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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헌재, '조선인 전범' 피해자 헌법소원 각하
일제 강점기 일본군으로 강제 동원됐다가 전범으로 몰려 처벌받은 조선인 피해자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배상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제기한 헌법소원이 각하됐다. 헌재는 31일 A씨 등 조선인 전범 생존자 모임인 동진회 회원과 유족들이 한국 정부가 자국 출신 전범 문제를 방치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어 이를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4헌마888)을 재판관 5(각하)대 4(위헌)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A씨 등은 "정부는 1965년 6월 일본 정부와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는데, 우리가 일본에게 가지는 배상청구권이 해당 협정에 의해 소멸됐는지에 대해 양국간 해석상 분쟁이 존재하기에, 한국 정부는 해당 협정 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석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은 정부의 부작위로 기본권을 침해 당했다"며 2014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유효하고 한국 정부를 비롯한 국내 국가기관은 이를 존중해야 하기에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을 받아서 생긴 한국인 B,C급 전범의 피해 보상 문제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나 원폭피해자 등이 가지는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청구권의 문제와 동일한 범주로 보아 이 사건 협정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인 전범들이 국제 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입은 피해와 관련해 정부에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분쟁해결 절차에 나아가야 할 구체적 작위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전범재판 처벌로 인한 피해 부분은 해당 협정과 무관하므로 한국 정부에게 협정 3조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가야 할 구체적 작위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협정 해석에 관한 분쟁이 성숙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한국과 일본 사이에 협정 해석상의 분쟁이 존재한다고 해도 한국 정부는 지속적인 외교적 조치를 통해 그 작위의무를 이행했으므로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해 각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석태·이은애·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일제강점기 한국인 전범들이 입은 피해 가운데 국제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인한 피해 부분에 대한 다수의견에는 찬성하지만, 일제의 불법적인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협정 제3조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가야 한다"며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경우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일본에 갖는 청구권을 실현함으로써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침해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 질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이같은 부작위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겪었던 불행한 역사적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하면서도 역사적 상황과 함께 한국인 전범들에게만 존재하는 특수한 사정을 논의한 끝에 국제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인한 피해 부분은 사실상 재판관들의 의견을 같이 하되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는 그 의견을 달리하는 결정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전범
일제강점기
일본군
조선인
박수연 기자
2021-08-31
헌법사건
헌재,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 헌법소원도 '각하'
정부가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산 청구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시적인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헌법상 비롯된 국가의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지난 2012년 헌법소원을 낸 이후 7년 만이다. 헌재는 27일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와 가족 등이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환불청구권과 배상청구권 등에 대한 해석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2012헌마939)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상 분쟁해결 절차에 따른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어 '작위의무 불이행'을 전제로 낸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는 이유에서다.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와 가족들은 탄광 등에서 강제노동을 하며 받은 급여를 일본 우편저금이나 간이생명보험 형태로 적립하도록 강요당했지만 아직까지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산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는 우리나라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 재산권이 소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협정 체결 당시 사할린은 우리나라와 국교가 단절돼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이 협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분쟁해결의 절차로 나아갈 의무는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로, 일본의 불법행위에 의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당한 국민들이 청구권을 실현하도록 협력·보호해야 할 헌법적 요청에 의한 것"이라며 "의무 이행이 없으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직접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들의 일본에 대한 청구권 실현 등에 장애상태가 초래된 것은 우리 정부가 청구권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고 '모든 청구권'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해 협정을 체결한 것에도 책임이 있다"며 "(정부에) 장애상태를 제거하는 행위로 나아가야 할 구체적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기록에 의하면, 사할린 한인의 대일청구권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 제안과 국장급 면담·실무협의를 통해 성의있는 대응을 촉구해왔고, 지금도 같은 기조"라며 "피해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지 않았더라도 한·일 청구권 협정상 분쟁해결 절차를 언제, 어떻게 이행할지는 외교행위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정부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정부에 부여된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작위의무 불이행을 전제로 그것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국가적 노력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간절하지만, 정부에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헌법상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피해자들이 다투는 부작위는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라고 할 수 없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이 재판관은 "헌재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외교적 노력을 하라'고 선언하는 것은 그 작위의무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피해자들과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에 반해 외교적 행위들에 관한 정책판단, 정책수립·집행에 관한 행정부의 권한만을 침해할 소지만 발생시킨다"며 "헌재가 행정부에 외교적 노력을 하라는 의무를 강제한들 이는 막연하고 선언적인 의미 이상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할린강제징용
국가작위의무
기본권
이승윤 기자
2019-12-27
헌법사건
[전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하버드 로스쿨 강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구제를 위한 한국 정부의 의무에 관한 한국 헌법재판소 결정을 중심으로 오늘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친절하고 사려 깊은 소개를 해 준 사회자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오늘 강연을 하도록 초대해 준 마사 미노우 하버드 로스쿨 학장님에게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토론할 수 있는 놀라운 자리를 마련하느라 애쓴 윌리엄 알포드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하버드 로스쿨 관계자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명문 하버드 대학교에서 한국의 헌법재판에 관한 강의를 하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합니다. 하버드에는 이전에 한 번 온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하버드 교정에 얽힌 전설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행운을 기원하며 존 하버드 동상의 왼쪽 발가락을 만지는 것이죠. 1997년 여름 하버드에 왔을 때 그 이야기를 듣고 하버드 동상의 왼쪽 발가락을 만졌습니다. 자 다시 이곳에 오게 된 것을 보셨지요. 전설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이 오늘 밝혀졌습니다. 오늘 강의실에 오기 전에, 한국전에서 전사한 하버드 동문들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보존되어 있는 하버드 교내의 메모리얼 교회에 갔었습니다. 세계 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자신을 생명을 내 놓은 분들을 애도하며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한국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이제 다른 나라를 돕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중 많은 수가 한국의 경제와 문화 발전에 대하여 들어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사법제도는 미국의 학생들에게 조금 덜 알려진 분야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는 한국의 헌법재판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한국의 헌법재판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연방대법원이 헌법재판을 하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일반법원과는 별도로 헌법재판소를 설치하여 헌법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재판이 전제되지 않은 경우에도 헌법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과 미국의 헌법심사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입니다.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권력의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한 헌법소원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입법 또는 행정행위를 할 의무를 궁극적으로 헌법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됩니다. 오늘 주로 소개할 사안은 행정권력의 부작위를 위헌으로 본 사례입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2011. 8. 30.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 끌려간 위안부 피해여성이 일본정부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분쟁을, 한국정부가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맺은 협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고 있는 부작위가 위헌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2006헌마788).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한국정부가 이행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하였습니다. 그 실질적 배경에는 일본정부와 군에 의하여 강제로 동원되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피해 여성들에 대한 포괄적인 일본의 국가책임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이 결정은 전시에 국가가 다른 나라의 여성에 대하여 조직적으로 저지른 성범죄로 인한 여성의 인권 침해의 구제라는 중대한 문제에 관한 국제규범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배경이 되는 사실관계를 우선 살펴보겠습니다. 일본군은 피 식민국가 여성들을 군의 성노예로 삼아 군인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제공함으로써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불만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2차 대전 중 동남아시아, 태평양 각 점령지역에 군위안소를 설치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의 수는 8만에서 2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중 80%는 조선(대한민국 및 북한) 여성들이었고, 그 외 피해자의 국적은 필리핀, 중국, 대만, 네덜란드 등 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사기, 협박, 납치 등의 방법을 통하여 전선으로 끌려가, 전혀 자기 통제력을 갖지 못한 채 끊임없이 일본군의 일방적인 성적 요구에 응해야 했으며, 구타 및 질병에 시달리면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였습니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전쟁 중 희생되었고, 일부 귀환자들도 대부분 후유증으로 일찍 사망하였으며, 생존한 사람들은 가족, 사회와 떨어져 자포자기의 삶을 이어왔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은 '위안부'라는 표현은 잘못되었고, '강요된 성노예'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건의 배경이 된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의 청구권 협정에 대하여 설명하겠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의 재산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결과, 최종적으로 1965년에 일본이 일정한 금액을 대한민국에 지불하되, '양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의 청구권 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위 협정 제2조 제3항은 양국 국민은 상대국 및 상대국가 국민에 대한 청구권 주장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습니다. 협정 제3조에서는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분쟁을 우선 외교상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중재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결정에 따른다고 규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이 사건 협정체결을 위한 한·일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전혀 논의되지 않았고, 협정 체결 후 개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상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전혀 논의되지 못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1990년대 들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공개기자회견을 통하여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초기에 책임을 완전히 부인하였으나, 1992년 1월 일본군이 위안부 징집에 직접 관여한 사실에 관한 공문서가 발견되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1993. 8. 4. 일본군 및 관헌의 관여와 징집·사역에서의 강제를 인정하고, 문제의 본질이 중대한 인권 침해였음을 승인하며 사죄하는 내용의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미 고령이 되어버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여러 증거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 정부 내에서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고, 고노담화를 수정하자는 주장마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이 사건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되었다면서, '민간 차원'의 기금 조성 이외에 법적인 배상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 대만 등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정당한 배상의 대상이 아닌 인도주의적 자선사업의 대상으로 보는 아시아여성발전기금에 반대하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법률을 제정하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아시아여성발전기금이 지급하려고 한 4,300만원(약 53,700 달러)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였습니다.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1991년부터 여러 차례 일본을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였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 사건 협정 등을 들어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중국, 대만 등 국적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도 모두 일본 법원에서 기각되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가에 의한 여성인권의 중대한 침해이며, 일본의 사죄와 기록공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1996. 4. 19. 제52차 유엔 인권위원회의, '쿠마라스와미 보고서', 1998. 8. 12. 유엔 인권소위원회의 '게이 맥두걸 보고서', 2008. 10. 30.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 인권위원회의 권고 등은, 2차 대전 때 강제 연행된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예제로 명백히 국제법 위반임을 확인하고, 고령인 생존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국가차원의 긴급하고 신속한 손해배상, 책임자 처벌,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모든 자료의 공개, 피해자에 대한 공식사죄, 교과서 개정 등을 권고하였습니다. 미국 연방하원은 2007. 7. 30. 만장일치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그 주요내용은 ① 일본 정부는 193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종전에 이르기까지, 일본군이 강제로 젊은 여성들을 위안부로 알려진 성노예로 만든 사실을 분명하게 공식 인정하면서 사과하고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② 일본 정부는 일본군들이 위안부를 성노예로 삼고 인신매매를 한 사실이 없다는 어떠한 주장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공개적으로 반박하여야 한다. ③ 일본 정부는 현 세대와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끔찍한 범죄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 등 입니다. 네덜란드 하원, 캐나다 연방의회 하원, 유럽의회도 20만 명 이상의 여성들을 위안부로 강제동원해 저지른 만행에 대하여,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국제사회가 일본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이유는, 드러난 가해의 성격과 규모 및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피해의 지속성에 비추어 볼 때, 모성의 원천인 여성을 군대의 성노예로 만드는 범죄야말로 인류가 도저히 용납해서는 안 되는 극악한 범죄임을 일본과 세계시민에게 뚜렷하게 각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이제 한국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부작위가 위헌이라는 한국 헌법재판소의 판단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협정의 해석에 관한 분쟁과 그 해결절차가 있는지 검토하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5. 8. 26. 이 사건 협정은 한·일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에 관한 것이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같은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다루지 않았으므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사건 협정을 통하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이미 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협정으로 소멸한 청구권의 내용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한·일 양국 간에 해석 차이가 존재하고, 그것은 협정 제3조의 '분쟁'에 해당합니다. 분쟁이 발생한 이상, 협정 제3조가 규정한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외교적 경로를 통한 해결 및 중재회부 절차로 나아가지 않은 '한국 정부'의 부작위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한국 정부의 부작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긍정하였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최고의 헌법적 가치이자 국가목표규범으로서, 국가는 인간존엄성을 실현해야 할 의무와 과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이 제3자에 의하여 인간존엄성을 위협받을 때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말살된 상태에서 장기간 비극적인 삶을 산 피해자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시켜야 할 의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의무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협정 제3조에 따라 분쟁해결 절차로 나아갈 의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당한 국민들을 보호할 헌법적 요청에 의한 것이며, 이 사건 협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작위의무입니다. 또한 국가의 부작위로 침해되는 기본권도 매우 중대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는, 일본 국가와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동원되고 그 감시 아래 일본군의 성노예를 강요당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달리 그 예를 발견할 수 없는 근원적인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특수한 피해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를 "군사적 성노예", '인도에 대한 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 "일본 정부에 의한 강제 군대 매춘제도이자 잔학성과 규모면에서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범죄"로 규정하였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하여 가지는 배상청구권의 실현은, 무자비하게 지속적으로 침해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신체의 자유를 사후적으로 회복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피해자들이 군대 성노예로 내몰렸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도 60여년이 훨씬 넘었고,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지도 20년 남짓 흘렀습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모두 고령이어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경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실현함으로써 역사적 정의를 바로세우고 침해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지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협정에 규정된 분쟁해결 절차로 나아갈 헌법상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는 헌법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합니다. 이 결론에는 헌법재판소가 정부에 막연히 '외교적 노력을 하라'는 의무를 강제로 부과하는 것은 헌법이 외교행위에 관한 정책판단, 정책수립 및 집행에 관한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고 있는 권력분립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재판관 3인의 반대의견이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 사건 결정이 있은 뒤 '분쟁해결을 위한 양자 협의'를 갖자는 외교문서를 2차례 보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실질적인 답은 없는 상태입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 협정에 규정된 중재위원회 설치 제안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현재 생존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는 56명이며, 모두 고령입니다. 일본의 신속한 피해의 배상과 진솔한 사죄가 요청되는 이유입니다. 이 사건 결정의 의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국가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받은 국민을 보호하고 권리구제를 도모하여야지, 인권침해를 당한 국민의 청구권 행사를 임의로 방기하여도 되는 재량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한국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은 인류의 보편적 인권의식의 발전을 확인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 결정은 국가권력에 의한 여성에 대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침해가 구제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전시 상황에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는 보스니아 내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도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것이 반복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수세기 동안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21세기의 인류공동체와 문명국가의 기준에서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 결정은 반인도적 인권침해에 대하여 인류는 끝까지 추적하여 사죄와 반성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 더 이상 국가에 의한 성노예라는 반인도적 인권침해가 어떠한 경우에도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 합니다. 이 결정을 떠나서 일반적으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역사적인 노력은 여성의 권리신장에 있어서 국제인권발전사에 있어서 역사적인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유엔 등에서 전시 여성 폭력을 심각하게 살펴보는 전기를 마련하였고, 1998년 채택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협약'에 반영되었고,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군대 성노예제가 주요 의제가 되었습니다. 이와 비교해 볼만한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본과 달리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정권이 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금전적인 배상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1960. 7. 15. '독불간 나치피해 박해조치로 피해를 입은 프랑스 국민을 위한 지불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4억 마르크를 지급했고, 위 조약 3조에서 나치박해로 자유 또는 신체상의 피해를 입은 프랑스인 또는 그 유족에 대한 모든 청구권이 완결된다는 규정을 두었습니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독일에 '강제징집자' 등에 대한 추가보상을 요구하였고, 독일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2000. 7. 6. 독일 하원은 다시 독일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100억 마르크의 기금을 조성하여 2차 대전 때 독일에 강제 징용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보상을 하도록 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1999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 결정에서는, 강제노동에 대한 손해배상과 관련해서 국가가 한 국제법상의 포기선언이 개인의 청구권 행사를 막거나 없앨 수는 없다고 설시한 바 있습니다. 미국도 Torture Victim Protection Act의 적용을 통하여 외국에서 외국인간에 발생한 인권침해행위에 대하여서도 관할권인정은 물론 막대한 액수의 손해배상을 명할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Alien Tort Statute, 28 U.S.C. 1350 (2000)은 미국이 체결한 조약 또는 국제관습법에 위반한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외국인이 제기한 민사소송의 관할을 연방지방법원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의 과거 역사에 대한 사법적 반성을 한 사례로, Korematsu 사건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모두 잘 알다시피, Korematsu v United States 판결은 일본계 미국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2차 대전 중 거주지를 떠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은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연방대법원이 6:3으로 선고한 사안입니다. 40년 후 새로운 증거에 근거해서 유죄판결을 파기한 연방지방법원의 판결 및 보상입법의 제정 등을 통하여, 미국은 역사의 법정에서 과거 국가의 잘못을 교정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외교적 보호권에 관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는, 2004. 8. 4. "정부에게는 국제인권규범의 심대한 침해에 대하여 그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의무가 있을 수 있다. 정부에 대한 원조 요청이 거절된다면, 헌법재판소는 정부에게 적절한 행동을 취하도록 명령할 것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국제인권의 보장, 국가의 기본권 보호 책무, 여성인권의 보장 등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이 사례를 통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 제도에 대한 소개가 되었기를 희망합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최초로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를 시작한 이래,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권, 평등권 등 기본권 보장을 선도하는 주요한 판결을 내려왔고, 많은 미국의 법률가들이 이를 위하여 노력해 왔습니다. 이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오늘 강의를 끝맺음하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하버드 로스쿨 재학생 여러분이 이러한 미국의 인권 보장을 앞으로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의 역사가 신채호의 표현을 빌자면, 역사를 잊은 인류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인권침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하여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 사법부도 보편적 인권의 확인과 보장, 국제협력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히틀러의 집권 80주년을 맞아 베를린에서 한 연설에서 2013년 1월, "인권은 스스로 주장하지 못하고, 자유는 스스로 발현하지 못하며, 민주주의는 스스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Human rights don't assert themselves. Freedom doesn't preserve itself all alone and democracy doesn't succeed by itself."). 인간의 숭고한 가치는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키기 위한 사회의 중단 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몇 가지 인권 이슈들에 대해 오늘 여러분과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장차 이 세계의 지도자가 될 여러분 모두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에 함께 하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성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3. 10. 29. 헌법재판소장 박한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하버드강연
헌법소원심판
부작위
위안부
2013-10-31
헌법사건
박한철 헌재소장, 위안부 문제 뒷전 日정부 강력 비판
"전시 상황에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는 현재도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서 계속되는 문제입니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인류공동체와 문명국가에서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박한철(60·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소장은 29일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여성 인권 침해 회복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 강연 전문> 박 소장은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2011년 8월 내린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결정을 소개했다. 헌재는 일제 위안부 피해자 64명이 "한일청구권협정과 관련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지 않는 국가의 부작위로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받았다"며 낸 헌법소원(2006헌마788)에서 "국가의 부작위는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박 소장은 강연에서 "이 결정을 통해 국가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받은 국민을 보호하고 권리구제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지, 인권침해를 당한 국민의 청구권 행사를 임의로 방치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는 국제인권법의 준수와 강제의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연 도중 "고령이 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여러 증거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 내에서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일본과 달리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정권이 한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금전적인 배상을 하는 태도를 분명히 했고, 이를 통해 독일은 피해자와 인근 국가를 비롯한 세계의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 사례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 제도에 대한 소개가 됐기를 바란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지난 28일 출국한 박 소장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을 만나 회담한 뒤 다음달 5일 귀국할 예정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하버드강연
헌법소원심판
부작위
위안부
좌영길 기자
201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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