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8일(일)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헌법사건
최고
검색한 결과
43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헌법사건
헌재, "'반사회질서 법률행위 무효 규정' 민법 제103조는 합헌"
헌법재판소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제103조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9월 26일 변호사 A 씨가 "민법 제103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2020헌바552)에서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변호사 A 씨는 형사재판을 맡아 의뢰인들의 무죄를 이끌어 냈다. 이후 A 씨는 위임계약상 보수지급약정에 따라 의뢰인들이 연대해 미지급된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보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서 1심은 2019년 11월 "A 씨가 주장하는 보수지급 약정은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에 해당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 씨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민법 제103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이에 A 씨는 2020년 11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명확성의 정도는 모든 법률에 있어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개개의 법률이나 법 조항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각 법률이 제정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통상적으로 법률 규정은 일반성·추상성을 가지는 것으로서 입법기술상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 사용은 부득이하므로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다른 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합리적 해석이 가능한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지고, 당해 법률 조항의 입법취지와 전체적 체계와 내용 등에 비춰 법관의 법 보충작용으로서의 해석을 통해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다면 이 경우까지 명확성을 결여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사법규는 사회현실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에 관해 일반적으로 흠결 없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하므로 형벌법규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사회적·문화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실정법에 의해 미처 구체화되지 못한 사회의 질서를 수용해 법 질서를 보충·구체화하며 법률행위의 당사자들이 공동체의 전체질서 내에서 사적자치를 발현하도록 하고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무효로 하고 있다"며 "'선량한 풍속'은 사회의 일반적 도덕관념 또는 건전한 도덕관념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덕률로 해석할 수 있고, '사회질서'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집단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용어는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며 해당 조항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법률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법률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으로서 그 효력을 부인해야 하는 법률행위를 빠짐없이 규율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고, 나아가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과 기능에 비춰 적절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법률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법률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으로서 그 효력을 부인해야 하는 법률행위를 빠짐없이 규율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고,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적절하지도 않다"며 "문제되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전체 법질서, 그 법질서가 추구하는 가치, 입법자가 이미 구체화해 놓은 개별입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학설과 판례 등의 집적을 통해 반사회적 법률행위가 어느 정도 유형화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그 판단이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 공동체의 객관적 관점에 의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민법 제103조는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제103조
성공보수약정
이용경 기자
2023-10-01
헌법사건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는 합헌”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와 그 내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의료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3일 모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A 씨 등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21헌마347 등)에서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은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45조 제2항에 따른 제증명수수료(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제3조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 제1항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및 금액 등에 관한 현황조사·분석·공개 대상 의료기관은 의료법 제3조 제2항 제1호 및 제3호에 따른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들은 의료기관에 비급여 진료 내역 등의 보고 의무를 부담시키고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대상 의료기관을 의원급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라 의료계에서 논란이 됐다. 헌재는 △보고의무조항에 대해 "보고의무조항은 비급여 진료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용을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보고에 관한 기본적이고 법률적인 사항을 법률에서 직접 정하고 있어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비급여는 그 유형과 종류가 다양하고, 보고의무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하위 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인정되는데, 보고의무조항의 입법 목적과 개인정보보호법 규정 등에 비춰봤을 때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는 상병명, 수술·시술명 등 비급여의 실태 파악에 필요한 진료 정보만 포함되고 환자 개인의 신상 정보는 포함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어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고시조항에 대해서는 "고시조항은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의료기관'에 관해 정한 것이어서 시행규칙 조항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규정하고 있어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기관별, 비급여 항목별, 최저·최고비용, 동일 규모 의료기관의 평균 진료비용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국민들은 자신이 방문하고자 하는 지역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미리 알 수 있고 각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다"며 "또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한다고 하여 비용을 규제하거나 획일화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의료기관들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 비급여 진료를 함으로써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각 의료기관이 처한 다양한 사정과 여건에 맞춰 자유롭게 비급여 진료비용을 결정할 수 있어 고시조항의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이들 조항이 법률유보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에 반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보고의무조항에 대해 "진료내역에 포함되는 상병명, 수술·시술명은 그 자체로 개인의 정신이나 신체에 관한 단점을 나타내며 사생활의 핵심을 이루는 비밀인데, 보고의무조항은 보고대상인 비급여 항목이나 진료내역과 관련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채 사실상 모든 국민의 비급여 진료에 관한 정보 일체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수집한 목적과 무관한 정보까지 국가기관에 의해 수집·보관되고 있지 않은지, 수집한 자료를 본래 수집한 목적, 범위 내에서 제대로 이용·처리하는지 등을 감독 내지 통제할 법적 장치가 요구되는데, 보고의무조항을 신설하면서 이러한 장치를 마련한 사정이 보이지 않아 침해의 최소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고시조항에 대해서도 "국가가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고 최저가·최고가를 비교해 순위화하는 것은 의료기관 간 가격경쟁을 유도해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헌재는 일반 국민인 B 씨 등이 같은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은 청구인의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의 장이 보고의무를 이행하면 환자들의 비급여 진료내역에 관한 정보가 보건복지부에 제공된다는 점에서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이 발생하지만, 일반 국민이 비급여 진료비용의 공개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을 입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의료법제45조의2
진료비용
비급여
박수연 기자
2023-03-05
금융·보험
헌법사건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 상한 위반시 형사처벌… 합헌”
이자제한법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은 사람을 형사처벌하도록 한 이자제한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 씨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자제한법 제8조 제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2022헌바22)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23일 합헌 결정했다. A 씨는 2018년 12월 말경 B 씨에게 1억8000만 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3000만 원을 돌려받고 변제기를 2019년 3월 31일로 해 그때까지 갚지 못하는 경우 매월 900만 원을 이자로 받기로 약정한 후 2019년 4~11월 사이에 약 8번에 걸쳐 총 6300만 원의 이자를 받았다. A 씨는 최고이자율 연 24%를 초과해 이자를 받은 혐의로 2020년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항소심에서 이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항소를 기각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하자, 2022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자제한법 제8조 제1항은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은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법 제2조는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25퍼센트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고(제1항) △제1항에 따른 최고이자율은 약정한 때의 이자율을 말한다(제2항) △계약상의 이자로서 제1항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로 한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사금융의 자금조달 과정에서 이뤄지는 과도한 이자약정은 영세한 자영업자·서민이 쉽게 신용불량자가 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고 고금리와 관련한 이자제한법 위반 등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접수 건수가 나날이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최고이자율 초과 부분을 무효로 하는 것만으로는 그 폐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따라서 이자제한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이자율 상한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재량의 범위 내의 일"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자의 제한은 생활자금 내지 영업자본의 수요를 금전대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고금리 채무로 인한 국민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고 과도한 이자를 받아 일반 국민의 경제생활을 피폐하게 하는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과 같은 제재 수단이 필요함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형벌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입법자가 민사상의 효력을 제한하는 것 외에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것을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자제한법 제8조 제1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헌재의 첫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자제한법
최고이자율
금전대차
박수연 기자
2023-03-02
헌법사건
헌재, 한달만에 또… 역대 3번째 '재판 취소' 결정
헌법재판소가 지난 달에 이어 또다시 법원 재판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무시하고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법원 재판을 취소한 것이다. 25년 전인 1997년과 지난 달 30일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재판 취소 결정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1일 700억원대의 세금을 내라고 한 대법원 판결 관련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GS칼텍스가 2013년 7월 제기한 헌법소원(2013헌마496)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여 판결을 취소했다. 헌재는 이날 AK리테일과 KSS해운에 각 104억원, 65억원의 세금을 내라고 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 기각 판결도 취소했다(2013헌마497, 2013헌마242). GS칼텍스는 1990년 개정된 구 조세감면규제법에 근거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주식 상장을 준비했지만 2003년 12월 말일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않게 됐다. 역삼세무서는 상장기간 내에 상장을 하지 않았거나 자산재평가를 취소한 경우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부과하도록 규정한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따라 700억여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GS칼텍스는 이에 반발해 세금 부과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서 승소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이를 파기환송하자 GS칼텍스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도중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2012년 5월 구 조세감면규제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가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했다. 한정위헌결정이란 헌법재판소법에는 규정이 없지만 어떤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이라고는 하지 않고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2009년 6월 파기환송심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헌재 한정위헌 결정은 위헌 결정으로서의 기속력이 없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했고 상고도 기각했다. 그러자 GS칼텍스는 다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재심기각 결정들은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청구인들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것인데, 이는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위헌 결정 이전에 이루어진 법원의 재판인 재심대상판결 및 법원의 재판을 거쳐 확정된 행정처분으로 원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과세처분에 대한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석태, 이영진 재판관은 이 사건 과세처분에 대해 "법원이 헌재 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당사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차단된 것이므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권리 구제를 위해 과세처분도 이 사건에서 함께 취소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해 "이전에 발표한 대법원의 입장에 변함이 없고 추가적으로 입장를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6일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한다"며 헌재의 지난 달 30일 재판 취소 결정을 정면 비판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법원은 당시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고, 법률이 헌법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상 대원칙"이라며 "합헌적 법률 해석을 포함한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법원의 권한에 대해 다른 국가기관이 법률 해석기준을 제시해 법원으로 하여금 그에 따라 당해 법률을 구체적 분쟁사건에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간섭을 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분립구조의 기본 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헌재가 다시 통제할 수 있다면 헌재는 실질적으로 국회의 입법작용 및 법원의 사법작용 모두에 대해 통제하게 된다"며 "이는 국회와 정부, 법원, 헌재에 독자적인 헌법상 권한을 부여하고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도록 한 헌법 개정권자의 근본적 결단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취소
헌법재판소
한정위헌결정
박수연 기자
2022-07-21
헌법사건
헌재 "'한정위헌 결정 기속력 무시… 법원 판결 취소"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기속력을 무시하고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가 30년 넘게 대법원과 갈등을 빚어온 '한정위헌' 결정이 헌재의 적법한 권한임을 재확인하면서 1997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대법원의 재판 결과를 취소한 것이다. 한정위헌결정이란 헌법재판소법에는 규정이 없지만 어떤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이라고는 하지 않고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30일 전직 대학교수 A씨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4헌마760)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일부 위헌) △법률에 대한 일부위헌결정에 해당하는 헌재 결정(2011헌바117)의 기속력을 부인한 법원의 재판(재심기각결정)은 재판청구권 침해에 해당해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르지 않은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낼 수 있고,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한 법원 재판은 헌재가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A씨는 2003년부터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위원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면서 공무원인 심의위원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상고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항소심 중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형법 제129조 1항 규정에 지방자치단체 산하 심사위원까지 포함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헌재는 2012년 "형법 제129조 1항의 '공무원'에 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299조 2항의 제주특별자치도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되고 2014년 대법원에서 재항고까지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헌재가 법률의 위헌성 심사를 하면서 합헌적 법률 해석을 하고 그 결과로 이뤄지는 한정위헌 결정도 일부위헌 결정으로, 헌재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에 해당한다"며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수호하고 헌법이 헌재에 부여한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의 범위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을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위헌결정을 하고, 이러한 법원의 재판에 대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재판소원금지조항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재심기각결정들은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청구인들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것"이라며 "이러한 재심기각결정들은 모두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으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고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법 제75조 3항에 따라 취소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청구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한정위헌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확정된 재판으로 그에 대한 구제는 재심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해, 한정위헌결정 이전에 확정된 청구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이라고 볼 수 없어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덧붙였다.
재판취소
헌법재판소
한정위헌결정
박수연 기자
2022-06-30
헌법사건
"위헌소원 인용돼도 당해 소송사건만 재심 허용… 헌법재판소법 합헌"
위헌소원이 인용되더라도 당해 소송사건에만 재심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제75조 7항과 비(非)형벌조항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 효력은 '장래효'를 원칙으로 하는 같은 법 제47조 2항은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1950년 발생한 나주경찰부대 사건 희생자의 유족인 A씨 등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7항과 6항, 제47조 2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20헌바401)에서 재판관 5(합헌)대 4(위헌)의 의견으로 최근 합헌 결정했다. A씨 등은 2007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상규명 결정을 받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2009년 패소가 확정됐다. 그런데 헌재가 2018년 8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1항 3호 및 4호 관련 사건에 소멸시효의 객관적 기산점을 적용하던 민법 제166조 1항, 제766조 2항을 일부위헌으로 결정했다(2014헌바148등). A씨 등은 이 결정을 근거로 2019년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 재판 중 헌법재판소법 제75조 7항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 7항은 '제68조 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6항은 '5항의 경우 및 제68조 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제45조 및 제47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한다. 또 제47조 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2항은 비형벌법규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을 장래효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 소급효를 인정해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 해석을 통해 예외적 소급효를 인정하는 규정으로, 입법자가 '구체적 타당성 내지 정의의 요청'과 '법적 안정성 내지 신뢰보호의 요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자를 조화시키기 위해 입법형성권을 행사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 이를 준용하는 장래효조항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 등은 2018년 위헌결정 전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소멸시효의 객관적 기산점 조항의 적용을 받아 청구기각의 확정판결을 받은 탓에 2018년 위헌결정을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없게 되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한 것이 오히려 청구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됐지만, 위헌결정의 효력과 재심에 관한 일반조항인 장래효조항과 재심사유조항에서 개별 위헌결정의 소급효와 재심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체계상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고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대립하는 헌법적 가치의 형량·조화가 필요한 사정을 고려할 때 이사건 유형에서의 국가배상청구를 위헌결정의 소급효와 재심사유를 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며 "재심사유조항과 장래효조항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헌재는 "다만, 입법론으로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등에서 재심사유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같이, 2018년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피해자·유족에게 특별재심을 허용해 구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선애·이석태·이은애·김기영 헌법재판관은 이 조항들이 과거사정리법 제2조 1항 3호, 4호 사건에서 국가배상청구의 특수성과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재심사유의 범위와 위헌결정의 효력을 불합리하게 제한하므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2018년 위헌결정의 당사자는 물론 그 밖의 피해자·유족의 경우에도 2018년 위헌결정의 효력을 받아 구제될 수 있게 되었음에 반해, 청구인들과 같이 2018년 위헌결정 전에 국가배상을 청구했지만 소멸시효의 객관적 기산점의 적용을 받아 패소 확정된 피해자·유족의 경우에는 2018년 위헌결정의 효력을 받을 수 없게 됐는데, 이는 '권리 위에 잠자지 아니하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였던 청구인들'을, '그렇지 아니하였던 2018년 위헌결정의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유족'보다 권리구제에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을 부여하는 사법제도를 형성하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권리 위에 잠자지 아니하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였던 자'에 대해 기존의 위헌법률이 적용된 결과를 용인하는 것으로서,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심사유조항과 장래효조항은 확정판결에 따라 국가배상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될 국가의 법적 안정성 이익만을 중시한 나머지, 과거사정리법 제2조 1항 3호, 4호 사건에서 국가배상청구의 특수성과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재심사유와 위헌결정의 효력 범위를 불합리하게 제한함으로써 청구인들이 2018년 위헌결정의 효력을 받아 재심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므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따른 법적 안정성의 보장 필요성'과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 필요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문제된 사안으로, 향후 국회의 개선입법 여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과거사정리기본법
과거사정리위원회
손해배상
헌법재판소법
박수연 기자
2021-11-30
헌법사건
헌재 "노인성 질환 장애인에게 장애급여 지급 금지 위헌"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65세 미만의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급여를 받을 경우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광주지법이 "장애인활동법 제5조 2호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2017헌가22)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이 조항을 개정하라며 입법개선 시한을 못박았다.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 A씨는 자신이 받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를 '노인장기요양급여'에서 '장애인활동급여'로 변경해줄 것을 관할 구청에 신청했다. A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65세 미만의 자로서 일정한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에 해당했다. 하지만 구청은 이를 거부했고, A씨는 2016년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소송계속 중 법원에 장애인활동법 제5조 2호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 줄 것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7년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이라도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 중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장기요양급여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활동법 제5조 2호는 노인장기요양급여를 받는 사람은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하지 못하도록 신청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는 월한도 최고 648만원인 반면, 노인장기요양급여는 월한도 최고 149만원으로 두 급여의 금액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요건을 충족하는 노인장기요양급여 수급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헌재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와 노인장기요양급여의 급여량 편차가 매우 크고, 활동지원급여와 장기요양급여는 사회활동 지원 여부 등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이 65세 미만의 장애인 가운데 일정한 노인성 질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일률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을 제한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조항으로 발생하는 차별은 잠정적이라거나,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원의 필요성 내지 수요에 맞는 급여,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제도 전반에 걸쳐 합리적 체계를 구축한다면 제도 개선에 따른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순위헌을 선언해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경우 중복급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자립지원의 필요성과 간병·요양의 필요성을 기준으로 한 장애인활동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급여의 구분체계에 법적 공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2022년 12월 31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장애인활동지원 제도는 장애인의 삶의 질과 건강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장애인 관련 국가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며 "입법자는 장애인의 자립의지와 가능성, 생애주기를 포함한 사회 일반의 생활양태, 국가 재정상황, 전체적인 사회보장의 상태와 균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범위에서 수급자 선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제도개선의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활동법
노인성질환
장애인
노인장기요양급여
손현수 기자
2020-12-23
헌법사건
20년간 점유하면 시효취득…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합헌'
타인 소유 토지에 승낙없이 분묘를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하면 이를 시효취득하는 것으로 보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성문법이 아닌 관습법도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최근 A씨가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7헌바208)에서 재판관 7(합헌)대 2(각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A씨는 1990년 부천시 소재 임야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는데, 이 임야에는 B씨 조상의 분묘가 설치돼 있었다. 이 분묘는 조선 후기 설치돼 후손들에 의해 관리되다가, 1957년경 B씨의 아버지가 관리하기 시작했고 이어 B씨가 관리했다. 그런데 A씨는 관련법에 따라 2014년 분묘 개장 허가를 받은 뒤, 분묘를 굴이(掘移, 무덤을 파서 옮기는 작업)하고 화장해 유골을 공원묘원에 봉안했다. 이에 B씨는 2014년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가 임야 일부에 대한 분묘기지권을 취득했으므로 A씨가 분묘를 굴이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158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분묘기지권에 대한 관습법은 위헌이라며 2017년 헌법소원을 냈다.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우선 관습법도 법률의 효력을 갖기 때문에 그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봤다. 헌재는 "헌법 제111조 1항 1호와 5호, 헌법재판소법 제41조 1항 및 제68조 2항은 위헌심판의 대상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률'이라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 뿐만 아니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약 등도 포함된다"며 "이렇게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 등을 위험심판의 대상으로 삼으로써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가능하게 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관습법도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분묘기지권이 효(孝)사상을 기반으로 오랜 세월 우리 사회에서 관습으로 형성돼왔고,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면서 이 같은 전통문화의 보호 및 법률질서의 안정은 중대한 공익에 해당한다며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비록 오늘날 전통적인 장묘문화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문화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며 "분묘를 모시는 자손들에게 분묘의 강제적 이장은 경제적 손실을 넘어 분묘를 매개로 형성된 정서적 애착관계 및 지역적 유대감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전통문화에 배치되므로 관습법을 통해 분묘기지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도 분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등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은 그 범위가 적절히 한정돼 있다"며 "단지 원칙적으로 지료지급의무가 없다거나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관습법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재산권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관습법은 헌법의 규정에 의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고, 관습법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관습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심판청구를 각하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관습법
헌법
분묘기지권
분묘
지상권
손현수 기자
2020-11-09
헌법사건
"전동킥보드 시속 25km 제한은 합헌"
전동킥보드 최고 속도를 시속 25㎞로 제한한 안전확인대상생활용품의 안전기준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27일 A씨가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확인대상생활용품 안전기준 제2조 2항 32호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2017헌마1339)을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A씨는 사용하던 전동킥보드가 고장 나자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려 했다. A씨가 사용하던 전동킥보드는 최고 속도 제한기준이 없을 때 제조된 것으로 시속 45㎞까지 주행이 가능했다. 그런데 2017년 8월 시행된 안전확인대상생활용품의 안전기준은 전동킥보드의 최고속도를 시속 25㎞로 제한했고, A씨는 기존 전동킥보드보다 속력이 낮은 제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A씨는 "전동킥보드를 사용할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침해되고, 차도에서 다른 차량보다 느린 속도로 주행함에 따른 위험성 증대로 인해 신체의 자유도 침해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위험성을 가진 재화의 제조·판매조건을 제약함으로써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일정 정도 제한할 뿐, A씨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고 속도 제한기준을 둔 취지는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함과 동시에 도로교통상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차도로 주행하는 전동킥보드의 최고 속도가 시속 25㎞보다 빨라지면 다른 자동차 등과의 주행속도 차이는 줄어들지만 대신 전동킥보드 운행자의 낙상 가능성과 사고 발생 시 결과의 중대성이 높아진다"며 "최고 속도 제한을 두지 않는 방식이 이를 두는 방식에 비해 확실히 더 안전한 조치라고 볼 근거가 희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한 속도인 시속 25㎞가 전동킥보드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박탈할 정도로 지나치게 느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동킥보드
안전호가인대상생활용품
안전기준
행동자유권
자기결정권
손현수 기자
2020-03-10
헌법사건
선거운동에 ‘확성기’ 사용 허용하면서 소음기준 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확성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와 관련된 소음 규제기준을 따로 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공직선거법 제79조 3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8헌마730)에서 지난달 27일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2008년 7월 같은 취지의 구 공직선거법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한 기존 결정을 11년 만에 바꾼 것이다. 헌재는 개선 입법시한을 2021년 12월 31일로 못 박았다. 공직선거법 제79조 3항 등은 공직선거 후보자가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을 위해 자동차와 이에 부착된 확성장치 및 휴대용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따로 소음 규제기준은 정하지 않고 있다. A씨는 "2018년에 치러진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거주지 주변에서 확성장치 등을 사용해 유발된 소음으로 고통을 받았다"며 "공직선거법이 확성장치의 최고출력, 사용시간 등 소음에 대한 규제 조항을 두지 않아 건강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합리적 기준의 최고출력 기준 등 마련 필요” 헌재는 "공직선거법은 확성장치를 사용함에 있어 자동차에 부착하는 확성장치 및 휴대용 확성장치의 수와 관련해 '시·도지사선거는 후보자와 구·시·군선거연락소마다 각 1대·각 1조,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 및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는 후보자마다 1대·1조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만 두고 있을 뿐 확성장치의 최고출력 내지 소음 규제기준은 두고 있지 않다"면서 "기본권의 과소보호금지 원칙에 부합하면서도 선거운동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최고출력 내지 소음 규제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선애·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는 공직선거에 있어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선거인들에게 효율적으로 알리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며 "확성장치의 최고출력 내지 소음 규제기준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해서 국가가 국민 기본권 보호의무를 과소하게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소음
확성기
공직선거법
박수연 기자
2020-01-13
1
2
3
4
5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