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A 씨 등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9헌바93 등)에서 재판관 6(합헌)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과 신고·고발한 학생에 대한 접촉 등을 금지하고 학급교체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A 씨 등은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등의 조치를 받자 그 근거조항이 위헌이라며 2019년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서면 사과 조항에 대해 "이 조항은 가해학생에게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학생의 피해 회복과 정상적인 학교생활로의 복귀를 돕기 위한 것으로, 가해학생도 학교와 사회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이므로 선도와 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기에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 없이는 피해학생의 진정한 피해회복과 학교폭력의 재발방지를 기대하기 어려워 서면 사과 조치는 단순히 의사에 반한 사과명령의 강제나 강요가 아니라, 학교폭력 이후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정상적인 교우관계회복을 위한 특별한 교육적 조치로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선애, 김기영,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서면 사과 조항은 피해학생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되지만, 사과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감정 내지 의사의 표현이므로 외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의사에 반한 윤리적 판단이나 감정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학생들의 인격과 양심의 형성에 왜곡을 초래해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헌재는 이외에 △피해학생과 신고·고발한 학생에 대한 접촉 등 금지 조항 △학급교체 조항 등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피해학생 등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서 가해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부모 대표가 과반을 차지하는 자치위에서 결정한 사항을 학교장이 반드시 따르게 한 규정인 과거 의무화 규정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의 설치·운영 등에 관한 사항과 자치위 구성·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규정한 조항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