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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 피해자 동의 받지 않아도 된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정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 조치할 때는 피해자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설령 피해자가 분리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더라도 경찰이 현장 상황에 따라 분리 조치를 했다면 적법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1일 확정했다(2022도2076). 경찰은 2020년 2월 B 씨의 어머니로부터 112 신고를 받았다. B 씨의 어머니는 딸인 B 씨가 '동거 중인 남자친구인 A 씨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했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곧바로 A 씨의 주거지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 씨에게 B 씨와 떨어져 있을 것을 요구했다. A 씨는 경찰이 B 씨를 주거지 밖으로 이동시키려 하자 화를 내며 경찰관의 몸을 양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A 씨는 또 현행범으로 체포돼 연행된 파출소에서 "이런 행동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돼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자 책상을 넘어뜨리고 키보드를 밟아 공용물건손상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폭력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 씨는 상고심에서 자신은 경찰의 위법한 분리조치에 저항한 것이므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며, 가정구성원에는 배우자 뿐 아니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며 "이 법 제5조는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응급조치로서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해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즉시 현장에 나가서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및 범죄수사(1호)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2호),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3호) △폭력행위 재발 시 제8조에 따라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4호) 등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규정과 이 법의 입법 목적, 응급조치를 둔 취지,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는 피해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이 A 씨와 B 씨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가정구성원으로 본 것이 상당한 점, 경찰관이 출동해 이들을 대면했을 때 B 씨 얼굴에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고 A 씨가 과격한 언행을 보인 점, 112 신고 내용 등을 종합하면 경찰관이 이들을 분리조치한 것은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따른 응급조치로서 적법하고 설령 B 씨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가정폭력
분리조치
피해자동의
박수연 기자
2022-09-05
형사일반
[판결] 임시보호명령 받은 가정폭력사범, 피해자 주거지 접근했다면
임시보호명령을 위반한 주거지 접근 등을 피해자가 양해·승낙했더라도 가정폭력처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1도14015). A씨는 2018년 9월 법원으로부터 △피해자의 주거 및 직장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 △피해자들의 휴대폰, 이메일 주소, 유선, 무선, 광선 및 기타 전자적 방식에 의해 부호, 문언, 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지 말 것 등의 임시보호명령을 받고 같은 해 12월 피해자 보호명령도 받았다. 그럼에도 A씨는 피해자의 주거지에 접근하고 메시지를 보내 임시보호명령과 보호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는 메시지 송신과 주거지 접근이 있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다만 A씨의 혐의 중 일부는 피해자의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임시보호명령 결정 등이 A씨에게 송달되기 전의 주거지 접근과 메시지 송신 행위를 제외하고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2심은 "법원의 허가가 아닌 피해자의 양해나 승낙으로 구성요건 해당성을 조각할 수 있다고 한다면 개인의 의사로 법원의 명령을 사실상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A씨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A씨에게 고양이들의 관리 지시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거나 피해자의 주거지에 접근하도록 허락했다고 할지라도 이로써 가정폭력처벌법위반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임시보호명령 발령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에게 먼저 연락했고 이에 피해자가 대응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A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던 중 여러번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 등을 보면 A씨가 임시보호명령을 위반해 피해자의 주거지에 접근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가정폭력사범
임시보호명령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박수연 기자
2022-01-28
형사일반
[판결] "前 남편 죽여달라" 살인청부 받고 실행… 40대男, '징역 24년' 확정
"이혼한 남편을 살해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청부 살인을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3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한모(41)씨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7도10828). 사설 구급차 기사였던 한씨는 2014년 5월 직장 선배인 김모(50)씨와 함께 A(당시 69세)씨를 납치해 살해하고 경기도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A씨의 전 부인 B(65)씨로부터 5000만원과 함께 살인청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가정폭력에 시달린 적이 있는 B씨는 A씨와 합의이혼한 후 재산분할소송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는 또 김씨와 함께 같은 해 1월 돈을 뺏을 생각으로 C(당시 49세)씨를 납치·살해한 뒤 충남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았다. 두 사건 모두 직장 선배 김씨가 주도하고 한씨가 동조한 것으로 조사됐고 2심에서 사건이 병합됐다. 2심은 김씨에게 무기징역, 한씨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앞서 상고를 포기해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한편 이들에게 전 남편을 살해해 달라고 한 B씨는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살해
청부살인
납치
이세현 기자
2017-11-23
형사일반
[판결] 폭력 남편 살해한 60대 아내… 정당방위 주장했지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장식용 돌로 내리쳐 숨지게 한 6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 여성은 37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극도의 불안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방어 차원에서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와 배심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다우 부장판사)는 1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61·여)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2017고합47). 김씨는 지난해 3월 23일 오전 1시 30분께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2.5~3㎏ 가량의 장식용 수석으로 남편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일 남편은 계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김씨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유리잔을 집어 던지는 등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생활 동안 남편의 폭력과 외도에 시달리던 김씨는 순간적으로 원망의 감정이 폭발해 장식용 수석으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쳤고,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출입문 쪽으로 기어가는 남편의 머리를 다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당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고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심원 9명은 김씨에게 전원 유죄 평결을 내렸다. 또 배심원 3명은 징역 5년을, 나머지 6명은 징역 4년의 양형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남편의 머리를 돌로 내리쳐 살해한 범행은 매우 잔혹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김씨가 37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자녀들을 위해 참고 견뎌온 점, 가정폭력에 정신적·육체적으로 시달린 나머지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나머지 가족들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살인
폭력
우발적범행
외도
왕성민 기자
2017-10-24
형사일반
[판결] "가정폭력사건, '불처분 결정' 이후에도 기소 가능"
가정폭력 사건 가해자에 대한 법원의 불처분 결정이 있었더라도 검찰이 같은 사실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7조 1항 1호는 판사는 가정보호사건을 심리한 결과 보호처분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처분을 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47)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가정폭력처벌법에 규정된 가정보호사건의 조사·심리는 검사의 관여 없이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진행하는 형사처벌의 특례에 따른 절차"라며 "당사자주의와 대심적 구조를 전제로 하는 형사소송절차와는 그 내용과 성질이 다르므로,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보호처분의 결정 또는 불처분결정에 확정된 형사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가정폭력처벌법에는 불처분결정에 대해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을뿐만 아니라,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가정폭력범죄라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 공소가 제기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후 검사가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하거나 법원이 이에 대해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고 하더라도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내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2012년 10월 부인 노모씨를 밀어 넘어뜨리고 마룻바닥에 이마를 부딪치게 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미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법원의 불처분 결정이 있었으므로, 검찰이 이를 다시 공소제기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1,2심은 "가정폭력처벌법에 의해 보호처분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불처분 결정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가정폭력사건
가정폭력범불처분결정
가정폭력처벌법
일사부재리원칙
가정폭력범기소
이세현 기자
2017-09-04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판결] "평생 못 나올 곳에 넣어 달라"… 前 남편 청부살해, 징역 15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합의이혼한 후 재산분할을 놓고 다투던 전 남편을 청부살해한 60대에게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살인 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문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7도578). 재판부는 "이혼으로 더 이상 남편과 동거하지 않아 폭력에 노출되지 않았음에도 원망과 불안감, 재산분할 청구에 따른 배신감 등에 사로잡혀 청부살해를 교사했다"며 "원심의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씨는 2014년 평소 알고 지내던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 최모씨에게 "전 남편을 평생 못 나오게 할 수 있는 곳에 넣어 주면 5000만원을 주겠다"며 살인을 청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씨의 부탁을 받은 최씨는 빚에 시달리던 지인에게 문씨의 전 남편을 살해하도록 한 뒤 경기도 양주시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 문씨는 전 남편이 "자녀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문씨 소유 상가건물에 대해 재산분할 소송을 내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평생 못 나오게 할 수 있는 곳에 넣어 달라'는 말은 살해해 달라는 의사를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다만 문씨가 가정폭력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아왔던 것으로 보이고, 자녀들이 위해를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던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함이 없는 상태에서 공교롭게도 재산분할 절차가 진행되자 범행을 실행한 만큼 가정폭력은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아니다"라며 형량을 높여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폭력
살인교사
이혼
청부살해
신지민 기자
2017-05-12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부부강간죄' 대법원 판례 변경 의미와 파장은
부부간에도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자 법조계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6일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강모(45)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에서 징역 3년6월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성식(45·사법연수원 24기) 대법원 공보관은 "이번 판결은 법률상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양성 평등 사회를 지향하며, 혼인과 성에 관한 시대변화의 조류와 보조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손정혜(31·37기)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도 "강간죄 대상에서 배우자를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판결"이라며 "가정폭력 문제에는 성폭력도 포함되고 있으므로 뒤늦게나마 처벌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환영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우자간 성관계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져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달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형법상 강간죄의 대상인 '부녀'에 법률상 배우자도 포함되는지를 놓고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강간죄 객체인 부녀에는 '처(妻)'도 포함"= 이번 판결은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한 첫 사례다. 종전에도 부부간 강간을 인정한 사례(2008도8601)가 있긴 하지만, 이혼을 하기로 합의가 되는 등 실질적인 부부관계라고 볼 수 없는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강간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97조상의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는 여자를 말한다"며 "형법이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배우자가 강간죄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는 민법상 동거의무가 인정되고, 여기에는 성생활을 함께할 의무가 포함되지만 혼인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므로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하는 것은 부부간 의무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때에는 남편이 아내와 강제로 성관계했더라도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70도29)를 변경했다. 유럽에서는 부부강간죄를 인정하는 국가가 많다. 미국이나 영국은 1960년대까지 '배우자 강간면책'을 인정해 왔으나, 미국은 1984년, 영국은 1991년 판결에 의해 이 이론을 폐기했다. 독일은 1997년 형법을 개정해 배우자 강간을 인정했다. 프랑스는 오히려 부부 강간을 일반 강간보다 가중처벌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아직 배우자 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학설과 판례의 태도다. ◇부부강간 신고사례 증가 예상, 가사사건에도 영향 줄 듯= 그동안 배우자 강간이 사법심사 대상이 된 것은 1970년 대법원 판결을 포함해 5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부부간 강간범죄가 발생해 피해자가 고소를 해도 강간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판결이 없어 수사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판결로 피해 당사자는 물론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기 때문에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형법적 판단을 내린 것이지만, 가사·민사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혼가정이 증가하고, 민사사건에서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다른 변호사는 "부부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폭행, 협박 등의 행위가 있다면 이혼사유가 됐지만, 폭행이나 협박보다 중범죄인 강간죄가 인정된다면 이혼소송은 물론 위자료를 청구하는 면에서도 피해자인 여성 배우자가 한층 유리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섭(38·33기) 이혼사건 전문 변호사도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일반적인 사례보다는 위자료 액수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는 위자료 지급 상한이 있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변호사는 "그동안 이혼사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의 간통을 형사고소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간통 대신 강간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섰던 김혜정 영남대 로스쿨 교수는 "이혼을 원하는 배우자가 있다면 강간죄가 성립하기 전에도 폭행이나 협박을 이혼사유로 삼았기 때문에 이혼가정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유리하기 위해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강간죄는 강압적인 성교에 불법성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민사상 문제가 불거진다고 해도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오히려 부당한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부부간 강간 '친족 강간'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나= 다음달 18일 시행에 들어가는 개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법)은 가중처벌되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처벌 대상에 '동거하는 친족'을 추가했다. 일반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성폭력법상 친족간 강간죄는 법정형이 7년 이상으로 훨씬 올라간다. 7년 이상의 법정형은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3년6월의 형을 선고받게 되므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동거하는 친족에 배우자가 포함된다면 배우자 강간이 일반 강간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되는 불균형이 생기는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문리상 '동거하는 친족'에는 배우자가 포함된다고 봐야겠지만, 법 개정 취지가 배우자를 가중처벌하려는 것인지는 이후 사건이 들어왔을 때 법원이 해석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도 민일영(57·10기) 대법관은 배우자 강간을 인정하게 되면 처벌의 불균형이 생기게 되는 점을 지적한 뒤 참고인에게 의견을 물었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할 일을 참고인에게 물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을 할 때 양형단계에서 처벌상 불균형이 있다는 점을 참작할 수는 있지만 엄연히 법정형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입법을 통해 문제가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부강간죄
성적자기결정권
배우자강간
친족강간
성폭력법
좌영길 기자
2013-05-20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대법원 '부부 강간죄' 공개 변론 "갑론을박"
동거 의무가 있는 배우자를 폭행이나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부부 강간죄의 성립 여부를 두고 대법원에서 전례 없는 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은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부인을 흉기로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A(45)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다가 지난해 12월 '사람'으로 개정됐을 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사실상 이혼 상태인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한 적은 있지만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한 적은 없다. 이날 대법정에서는 피고인 A씨의 변호인인 신용석(55·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와 이건리(50·16기)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불꽃튀는 논쟁을 벌였다. 참고인으로는 피고인 측에서 윤용규 강원대 교수가, 검찰 측에서는 김혜정 영남대 로스쿨 교수가 나와 전문가 의견을 진술했다. ◇"부부간 동거의무에는 강제 성관계 포함 안 돼"=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1·2심은 형법은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해도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공개변론에 출석한 이 공판송무부장도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법상 동거의무를 근거로 주장되는데, 민법상 동거의무는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강간을 수인해야 할 것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강간죄 대상에서 처를 제외한다면 헌법상 보장되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양성평등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간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부부관계를 이유로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사회가 보호의무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 교수도 "결혼한 여성은 처 이전에 성적 결정권을 가지는 한 사람이고,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부사이의 강간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의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고, 강간죄의 대상에 법률상의 처를 인정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부부관계를 자유로운 선택행위로 전환하는 제도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보다 가정 보호 먼저"= 하지만 신 변호사는 배우자를 강간죄 대상으로 삼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강조하며 반론을 펼쳤다. 그는 "강간죄 구성요건 중 '부녀'개념에 법률상 처가 포함되느냐의 문제는 형법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 정책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대부분의 이혼사건에서 강간이 주장될 것이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부강간의 특성상 남녀 진술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실체적 발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형사통계에서 사기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민사의 형사화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통계 수위를 강간죄가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이 부부간 강간죄 인정을 위해 실질적 혼인관계를 요구한 것은 이러한 고민에 의한 것인데, 60년간 법률조항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부부강간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참고인인 윤 교수는 2009년 부산지법에서 부부강간을 인정하자 자살한 피고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이 사안은 구성요건을 확장할 문제가 아니라 치료와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초기에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가 형법이 모든 걸 떠맡게 된다면 형법 이전에 사회정책을 찾는 노력없이 처벌이 강화돼 신 응보형주의라는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일영 대법관, '처벌 불균형 문제' 우려도=당사자와 참고인 진술이 끝난 후 대법관들의 질의와 답변이 이뤄지면서 대법정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 사건 주심인 신영철 대법관은 "남편으로부터 야만적인 성행위를 당한 부인이 수사기관에 신고한 다음, 자식들이나 자기 장래를 생각해 가정을 유지해야 하겠다고 생각이 바뀌어서 가정을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에도 남편을 처벌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 공판송무부장은 "가정폭력 사건을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다루는 방법이 있으므로, 반드시 피고인을 구속하거나 가정을 해체하는 쪽으로 강간죄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 사건에서 사건의 성질과 동기, 행위자의 성향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이 아닌 접근제한, 친권제한, 사회봉사와 수강명령 등의 보호처분을 통해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정보호사건'제도를 두고 있다. 이상훈 대법관도 "그릇이 금간 경우 새로 떼워서 쓸 것인지, 버리고 새로 사서 써야 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폭력있는 가정은 회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개별사안에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는 있고, 배우자를 강간하는 가정이 실질적으로 건강한 가정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가정유지를 원한다면 보호조치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강간죄의 객체에서 배우자를 배제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은데, 국가에게는 혼인 파탄을 막아야 할 의무도 있다"며 "부부강간의 현상이 존재한다고 해서 형벌이 부부 침실에 들어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창수 대법관이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사건을 통해 가사나 민사 사건에서 유리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얘길 많이 한다"고 하자 김 교수는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있다면 강간 성립 이전에 폭행·협박만으로도 이혼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혼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고,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겠지만 강간죄는 강압적인 성교에 불법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민사상 문제가 불거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민일영 대법관은 부부강간죄를 인정할 경우 처벌의 불균형이 생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내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이게 침해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처벌돼야 한다는 것이 부부강간을 인정하자는 입장인데, 친족간 성폭력은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어 처를 강간하면 일반 형법조항이아닌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돼 양형상 심한 불균형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 답변을 머뭇거리자 재판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할 일을 참고인에게 물을 수는 없다"며 질의 응답 순서를 마쳤다. 양 대법원장은 공개변론을 마치며 "대법원은 오늘 나타난 여러 사정을 모두 종합해 최선의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공개변론은 가정 내 부부관계의 특수성, 부부간 성의 의미와 기능, 배우자 강간죄가 인정될 경우 부부와 가족관계에 미치게 될 변화와 영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부부강간
동거의무
특수강간
부녀
보호의무
실질적혼인관계
좌영길 기자
2013-04-22
형사일반
신고된 사람이 출동한 경찰에 지구대로 가자고 했다면… 체포 하려는 경찰에 한 항의는 정당방위
가정폭력범으로 신고된 사람이 출동한 경찰에게 지구대로 가자고 했다면 그 이후에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더라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6부(재판장 이헌숙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김모(5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2011노3052). 재판부는 "가정폭력범으로 신고된 김씨가 아파트 밖으로 나와 출동한 경찰에게 지구대로 가자고 했으나, 경찰이 현장에서 관련자의 진술을 청취해 사건 경위를 알아야 한다고 했고, 이에 김씨가 갑자기 욕설 하고 신분증 요구에 항의하며 지갑을 거칠게 내밀었다는 이유만으로는 현행범 체포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당시 경찰관의 체포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체포 과정에서 지갑으로 경찰관의 얼굴을 쳤다거나 지구대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 경찰관에게 욕을 하거나 물을 뿌리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해도 이는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수원시 장안구 A아파트 입구 앞 노상에서,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원중부경찰서 장안문지구대 소속 경사 강모씨가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하자, 욕을 하고 지갑을 던지듯이 내밀어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지구대에서도 욕을 하고 물을 뿌려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됐다. 이현복 수원지법 공보판사는 "사건 당시 김씨가 지구대에 가서 진술하겠다고 한 만큼 도주의 위험성이 없어 현행범으로 체포할 필요가 없었던 사건"이라며 "경찰이 지구대가 아닌 현장 조사를 강행하며 김씨의 흥분과 욕설에 동기를 제공한 면도 다소 있다"고 밝혔다. (수원)
가정폭력
형행범
공무집행방해
가정폭력범
지구대
불법체포
정당방위
모욕죄
2011-12-12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배심원 3시간 넘는 격론 끝 ‘유죄’ 평결… 재판부서 존중
"재판장님, '술집'을 '남성바'라고 지칭하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배심원단에게 편견을 줄 수 있습니다."(검사) "'남성바'가 (호스트바 인지 여부가) 입증이 안됐다고 용어 사용에 제한을 둔다면 변론을 어떻게 하겠습니까?"(변호인) "용어 선정부터 양측이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감정이 포함될 수 있는 표현은 자제해 주시고 배심원단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들으시길 바랍니다."(재판장) 지난 20일과 21일, 인천시 남구에 위치한 인천지법 제413호 대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이규 부장판사)는 1년 동안 사실혼관계로 같이 살던 여성 B(36)씨를 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A(37)씨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2010고합893). 20일 오전 9시 반, '선정기일통지서'를 받은 총 41명의 배심원 후보자가 하나 둘 법정에 모였다. 재판부는 7명의 배심원과 한 명의 예비 배심원을 선정하기로 돼 있었다. 배심원 후보자들은 모두 번호표를 받고 법정으로 들어갔고 배심원 선정절차는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배심원 선정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첫 번째 추첨을 통해 선정된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배심원을 찾기 위해 여러 질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가정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부강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은 반면, 변호인 측은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수사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세 차례의 추첨 끝에 비로소 예비배심원을 포함한 8명의 배심원단이 선정됐다. 여성이 3명이었고 남성은 5명이었다. 공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A씨가 동거녀인 B씨를 안구파열 등이 될 정도로 폭력을 사용했고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강간했다"며 총 7가지의 범죄사실을 들어 A씨를 특수강제추행·흉기휴대폭행·특수강간 등 혐의로 기소한 사실을 설명했다. 하지만 곧 변호인은 반박했다. "검찰이 얘기하는 범죄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B씨가 쓴 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B씨는 폭행을 당했다고 한 다음날에도 쇼핑을 하고 남성들이 나오는 술집에 갔습니다. 오히려 B씨는 A씨의 돈을 노리고 A씨와 함께 살았습니다."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인 만큼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변호인 측의 반박은 강력했다. 먼저 피해자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이 법대 왼편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범행 장소로 특정된 방의 깨진 유리창과 피해자를 강간하기 위해 협박할 때 사용했던 흉기와 드라이버 등을 찍은 증거사진을 제출했다. 이후 검찰이 피해자가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안구가 파열됐다는 공소사실을 이야기하면서 B씨가 병원에서 찍은 당시 얼굴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B씨의 왼쪽 눈 흰자가 피로 붉어진 모습과 심하게 부은 얼굴 사진을 본 배심원단이 술렁였다. "흉기로 위협을 하며 강간을 했다고 들었는데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검사)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피해자) 피해자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제가 (네,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도록) 물어봐드릴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배심원들에게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가 없어요. 힘드시더라도 본인이 직접 설명하시는 게 낫습니다."(검사) 피해자가 공소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진술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피해자 진술이 끝나자 재판부는 5분 동안 휴정한 뒤 공판을 재개해 변호인 반대신문을 진행시켰다. "증인의 학력은 어떻게 되시나요?"(변호인) "전문대를 졸업했습니다. 전공은… 전공이 이 사건과 상관이 있나요?"(피해자) "네, 있습니다."(변호인)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습니다."(피해자) "고등학교도 예고를 다녔나요?"(변호인) "네."(피해자) 변호인은 이어 피해자가 A씨의 아버지가 준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을 뽑아 증거로 제출하며 남자 종업원이 나오는 술집에 갔는지를 추궁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던 배심원들도 시간이 지나자 연필을 손에 쥐고 사건 내용을 메모하며 집중했다.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재판은 치열하게 진행됐다. 이번 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사람은 17명이었다. 첫째날은 A씨에게 폭행을 당해 안구가 파열되던 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5명이 증인신문을 다 하고나니 재판은 밤 10시 반이 되어서야 일단락됐다. 이튿날 이어진 증인신문에서도 증인들의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등 양측의 공방은 팽팽했다. 이번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로 하고 검찰과 변호인단은 지난 2월부터 이미 5번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친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쟁점들을 정리하고 증거도 미리 제출했지만 실제 재판은 예정과 달리 길어졌다. 21일 오후 7시 예정이었던 선고는 이날 11시가 넘어서야 내려졌다. 배심원단은 저녁 7시반부터 11시까지 치열한 토론을 거친 끝에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배심원 평의는 3시간이 넘게 진행됐지만 보통 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평의는 4시간이 기본이고 5~6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배심원단의 평의 결과는 7개 공소사실 중 6개에 대해서는 무죄였다. 다만, A씨가 고의로 B씨의 안구를 파열했다는 혐의(상해)에 대해서는 근소한 차이(4대3)로 유죄 의견이 나왔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의결과를 존중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과 보호관찰 2년을 선고했다. 48시간 동안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을 날카롭게 지켜보던 '국민 재판관들'의 긴 재판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국민참여재판
성폭행
사실혼
동거녀
안구파열
특수강간
특수강제추행
흉기휴대폭행
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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