 오를 때 변호인이 동석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는 것이다. 한 교수는 2020년 7월 정 전 교수의 '입시 비리' 의혹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이 한 교수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 재직 시절인 2009년 정 전 교수의 딸 조민씨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준 의혹을 묻기 위해 그를 증인으로 불렀다. 당시 한 교수는 허위 인턴 의혹 등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이 8개월째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 교수는 재판부에 "나처럼 피의자이자 증인일 때 법정이 검찰 조사실의 연장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관련 형사소송법 또는 형사소송규칙 조항이 없다"며 한 교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교수는 변호인 동석이 불발되자 증언 전체를 거부했다. 그러자 정 전 교수 측이 당초 입장을 바꿔 검찰이 한 교수의 참고인 진술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했고, 이에 따라 검찰 측도 증인신청을 취하하며 결국 재판부가 한 교수의 증인채택 결정을 취소했다. 한 교수 측 양홍석 변호사는 2020년 9월 재판장이 변호인의 동석을 거절한 결정과 증인신문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정은 두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재판장의 변호인 동석 거절은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르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며 "'법원의 재판'이라 함은 법원이 행하는 공권적 법률판단 또는 의사 표현을 지칭하는 것으로 판결 외에도 소송절차의 부수적 사안에 대한 공권적 판단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거부행위는 재판장으로서 소송절차에 내린 공권적 판단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말하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므로 법원의 재판을 그 대상으로 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재는 양 변호사가 헌법 소원 청구 자격인 '기본권 침해의 직접 당사자(자기 관련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한 교수에 대한 증인채택 결정은 이 사건 공판기일에 취소됐고, 그 이후 정경심 사건이 종결될때까지 해당 사건에서 증인으로 신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한 교수가 더 이상 정경심 사건의 증인이 아니게 된 때부터 청구인 역시 '피의자 증인의 변호인' 지위를 가지지 않는 바 청구인의 조력할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수 없게 되므로 기본권 침해의 자기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볼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법소원
증인
변호인조력권
박수연 기자
2024-04-07
전문직직무
헌법사건
"안경사가 인터넷 등으로 콘택트렌즈 못 팔게 하는 의료기사법은 합헌"
<사진=연합뉴스> 안경사가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콘택트렌즈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첫 결정이 나왔다. 안경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기는 하지만 국민보건의 향상·증진이란 입법 목적의 달성을 위해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항이 위헌"이라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2020헌가10)에서 재판관 8(합헌)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의료기사법 제12조 제5항 제1호는 '누구든지 안경 및 콘택트렌즈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의 방법으로 판매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전자상거래 등으로 콘택트렌즈가 판매된다면 착용자의 눈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콘택트렌즈 착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국민보건의 향상·증진이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 달성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또 안경사가 콘택트렌즈를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판매할 수 있다면 안경사가 개설할 수 있는 안경업소의 수를 1개로 제한하는 의료기사법 제12조 제2항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안경사 아닌 자에 의한 콘택트렌즈 판매행위를 규제하기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인구 1만 명당 안경업소 수와 안경사 수, 국가 면적당(1000㎢) 안경업소 수 모두 높은 수준이어서 소비자의 접근권이 상당히 보장되어 있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편이 과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직업 수행의 자유 제한이 그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제한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안경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안경사인 A 씨는 2018년 2월 중순경부터 약 4개월간 3938회에 걸쳐 총 3억5798만원 상당의 콘택트렌즈를 전자상거래상 판매한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A 씨는 재판 진행 중 이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정자상거래
콘택트렌즈
인터넷판매
안경사
의료기사법제12조제5항
박수연 기자
2024-04-02
가사·상속
헌법사건
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의 재산을 상속받을 법적인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현행 민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은 민법 제1003조 제1항 중 '배우자'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달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2020헌바494). A 씨는 사실혼 배우자와 11년간 함께 살다가 2018년 망인이 사망함에 따라 사별했다. 그는 법원에서도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았다. 민법 제1003조는 배우자가 망인의 부모나 자녀(직계존·비속)와 같은 수준의 상속권을 갖고 법이 정한 비율만큼 유류분(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정한다. 직계 존속이나 비속이 없으면 배우자가 단독 상속권을 갖는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배우자는 법률혼 배우자일 뿐 A 씨와 같은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망인의 재산은 법정상속인인 형제자매 등에게 돌아갔다. A 씨는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10년 전인 2014년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에도 똑같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으므로 상속권 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통해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파악해 분쟁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A 씨는 한쪽이 사망하면서 혼인 관계가 종료될 경우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입법하지 않은 것(부작위)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입법자는 이혼과 같이 쌍방 생존 중 혼인이 해소된 경우의 재산분할 제도만을 재산분할청구권 조항의 입법사항으로 했다"며 A씨의 청구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보고 각하했다. 다만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적법한 청구로서 헌재가 판단을 내려야 하고, 사실혼 관계에서 일방이 사망한 경우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세 재판관은 "현재의 법체계 및 재산분할 제도 하에서는 사실혼 부부가 협력해 이룬 재산이 그 형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상속인에게 모두 귀속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입법 형성에 관한 한계를 일탈해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배우자
사실혼
상속권
민법제1003조제1항
홍윤지 기자
2024-04-01
선거·정치
헌법사건
헌재, "당선무효 확정시 선거보전금 반환하는 공직선거법은 합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가 됐을 때 선거보전금을 반환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선거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재산권보다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공익이 크다고 판단한 2011년 헌재 결정을 선례로 들어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박경철 전 익산시장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 제1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21헌바302)에서 재판관 8(합헌)대1(일부 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사람의 비용 반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은 2014년 6월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익산시장에 당선됐지만 이듬해 10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이 확정돼 시장직을 잃었다. 익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상 반환 규정에 따라 박 전 시장에게 기탁금과 선거비용 1억1000여만 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했지만 박 전 시장은 반환하지 않았다. 이에 국가는 2021년 3월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9월 1심에서 승소했다. 박 전 시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기각되자 2021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선거범죄를 저지른 당선자에게 제재를 가함으로써 선거범죄를 억제하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선거범죄로 일정한 정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당선자에게 이미 반환받은 기탁금과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하도록 하는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절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당선무효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고 선거공영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은애 헌법재판관은 반환받은 기탁금을 다시 반환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선거범죄에 대한 제재로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후보자에게 별도의 사법심사를 거치지 않고 사실상 재산형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며 "반환받은 기탁금을 다시 반환하도록 한 부분은 기탁금제도의 본래 취지를 벗어나 당선무효인에 대한 과도한 제재로 활용하는 것으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선무효
기탁금
선거보전금
공직선거법제265조의2제1항
박수연 기자
2024-03-13
헌법사건
헌재, "혼인 무효 판결시 가족관계등록부 재작성 제한은 합헌"
혼인무효에 따른 가족관계등록부 재작성을 제한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A 씨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등은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평의 참여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가족관계등록법은 정정된 등록부가 당사자에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등록부를 재작성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 씨가 문제 삼은 사무처리지침 조항은 "당사자 사이 혼인의사 합의가 없음을 이유로 한 혼인무효 판결에 따라 등록부가 정정됐을 때, 혼인 무효 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 행위로 인한 경우에만 등록부 재작성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 씨는 B 씨와 2019년 4월 혼인신고를 했다가 그해 11월 법원에서 혼인무효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A 씨와 배우자 간 "혼인 의사의 합의가 없었다"고 인정해 이같이 판단했고 그해 12월 판결이 확정됐다. A 씨는 이후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구청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신청했다. 정정된 등록부에 기초한 혼인관계증명서에는 무효인 혼인 신고에 관한 부분에 선을 긋고, 정정사유 등을 표시한 상태였다. 이를 받아 본 A 씨는 혼인 무효 이력을 등록부에서 아예 지우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에 따라 혼인 무효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에 따른 것일 때만 이력을 삭제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A 씨는 해당 조항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과 사생활·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신분 관계의 이력이 노출되는 데 따른 부당한 피해를 방지하면서도 진정한 신분 관계의 등록, 관리, 증명을 통해 국가행정과 개인 권리행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가족관계 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제한적인 경우에만 등록부 재작성을 허용하는 것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법률관계를 안정시키고 명확히 하기 위해 공적 증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무효가 된 혼인에 관한 등록부 기록 보존은 원칙적으로 필요하다"며 "등록부의 기록사항에 대해서는 목적 외 이용이나 공개가 엄격히 제한되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 대상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혼인무효로 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서 처음 판단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혼인무효
가족관계등록부
가족관계등록법제11조제2항
박수연 기자
2024-01-29
선거·정치
헌법사건
헌재, "종교단체 내 직무상 지위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하는 공직선거법은 합헌"
목사 등이 종교단체 내 직무상 직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A 씨가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9호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21헌바233 등)에서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교회의 목사인 A 씨는 제21대 총선을 보름가량 앞둔 2020년 3월 29일 교회에서 설교 중 "여러분, 2번, 황○○ 장로 당입니다. 2번 찍으시고" 등의 언급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2021년 9월 대법원에서 벌금 50만 원이 확정됐다. 광주 서구에 있는 다른 교회의 목사 B 씨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약 두 달 앞둔 2022년 1월 6일 신도들에게 당시 대선후보로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며 당선되지 못하도록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각각 재판 과정에서 목사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성직자는 종교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사회지도자로 대우를 받으며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신도 조직의 대표자나 간부는 나머지 신도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며 "종교단체 내에서 일정한 직무상 행위를 하는 사람이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는 신도에게 자신의 지도력, 영향력 등을 기초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대상이 되는 구성원은 그 영향력에 이끌려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단체의 특성과 성직자 등이 가지는 상당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종교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며 "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단순히 친분에 기초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는 규제 대상이 아니고, 단순한 의사표시나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행위 등은 애당초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며 "제한 조항으로 인해 통상적인 종교활동이나 종교단체 내에서의 친교 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제255조제1항제9호
종교단체
선거운동
성직자
박수연 기자
2024-01-25
선거·정치
헌법사건
헌재, 등록된 정당 아니면 '정당' 명칭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정당법 조항은 합헌
정당법상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정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정당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26일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당법 제41조 제1항 및 제59조 제2항 중 제41조 제1항에 관한 부분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2021헌가23). 다만 정당은 수도 소재 중앙당과 5 이상의 시·도당을 갖춰야 한다고 정한 정당법 제3조, 제4조 제2항 중 제17조에 관한 부분과 제17조에 대해서는 4(합헌)대 5(위헌)로 합헌 및 기각 결정을, 시·도당은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고 정한 정당법 제4조 제2항 중 제18조에 관한 부분 및 제18조에 대해서는 7(합헌)대 2(위헌)으로 합헌 결정했다(2021헌마1465 등). A 씨는 사회변혁노동자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정당법상 등록된 정당이 아닌 명칭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돼 2020년 11월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정식재판을 청구한 A 씨는 재판을 받던 중 정당법 제59조 제2항과 제41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은 A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정당법 제4조, 제17조, 18조가 정당법 제59조 제2항에 따라 처벌하는 정당법 제41조 제1항의 등록의무 내용에 관한 조항으로서 해당 사건의 직접적인 근거규정이 된다는 이유로 이 조항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B 씨는 2022년 6월 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 영등포구 기초선거에 출마하고자 직접행정영등포당을 창당했다. 앞서 B 씨는 2021년 10월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등록을 신청했으나 '지역정당 등록신청서와 관련해 정당법에는 지역정당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러자 B 씨는 정당법 제3조와 제4조, 제9조, 제17조 및 제18조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정당설립의 자유, 정당가입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 평등권, 선거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밖에도 과천시민정치당, 은평민들레당 역시 같은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역시 정당법 제3조, 제17조, 제18조가 자신들의 정당설립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 정당조직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정당법 제3조에 따르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 광역시, 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하며 제4조에 따르면 정당은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함으로써 성립하고, 이를 위해선 제17조와 제18조에서 규정하는 법정시·도당수와 법정당원수를 가져야 한다. 같은법 제41조에서는 정당법에 의해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그 명칭에 정당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징역 1년 이하나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정당등록조항과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정당등록제는 어떤 정치적 결사가 정당법상 정당임을 법적으로 확인해 줌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확실성에 기여하고, 창당준비위원회가 형식적 요건을 구비해 등록을 신청하면 중선관위는 이를 반드시 수리해야 하므로, 정당등록제도가 정당의 이념 등을 이유로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볼 순 없다"며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정당법에 따른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들이 임의로 정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 정당등록제도 및 등록요건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참여과정에 혼란이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당의 명칭사용과 관련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참여과정에 위협이 되는 행위만 일일이 선별해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법정형이 과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국정당조항에 대해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재판관은 합헌 및 기각의견을, 유남석, 문형배, 정정미 재판관과 김기영, 이미선 재판관은 위헌의견을 냈다.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재판관은 "전국정당조항은 정당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국적인 규모의 구성과 조직을 갖춰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균형 있게 집약·결집해 국가정책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상 정당에게 부여된 기능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지역정당을 허용할 경우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이익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당의 구성과 조직의 요건을 정함에 있어 전국적인 규모를 확보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반면 유남석, 문형배, 정정미 재판관은 "전국정당조항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라는 정당의 헌법적 기능과 임무를 실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정하고 있다고 볼 뚜렷한 근거는 없다"며 "거대 양당에 의해 정치가 이뤄지는 현실에서 전국정당조항은 지역정당이나 군소정당, 신생정당이 정치영역에 진입할 수 없도록 높은 장벽을 세우고 있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성정당과 신생정당을 구별해 중앙당 및 시·도당의 소재지, 시·도당의 수를 달리 정하는 방안 등 전국정당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며 "전국정당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영, 이미선 재판관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라는 정당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전국 규모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고, 헌법이 전국 규모의 조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정당조항은 모든 정당에 대해 일률적으로 전국 규모의 조직을 요구해 지역정당이나 군소정당, 신생정당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8조 제1항의 정당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위헌의견을 밝혔다. 이어 "설령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더라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반드시 전국 규모의 조직이 필요한 것은 아닌 점, 군소정당 및 신생정당의 배제는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당의 출현을 막아 정당 간 경쟁이나 정치적 다양성,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도 전국정당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법정당원수조항에 대해서는 김기영, 이미선 재판관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들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기영, 이미선 재판관은 "법정당원수조항은 헌법 제8조 제1항의 정당의 자유 자체를 처음부터 전면 부정한다는 점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당원수 부족을 조직의 효율성 등 다른 기능적 요소를 통해 보완하거나 신생정당과 기성정당을 구분해 당원 수를 달리 정하는 방안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정당
정당등록제
정당법제41조
한수현 기자
2023-10-04
헌법사건
헌재, '대북전단 살포금지' 남북관계발전법은 위헌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대북 전단 등 살포를 금지·처벌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을 위헌 결정했다(2020헌마1724 등). 현행 남북관계발전법 제24와 제25조는 전단 살포 행위 등을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미수범의 경우도 처벌하도록 한다. 헌재는 남북관계발전법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이라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체적 논증의 과정에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헌법재판관의 위헌 의견과 유남석 소장 및 이미선, 정정미 헌법재판관의 위헌의견으로 나누어졌다.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원칙 모두 위반한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국가가 이러한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며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단 살포를 금지·처벌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행위자에게 경고하고 필요한 경우 살포를 직접 제지하는 등 유연한 조치를 할 수 있다"며 "또 전단 살포 전에 시간, 장소, 방법 등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관할 경찰서장은 관련 법률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경우 '살포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을 하면 경찰이 이에 대응하기 용이해져 심판대상조항을 통한 제한보다 덜 침익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심판 대상 조항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심판 대상 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인과관계와 고의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북한에 대해 행위자의 지배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비난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한편 유남석 소장과 이미선, 정정미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은 위반하지만, 책임주의원칙은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은 중대한 공익에 해당하고 국가는 남북 간 평화통일을 지향할 책무가 있으나, 표현행위자가 받게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그 표현의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커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헤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결과의 발생이 북한의 개입으로 실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전단 등 살포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결과 발생에 대한 고의와 인과관계를 요하기 때문에 타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비난가능성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책임주의원칙 위반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기영,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이 책임주의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모두 위배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국가형벌권 행사가 최후수단으로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법익의 침해·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에 따른 처벌은 남북합의서의 유효한 존속을 전제로 한다"며 "전단 살포를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전단 살포 억제를 위해서라도 남북합의서를 준수할 이익이 있고 북한이 이를 준수하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앞서 국회는 2020년 12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법률안을 의결해, 이 법은 2020년 12월 공포돼 2021년 3월부터 시행됐다. 북한 접경지역에서 대형풍선 등을 이용하여 북한 지역으로 북한의 통치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살포하는 등의 활동을 해 온 자연인 또는 북한 인권 개선 등을 목적으로 조직된 법인·단체인 청구인들은 개정법 제24조 등이 위헌이라며 2020년 12월 헌법소원을 냈다.
남북관계발전법
대북전단
박수연 기자
2023-09-26
헌법사건
헌재, "'무죄 확정 6개월 내 비용보상청구' 옛 군사법원법은 위헌"
군사법원 피고인의 비용보상청구권의 제척기간을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로 정한 옛 군사법원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A 씨가 "옛 군사법원법 제227조의12 제2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2020헌바252)에서 재판관 8(위헌) 대 1(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위헌 결정했다. 강간죄,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2017년 6월 27일 1심인 육군교육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16일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에서는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받았다. 이 판결은 같은 달 14일 확정됐다. A 씨는 2020년 3월 3일 고등군사법원에 군사법원법 제227조의11에 따른 비용보상청구를 하면서 동시에 비용보상청구권의 제척기간을 정한 군사법원법 제227조의12 제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고등군사법원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의 청구 기간이 도과됐다"며 같은 달 11일 A 씨의 비용보상청구를 각하하고 제청신청을 기각했다. A 씨는 한 달 뒤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구 군사법원법 제227조의12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청구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이날 이 조항에 대해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다만 위헌 결정의 이유는 4대 4로 의견이 갈렸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유 소장 등은 "국가의 형사사법 작용에 내재한 위험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용을 지출한 피고인의 방어권 및 재산권을 보장하려는 비용보상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비용보상청구권은 일반적인 사법상의 권리보다 더 확실하게 보호돼야 해 그 제척기간을 6개월이라는 단기로 규정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군사법원법에서는 피고인이 재정하지 않은 가운데 재판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상정하고 있고, 재심의 경우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재심청구를 할 수 있어서 피고인이 재판의 진행이나 무죄판결의 선고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해당 조항은 기산점에 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은 채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이라는 극히 단기의 제척기간을 규정해 피고인의 비용보상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비용보상청구권자의 재판청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정정미 헌법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는 않지만 평등원칙에 위반돼 위헌이라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형사소송법상 비용보상청구권의 제척기간은 종전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에서 2014년 12월 30일 법률이 개정되면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5년'으로 개정된 반면, 군사법원법상 비용보상청구권의 제척기간은 심판 대상 조항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로 정하고 있다가 A 씨가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한 후에야 2020년 6월 9일 법률이 개정돼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5년'으로 개정됐다"며 "무죄를 선고받은 비용보상청구권자가 형사소송법이 적용되는 피고인인지와 군사법원법이 적용되는 피고인인지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심판 대상 조항의 제척기간이 형사소송법상 비용보상청구권의 제척기간보다 짧은 것에는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군사법원법이 적용되는 비용보상청구권자의 경우 비용보상에 관한 국가의 채무관계를 일찍 확정해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요청된다고 보기 어렵고, 군사재판의 특수성이 적용될 영역도 아니어서 양자를 달리 취급함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이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지만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을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권리구제 범위가 상당히 제한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여 입법개선권고를 통해 권리구제 범위를 확대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에 위반되는 근거 및 주문에 관한 의견은 다르지만, 비용보상청구권의 제척기간을 정한 구 군사법원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군사법원법제227조의12
피고인
비용보상청구
박수연 기자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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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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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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