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사람의 신상정보를 무조건 등록하도록 한 것은 합헌이지만, 범행 경중을 따지지 않고 신상정보를 일괄적으로 20년간 법무부가 보존·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30일 카메라 등을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모씨 등이 "성범죄의 미수 여부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신상정보를 등록하게 하고, 이렇게 등록한 정보를 20년이나 보존하도록 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2014헌마340)에서 신상정보 등록 대상을 규정한 성폭력처벌법 제42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5(합헌):4(위헌)로 합헌 결정을, 신상정보의 보존·관리를 규정한 같은 법 제45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7(헌법불합치):2(위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성폭력처벌법 제45조 1항은 개정시한인 2016년 말까지만 잠정적용되고 만약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보존·관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어지게 된다.
성폭력처벌법 제42조 1항은 원칙적으로 성범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모든 사람을 신상정보 등록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5조 1항은 이렇게 등록된 정보를 법무부장관이 20년간 보존·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제45조 1항에 대해 "성범죄의 종류,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등록기간을 차등화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해야 하는데도, 범죄 경중에 상관없이 교화 가능성이 있는 소년범까지 포함해 일률적으로 신상정보를 20년간 보존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단순위헌결정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42조 1항에 대해서는 "성범죄의 유형과 불법성의 경중은 다양할 수 있지만 결국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성범죄로서의 본질은 같다"며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고 해서 그 자체로 사회복귀가 저해되거나 전과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것은 아니므로 침해되는 사익은 크지 않은 반면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요해 합헌"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불법성의 경중을 고려해 별도의 불복절차를 두는 등 덜 침해적인 대체수단을 채택하지 않아 미수범이나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처럼 책임이 가벼운 경우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강일원·조용호 재판관도 "죄질이 무겁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범죄로 등록대상을 축소하는 한편 유죄 확정과 별개로 신상정보 등록 여부에 관해서도 (별도로) 법관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