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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출퇴근 사고도 업무상재해’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일 이후 사고부터 적용은 헌법 어긋
근로자가 출퇴근 때 다친 경우도 업무상 재해에 포함한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법 시행일인 2018년 1월 이후 발생한 재해부터 적용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사업주 지배관리 하의 출퇴근 재해와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달리 취급한 산재보험법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진 2016년 9월 29일부터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A씨와 B씨가 이 같은 내용의 개정 산재보험법 부칙 제2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 등(2018헌바218·2018헌가13)에서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개선 입법시한을 2020년 12월 31일로 못 박았다. A씨 등은 출퇴근 과정에서 당한 사고가 개정법 시행일인 2018년 1월 1일 이전인지 이후인지 여부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거나 그 반대로 인정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2014년 7월 자전거로 퇴근하다 사고를 당해 양쪽 다리 마비 등의 상해를 입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2017년 7월 소송을 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개정법 부칙 제2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B씨는 2016년 11월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다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다. B씨 역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같은 이유로 거부당하자 2018년 소송을 냈다. B씨 사건을 심리하던 서울행정법원은 같은 해 7월 직권으로 개정법 부칙 제2조에 대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기존 산재보험법 제37조는 공무원과 달리 일반 근로자의 출퇴근과 관련한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근로자가 도보나 자가용, 대중교통 등으로 출퇴근하다 당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다 헌재가 2016년 9월 이 규정이 "도보나 자기 소유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차별하는 것"이라며 평등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헌법불합치)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헌재 결정에 따라 산재보험법은 2017년 10월 출퇴근 관련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까지 범위를 넓혀 개정됐다. 그런데 개정법 부칙 제2조가 법 제37조의 적용 시점을 2018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발생하는 재해부터 적용하도록 제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헌재는 기존 산재보험법 제37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던 날(2016년 9월 29일)까지는 적어도 개정법을 소급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사업주 지배관리 하의 출퇴근 재해와 달리 취급한 산재보험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 내려진 2016년 9월 29일부터 소급하여 적용해야 헌재는 "입법자는 단순히 자유재량에 따라 시혜적으로 산재보험법을 개정한 것이 아니라 2016년 9월 29일 헌법불합치 결정이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함에 따라 개선입법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신법 조항을 입법한 것"이라며 "따라서 소급적용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시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6년 헌법불합치결정은 사업주 지배관리 하의 출퇴근 재해와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되며 구법 조항으로 초래되는 비혜택근로자와 그 가족의 정신적·신체적 혹은 경제적 불이익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처럼 2016년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기존 제도에서 배제된 집단이 받는 중대한 불이익이 이미 확인된 이상 막연히 재정상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취급의 합리성을 인정해서는 안 되고, 신법 조항을 소급적용함으로써 산재보험에 미치는 재정상 부담과 그로써 회복할 수 있는 합헌적 상태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합리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최근 산재보험 재정수지와 적립금 보유액,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에 따라 인상된 보험료율 등을 살펴보면 2016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게 이미 위헌성이 확인된 구법 조항을 계속 적용하면서까지 산재보험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있다"며 "개정법은 통상의 출퇴근 재해 인정에 따른 책임보험과의 구상관계를 예정하고 있으며(제87조의2 1항), 통상의 출퇴근 사고 중에서도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거나(제37조 3항),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통상의 출퇴근 재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등(같은 조 4항) 산재보험 기금의 재정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해 개선입법의 적용을 배제한 것은 2016년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법 조항을 2016년 헌법불합치 결정일까지 소급적용한다고 해서 기존의 법률관계를 변경하거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염려도 없다"며 "신법 조항의 소급적용을 위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개정법 시행일 전에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비혜택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산재보험의 재정상황 등 실무적 여건이나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2016년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도 어긋나 평등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아울러 "입법자는 이 결정 취지에 따라 늦어도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해 적어도 2016년 9월 29일 이후에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신법 조항을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이 중지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부칙 제1조에 따라 2018년 1월 1일부터 개정법 조항이 시행되므로, 그 이후 발생한 통상의 출퇴근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산재보험법
소급적용
업무상재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박수연 기자
2019-10-21
헌법사건
형사일반
재소자 700여명 한달 안에 형기감면 혜택받는다
형을 선고받기 전 구금일수의 일부를 형기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있도록 한 형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재결정이 나오자 검찰과 법원이 후속조치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검찰은 기결수의 형기를 다시 계산해 형기를 채운 재소자들을 곧바로 석방하고 있으며, 법원은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산입받고 복역 중인 피고인 가운데 본형과 미결구금기간이 거의 같거나 실제 미결구금기간이 더 긴 피고인에 대해 구속을 취소하고 있다. 대법원도 지난달 30일까지 상고심에 계류 중인 사건 중 24건에 대한 구속을 취소했다. 그러나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형기에 포함돼 형집행을 마친 사람에 대해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이 재심사유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조계와 학계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 檢, 재소자 700여명 한달 안에 형기감면 혜택= 대검찰청 공판송무과(과장 이상철 부장검사)는 지난달 25일 헌재의 위헌결정 직후부터 지난달 29일까지 기결수 3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우선 형만기가 가까운 재소자 중 노역재집행자이거나 추가 영장집행자를 제외한 156명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출소일이 이미 경과해 즉시 석방조치한 114명도 포함됐다. 위헌결정 바로 다음날을 제외하면 1일 평균 13~15명의 재소자가 석방된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또 위헌결정 이후부터 한 달안에 석방해야 할 재소자는 모두 594명으로 조사돼 이 기간동안 형기감면혜택을 받는 재소자는 700여명이 넘을 전망이다. 검찰은 또 남은 형기가 비교적 장기인 재소자에 대해서도 10일까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서의 형기 재산입 결과를 취합해 형집행 기일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형기혜택을 받는 수형자들은 각 교도소와 구치소측의 형기 재산입절차를 거쳐 해당 검찰청으로부터 형집행 정정지휘를 받은 다음 곧바로 형기감면혜택을 적용받게 된다. ◇ 法, 일선법원에 구속취소 검토 전달= 법원행정처도 헌재의 위헌결정에 따라 코트넷을 통해 각급 법원에 미결구금일수가 원심의 본형기간에 다다르거나 초과한 사건을 파악해 구속을 취소할 것을 통보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기록이 송부돼 각 재판부에 배당되기 전까지 수감돼 있는 미결수에 대한 구금일수를 파악해 달라고 일선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 헌재결정 전에 형집행을 마친 사람들이 위헌결정에 따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여전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대법원이 미결구금기간이 본형기간을 초과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2007도9137)을 내리면서 '미결구금이 곧 형의 집행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바 있어 이번 헌재 위헌결정에 따른 소급효는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형이 확정돼 구속집행이 끝났거나 복역중인 사람에 대한 재심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 내부에서도 미결구금일수 일부산입이 형사벌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다"며 "오는 9일 대법원선고에서 미결구금일수를 넘은 사건에 대한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므로 재심사유가 되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도 함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국회, 형법개정안 제출= 한편 최규식 민주당 의원 등 12명은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최 의원은 "판사의 재량에 따라 구금일수 전부 또는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도록 한 것은 애초부터 문제가 있는 규정"이었다며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만큼 개정안의 국회통과도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법조계 안팎 "대체로 환영"=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에 대해 법조계 안팎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 헌재결정은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그동안 항소기각이 될 경우 통상적으로 미결구금일수를 10일씩 깎았었는데 분명 이중처벌의 소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결정으로 피고인의 항소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전부산입이 원칙적인 모습"이라며 "비록 남소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재판의 편의보다는 피고인의 항소권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석호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공익적 필요성을 보호하는 것과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비교가 안 되는 가치"라며 "이번 헌재결정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인권보호차원에서 진일보된 판결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남소를 방지하고 소송을 줄인다는 차원의 문제는 다른 제도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판사는 "미결구금과 형집행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환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정에 일부만 산입할 수 있다고만 돼 있고 명확한 기준이 없는 문제는 있었지만 그동안 대법원의 판결이 인권침해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 헌재, 미결구금일수 일부 형기산입 '위헌'=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지난달 25일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돼 복역중인 신모씨가 낸 헌법소원사건(☞2007헌바25)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형법 제57조1항 부분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며 지난달 25일 위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1항은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해 그 예외에 대해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결구금이 확정된 형의 집행보다 완화된 형태의 구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형법 제57조1항이 (외국의)대다수 입법례가 미결구금기간의 '전부'를 형기에 산입하는 것과는 달리 미결구금기간의 일부를 산입할 수 있도록 해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이유는 피고인이 고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아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고인의 남상소를 방지해 상소심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 데 있다고 하지만,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했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해 형벌적 요소를 도입해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박경철 기자 joshua@lawtimes.co.kr
구금일수
미결구금일수
형기감면
재심사유
형법개정안
류인하 기자
2009-07-02
헌법사건
형사일반
헌재, '미결구금일수 일부불산입' 위헌
법관이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행 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 형법 제57조1항은 '판결선고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일선 법원은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산입받고 복역 중인 피고인 가운데 본형과 미결구금 기간이 거의 같거나 실제 미결구금기간이 더 긴 피고인에 대해서는 즉시 구속취소 조치를 하거나 석방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심사유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조계와 학계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대법원이 미결구금 기간이 본형기간을 초과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2007도9137)을 내리면서 '미결구금이 곧 형의 집행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바 있어 이번 헌재 위헌결정에 따른 소급효는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형이 확정돼 구속집행이 끝났거나 복역 중인 사람에 대한 재심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5일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돼 복역중인 신모씨가 낸 헌법소원사건(2007헌바25)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형법 제57조1항 부분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1항은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해 그 예외에 대해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결구금이 확정된 형의 집행보다 완화된 형태의 구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형법 제57조1항이 (외국의) 대다수 입법례가 미결구금기간의 '전부'를 형기에 산입하는 것과는 달리 미결구금기간의 일부를 산입할 수 있도록 해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이유는 피고인이 고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아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고인의 남상소를 방지해 상소심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 데 있다고 하지만,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했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해 형벌적 요소를 도입해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죄 있는 자에 준해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고, 미결구금은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인권보호 및 공평의 원칙상 형기에 전부 산입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동흡 재판관은 "미결구금은 헌법이 인정한 무죄추정원칙의 예외로서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러한 적법절차원칙의 적용을 받아 행해진 미결구금 자체가 무죄추정원칙 또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재판부는 청구인 신씨가 특수강도죄를 저지른 자가 강제추행죄를 저지른 경우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성폭법' 제5조2항에 대해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은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수강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피해자를 강간한 경우에 비해 반드시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이 양 죄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정하였다고 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종대·목영준 재판관은 "성폭법 제5조2항 부분은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라는 실질적 평등원칙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입법형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죄질과 책임에 비례하는 법정형을 규정하지 않아 형벌의 체계 정당성에 반하고,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신씨는 지난 2006년 8월 특수강도 및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5년을 선고받고 상소했지만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됐다. 당시 항소심 법원은 미결구금일수 58일 중 28일만을 본형에 산입했고 대법원은 상고심 미결구금일수 105일 중 100일만을 본형에 산입했다. 신씨는 2007년 2월 상고심에서 미결구금 산입과 관련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법원이 기각당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심에서 미결구금일수가 원심의 본형을 넘은 사람 또는 미결구금일수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을 파악하고 있다"며 "조속히 현황을 파악해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구속취소 사유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결구금
무죄추정의원칙
형기불산입
강제추행
특수강도
성폭법
비례원칙
평등원칙
류인하 기자
2009-06-25
행정사건
헌법사건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상경 재판관)는 21일 수도 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우리 헌법체계상 자명한 관습헌법 사항으로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국회입법만으로 수도이전을 결정한 것은 그 법률 전체가 청구인들을 포함한 국민이 가지는 헌법 130조의 헌법개정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번 위헌결정은 “이 사건 법률이 헌법 72조에 정한 국민투표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김영일 재판관의 별개의견과, 국민투표권을 포함한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적법 각하하여야 한다는 전효숙 재판관의 반대의견 외에 나머지 7인의 재판관들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현재 진행 중인 이전 사업은 모두 중단되게 됐다. 아래 박스안의 결정문은 이번 결정문의 요약본이다. 결정전문은 오른쪽의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사건번호 : 2004헌마554?566병합 사 건 명 :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확인 선고날짜 : 2004-10-21 1. 사건의 개요 (1)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은 2004. 1. 16. 공포되어 같은 해 4. 17.부터 발효되었다. 이 법률에 근거하여 발족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2004. 7. 21. 주요 국가기관 중 중앙행정기관 18부 4처 3청(73개 기관)을 신행정수도로 이전하고, 국회 등 헌법기관은 자체적인 이전 요청이 있을 때 국회의 동의를 구하기로 심의·의결하였다. 한편 2004. 8. 11. 위 위원회는 ‘연기-공주 지역’(충청남도 연기군 남면, 금남면, 동면, 공주시 장기면 일원 약 2,160만평)을 신행정수도 입지로 확정하였다. (2) 청구인들은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국민들로서, 위 법률이 헌법개정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도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므로 법률 전부가 헌법에 위반되며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납세자의 권리, 청문권, 평등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위 법률을 대상으로 그 위헌의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2004. 1. 16. 제정 법률 제7062호, 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3. 주 문 신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2004. 1. 16. 법률 제7062호)은 헌법에 위반된다. 4. 결정의 요지 가. 이 사건 법률의 내용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수도는 국가권력의 핵심적 사항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이 집중 소재하여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 그 국가를 상징하는 곳을 의미한다. 이 사건 법률은 신행정수도를 “국가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로 새로 건설되는 지역으로서……법률로 정하여지는 지역”이라고 하고(제2조 제1호), 신행정수도의 예정지역을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을 위하여 ……지정?고시하는 지역”이라고 규정하여(같은조 제2호), 결국 신행정수도는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 행정기관들의 소재지로서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가 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은 비록 이전되는 주요 국가기관의 범위를 개별적으로 확정하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그 이전의 범위는 신행정수도가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정도가 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은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로서 헌법상의 수도개념에 포함되는 국가의 수도를 이전하는 내용을 가지는 것이며, 이 사건 법률에 의한 신행정수도의 이전은 곧 우리나라의 수도의 이전을 의미한다. 나. 수도가 서울인 점이 우리나라의 관습헌법인지 여부 (1) 성문헌법체제에서의 관습헌법의 의의 우리나라는 성문헌법을 가진 나라로서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전(憲法典)이 헌법의 법원(法源)이 된다. 그러나 성문헌법이라고 하여도 그 속에 모든 헌법사항을 빠짐없이 완전히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간결성과 함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형식적 헌법전에는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이라도 이를 불문헌법(不文憲法) 내지 관습헌법으로 인정할 소지가 있다. 특히 헌법제정 당시 자명(自明)하거나 전제(前提)된 사항 및 보편적 헌법원리와 같은 것은 반드시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헌법사항에 관하여 형성되는 관행 내지 관례가 전부 관습헌법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강제력이 있는 헌법규범으로서 인정되려면 관습헌법의 성립에 요구되는 요건들이 엄격히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2) 기본적 헌법사항으로서의 수도문제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을 표현하는 실질적 헌법사항의 하나이다. 여기서 국가의 정체성이란 국가의 정서적 통일의 원천으로서 그 국민의 역사와 경험, 문화와 정치 및 경제, 그 권력구조나 정신적 상징 등이 종합적으로 표출됨으로써 형성되는 국가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수도를 설정하거나 이전하는 것은 국회와 대통령 등 최고 헌법기관들의 위치를 설정하여 국가조직의 근간을 장소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서, 국가생활에 관한 국민의 근본적 결단임과 동시에 국가를 구성하는 기반이 되는 핵심적 헌법사항에 속하는 것이다. (3)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우리 헌법전상으로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문의 조항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서울은 사전적 의미로 바로 ‘수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1392년 조선왕조가 창건되어 한양이 도읍으로 정하여진 이래 600여년간 전통적으로 현재의 서울 지역은 그와 같이 일반명사를 고유명사화하여 불러 온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서울 지역이 수도인 것은 그 명칭상으로도 자명한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성립 이전부터 국민들이 이미 역사적, 전통적 사실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대한민국의 건국에 즈음하여서도 국가의 기본구성에 관한 당연한 전제사실 내지 자명한 사실로서 아무런 의문도 제기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 후에도 수차의 헌법개정이 있었지만 우리 헌법상으로 수도에 관한 명문의 헌법조항은 설치된 바가 없으나, 서울이 바로 수도인 것은 국가생활의 오랜 전통과 관습에서 확고하게 형성된 자명한 사실 또는 전제된 사실로서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의 국가구성에 관한 강제력 있는 법규범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나) 수도 서울의 역사적 존속 경위 1) 조선의 창건과 서울의 수도설정?계속 서울은 일찍이 고려시대에 남경(南京)이 설치되어 고려의 이른바 삼경제를 이루는 지방행정의 중심지역할을 하였으며 조선왕조의 창건 직후 곧 수도가 되었다. 한양 즉 서울의 수도로서의 지위는 성종 때에 완성된 조선의 기본법전이었던 경국대전(經國大典)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경국대전에는 한성부가 경도(京都) 즉 서울을 관장한다고 명시하여 한성의 수도로서의 지위를 법상 분명히 하였다. 이러한 경국대전의 내용은 개정됨이 없이 조선왕조가 존속한 500여년의 장구한 기간동안 계속하여 국가생활의 기본적인 최고법규범으로서 효력을 유지하였다. 2) 일제강점시대의 서울의 수도성 유지 1910. 8. 한일합방에 의하여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하는 상황이 시작되었으나 이후에도 경성부(京城府), 즉 서울은 우리나라의 행정중심지로서의 역할을 계속하였으며, 국권을 상실한 상황에서 1919. 3. 1. 민족대표들에 의하여 우리나라의 독립이 선언된 곳이기도 하였다. 비록 일제의 국토강점으로 인하여 국가조직이 와해된 상태에 있었지만 서울은 우리나라의 수도로서의 대외적인 상징성을 유지하였고 임시정부에서도 서울의 수도성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항일활동조직을 편성하였으며 국민들의 의식도 변화가 없었으므로 서울의 수도성은 이 시기에도 사실상 유지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3) 해방과 건국 이후 현재까지의 서울의 수도성 유지 해방 이후 서울이 수도인 것을 언급하는 법률조항들이 계속 존재하여 왔으나, 이들은 서울이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수도라는 점을 이미 존재하는 규범적 전제로서 받아들이면서 이를 기준으로 수도 서울의 특별한 지위를 법률적으로 설정하기 위한 조항들이었고, 법률의 차원에서 서울이 수도인 점을 확정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의 이러한 입법의 상황을 살펴보아도 서울이 수도인 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전통적인 법적 확신이 확인된다. (다) 그렇다면 수도가 서울로 정하여진 것은 비록 우리 헌법상 명문의 조항에 의하여 밝혀져 있지는 아니하나, 조선왕조 창건 이후부터 경국대전에 수록되어 장구한 기간동안 국가의 기본법규범으로 법적 효력을 가져왔던 것이고, 헌법제정 이전부터 오랜 역사와 관습에 의하여 국민들에게 법적 확신이 형성되어 있는 사항으로서, 우리 헌법의 체계에서 자명하고 전제된 가장 기본적인 규범의 일부를 이루어 왔기 때문에 불문의 헌법규범화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라) 이를 관습헌법의 요건의 기준에 비추어 보면,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것은, 서울이라는 명칭의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 이래 600여 년 간 우리나라의 국가생활에 관한 당연한 규범적 사실이 되어 왔으므로 오랜 전통에 의하여 형성된 계속적 관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계속성), 이러한 관행은 변함없이 오랜 기간 실효적으로 지속되어 중간에 깨어진 일이 없으며(항상성),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개인적 견해 차이를 보일 수 없는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고(명료성), 나아가 이러한 관행은 장구한 세월동안 굳어져 와서 국민들의 승인과 폭넓은 컨센서스를 이미 얻어(국민적 합의) 국민이 실효성과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는 국가생활의 기본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하여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다.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 폐지를 위한 헌법적 절차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에 대한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성문의 수도조항이 존재한다면 이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이 필요하겠지만 관습헌법은 이에 반하는 내용의 새로운 수도설정조항을 헌법에 넣는 것만으로 그 폐지가 이루어진다. 예컨대 충청권의 특정지역이 우리나라의 수도라는 조항을 헌법에 개설하는 것에 의하여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은 폐지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헌법규범으로 정립된 관습이라고 하더라도 세월의 흐름과 헌법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에 대한 침범이 발생하고 나아가 그 위반이 일반화되어 그 법적 효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상실되기에 이른 경우에는 관습헌법은 자연히 사멸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멸을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국민에 대한 종합적 의사의 확인으로서 국민투표등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고려될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에 이러한 사멸의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인 것은 우리 헌법상 관습헌법으로 정립된 사항이며 여기에는 아무런 사정의 변화도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개정의 절차에 의하여야 한다. 라. 국민투표권의 침해 여부 수도의 설정과 이전의 의사결정은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기본적 헌법사항으로서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이 스스로 결단하여야 할 사항이다. 또한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의하여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수도를 충청권의 일부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이 사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헌법개정사항을 헌법보다 하위의 일반 법률에 의하여 개정하는 것이 된다. 한편 헌법의 개정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되어(헌법 제128조 제1항)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따른 국회의 의결을 거친 다음(헌법 제130조 제1항) 의결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만(헌법 제130조 제3항) 이루어 질 수 있다. 따라서 헌법의 개정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야만 하므로 국민은 헌법개정에 관하여는 찬반투표를 통하여 그 의견을 표명할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은 헌법개정사항인 수도의 이전을 위와 같은 헌법개정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단지 단순법률의 형태로 실현시킨 것으로서 결국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서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한 것이므로 동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5.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이 제기한 다른 쟁점들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이, 수도의 이전을 확정함과 아울러 그 이전절차를 정하는 이 사건 법률은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불문의 관습헌법사항을 헌법개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법률의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어서 그 법률 전체가 청구인들을 포함한 국민의 헌법개정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6. 재판관 김영일의 별개의견 요지 이 사건 법률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인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별개의견의 요지이다.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가 규정하는 국방?통일 및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므로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의 대상이 된다. 대통령이 어떠한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행위는 자유재량행위이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원리는 어떠한 공권력의 작용이라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요구하므로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행위가 자유재량행위라고 하더라도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재량권의 근거규범인 헌법 제72조에 위반된다. 대통령이 수도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지 아니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의 입법목적과 입법정신에 위배되고 자의금지원칙과 신뢰보호원칙에 반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헌적인 것이 된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한다면 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대통령은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을 국민투표에 붙일 의무가 있다. 이에 국민은 위 대통령의 의무에 상응하는 권리인 국민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은 국민투표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도이전의 의사결정을 한 것이어서 국민투표를 확정적으로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 수도의 위치가 관습헌법규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가사 다수의견과 같이 관습헌법규범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이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나아가 헌법 제130조보다는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의 위헌성을 확인함이 보다 타당하다. 7.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 요지 가. 나는 다수의견의 논지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1) 우선 오늘날의 헌법에서 과연 한 나라의 수도의 위치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를 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수도의 소재지는 국가 정체성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었으나, 자유민주주의와 입헌주의를 주된 가치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의 통제와 합리화를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실현하려는 것이 그 근본 목적이다. 수도의 소재지가 어디이냐 하는 것은 그러한 헌법의 목적 실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그러한 목적 실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항이라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헌법상 수도의 위치가 반드시 헌법제정권자나 헌법개정권자가 직접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2) “서울이 수도”라는 관행적 사실에서 “관습헌법”이라는 당위규범이 인정되기 어렵다.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자명하게 인식되어 온 관행에 속한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그것을 강제력 있는 법규범으로 확신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우리 국민들에게 수도의 위치가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지니는, 즉 헌법개정절차에 의해서만 개정되어야할 정도의 법적 확신이 존재하여 왔다고 볼 수 없다. 수도이전 문제는 최근에야 우리 사회의 주된 쟁점이 되었고, 이 사건 법률의 입법과정에서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수도이전 사안이 국민의 헌법적 확신을 지니는 헌법사항이라든가, 그 개정은 헌법개정절차를 통하여야 하므로 입법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든가 하는 점에 관한 인식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므로 “서울이 수도이다”라는 사실로부터 “서울이 수도여야 한다”는 헌법적 당위명제를 도출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있는 것이다. (3) 성문헌법을 지닌 법체제에서,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일한” 혹은 “특정 성문헌법 조항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효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 성문의 헌법전은 헌법제정권자인 국민들이 직접 “명시적” 의사표시로써 제정한 것으로서 국가의 법체계 중 최고의 우위성을 가지며, 그 내용의 개정은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점에서, 관습헌법과 성문헌법은 동일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성문헌법의 특징은 최고법규범으로서 모든 국가권력을 기속하는 강한 힘을 보유하는 것인데, 이는 국민주권의 명시적 의사가 특정한 헌법제정절차를 거쳐서 수렴되었다는 점에서 가능하다. 관습만으로는 헌법을 특징화하는 그러한 우세한 힘을 보유할 수 없는 것이다. 성문헌법 체제에서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에 대한 보완적 효력만을 가진다. 성문헌법이 존재하는 한,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으로부터 동떨어져 성립하거나 존속할 수 없고, 항상 성문헌법의 여러 원리와 조화를 이룸으로써만 성립하고 존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헌법적 관행에 의해서 성문헌법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게 되고 성문헌법전보다 불문적인 헌법의 관행예가 우선하고 국가생활을 지배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법리는 관습헌법의 내용이 중요한 “헌법사항”이라 하더라도 동일하다. 국민들은, 설령 헌법제정시 자명한 사실이어서 성문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사항이 있더라도, 언제든지 그러한 사항을 성문 헌법전에 수록할 수 있는 헌법개정권력을, 자신의 대표자와 국민투표를 통하여 행사할 수 있고, 이로써 성문헌법의 효력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마치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한 아무리 처벌필요성이 있는 사항도 처벌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성문헌법에 규정되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법적 효력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4) 다수의견은 관습“법률”이 아닌 관습“헌법”은 “헌법”이므로 그 변경은 헌법개정절차를 통해야 한다고 하나, 이는 형식적 개념논리만 강조된 것이다. “관습헌법”이란 실질적 의미의 헌법사항이 관습으로 규율되고 있다는 것을 뜻할 뿐이며, 관습헌법이라고 해서 바로 성문헌법과 똑같은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성문헌법의 강력한 힘은 국민주권의 명시적 의사가 특정한 헌법제정절차를 거쳐서 나왔기 때문인데, 관습은 그러한 명시적 의사나, 특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정되므로 성문헌법과 같은 효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 다수의견은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국민이 스스로 결단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하나,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와 한글의 경우도, 대한민국국기에관한규정과 한글전용에관한법률에서 규율되고 있는데, 그러한 규정 형식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수도와 같은 관습헌법의 변경을 헌법개정으로 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의 개정은 “형식적 의미”의 헌법, 즉 성문헌법과 관련된 개념이다. 헌법제정권자가 헌법개정을 일반 법률절차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한 이유는, 헌법전에 규정된 내용이 주권자의 의지의 명시적 표명으로서 이를 함부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헌법에 들어있지 않은 헌법사항 내지 불문헌법의 변경은 헌법의 개정에 속하지 않으며, 우리 헌법이 마련한 대의민주주의 절차인 법률의 제정, 개정을 통하여 다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국회가 수도이전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민의를 대변하지 않고 당리당략적으로 입법한 것이라면, 그것이 헌법과 국회법 절차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러한 입법의 궁극적 책임은,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야 하는 대의기관에 불과한 이상, 그러한 입법부를 구성한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다수의견의 논지에 따르면 아무리 국회가 이 사건 법률 제정과정에서 공청회와 청문회 등 충분한 국민의사 수렴절차를 거쳤고, 국회의원 전원일치로 법률이 통과되었더라도, 헌법개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위헌이 되는데, 그러한 결론이 타당하리라 보기 어렵다. (5)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의 변경은 헌법개정에 의해야 한다면, 이는 관습헌법이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입법권을 변경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관습헌법에 대하여 국회의 입법권보다 우월적인 힘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제40조)고 규정하며, 헌법에 달리 규정이 없는 한 국회의 입법권은 포괄적 대상을 지닌다. 입법권의 주체는 다름 아닌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대의기관이며, 헌법은 국민주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대의제를 기본형태로 채택하고,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표기관이 입법작용을 통하여 그 이념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수도이전과 같은 헌법관습의 변경의 경우, 별도로 이를 제한하는 헌법규정이 없는 경우에 왜 국회의 입법으로 불가능한 것인지 실질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많은 나라에서 의회가 국민투표 없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데, 이는 의회가 다름 아닌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주권의 대행기관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법률은 투표의원 194인 중 찬성 167인(반대 13인, 기권 14인)으로 재적과반수와 출석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었는데, 그러한 입법이 국민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혹은 민의를 배신하였다는 정치적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별도로 하고, 적어도 헌법적 측면에서 그것이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아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한 결론은 관습헌법으로써 국회의 헌법상의 입법권한을 부인하는 것이고, 이는 헌법을 변경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관습에 의한 헌법적 규범의 생성은 국민주권이 행사되는 한 측면인 것이다.”라고 하나, 성문헌법 체제하에서 국민주권의 행사는 저항권의 행사와 같은 특별한 예외가 아닌 한 성문헌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무엇이 진정한 국민의 의사인지를 확인하기 어렵고 국민들 간에도 특정 사안을 놓고 갈등과 대립이 있을 수 있으므로, 헌법이 객관적으로 규정한 제도화된 절차가 아닌 헌법 외적인 방식으로 “국민주권의 행사”를 인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헌법이 예정하지 않은 그러한 문제는, 그것이 국가의 위기상황에 관련된 것이 아닌 한, 정치적 의사결정 구조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6) 결론적으로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의 변경이 반드시 헌법개정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없고, 헌법해석상 국회의 입법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이 헌법 제130조 제2항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나. 한편 나는 별개의견이 이 사건 법률은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한 논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의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을 주고 있는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그 재량 여부가 달라진다고 해석할 수 없다. 헌법 제72조가 대통령에게 과도한 재량을 주고 있어 국민주권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효과적인 제도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현행 헌법상 위와 달리 해석할만한 근거가 없다. 또한 그러한 재량은 헌법이 직접 부여한 것이므로, 행정법상의 재량권의 일탈?남용 법리는 적용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행정수도의 이전 정책에 대하여 대통령이 국민투표 부의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민투표권이 행사되지 못했더라도,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침해 주장은, 권리의 침해가능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적법하다. 청구인들이 주장한 다른 기본권 침해 주장 역시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 직접성 혹은 현재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헌법소원절차에서, 헌법재판소가 본안판단을 하기에 부적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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