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손목과 가슴을 움켜잡는 남성을 향해 사기그릇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최근 상해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여)씨가 "기소유예 처분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2019헌마929)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로 보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A씨는 2018년 같은 고시원에 사는 남성 B씨에게 사기그릇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입건됐다. B씨는 사건 당일 A씨가 고시원 내 여성용 공용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밖에서 욕실 전원을 반복적으로 껐다. 이후 B씨는 A씨가 욕실에서 나와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 뒤따라갔고, A씨가 그를 피해 밖으로 나가려하자 손목을 잡고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강제추행하자 저항하기 위해 들고있던 사기그릇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이 확정됐다.
그런데 검찰은 A씨의 저항행위도 과잉행위로 판단했다. 다만 당시 상황 등을 감안해 기소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B씨로부터 추행을 당하자 놀라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고 B씨의 상해 정도가 크지 않은 점 등 참작 사유가 있다"며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B씨의 강제추행을 방어한 것에 불과하고, 사건 당일 정황 등에 비춰볼 때 방어행위를 넘어 적극적으로 공격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방위에 해당함에도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면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B씨는 고시원 주방에 A씨와 둘만 있는 상황에서 A씨의 가슴을 갑자기 움켜쥐어 추행했고 이에 A씨는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휘둘렀다"며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A씨는 폐쇄된 공간에서 갑자기 이루어진 B씨의 추행행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적으로 상당한 범위 내에서 반격방어의 형태로 저항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방위행위가 형법상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상당함에도 검찰이 피의사실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설령 A씨의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그의 방위행위는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이라며 "검찰이 충분하고 합당한 조사 없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