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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징계혐의 대상자 징계절차 회부사실 공시는 명예훼손"
징계 혐의 대상자를 명시해 징계 절차 회부 안내문을 회사 게시판에 게시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최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모 기업 인사업무 담당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1도6416). A씨는 회사 전기관리 업무 담당자인 B씨가 근무 중 관리소장과 마찰을 빚자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상부에 보고했고 이후 B씨에 대한 징계 절차가 개시됐다. A씨는 2019년 7월 인사위원회를 소집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B씨에게 발송한 뒤, 관리소장에게 이 같은 내용인 담긴 문서를 게시판에 게시하라고 지시했다. 관리소장은 회사 직원 40여명이 볼 수 있도록 방재실과 기계실, 관리사무실 게시판 등에 이 문서를 게시했다. 검찰은 A씨가 관리소장과 공모해 B씨에 대한 징계 절차 회부 사실을 공연히 적시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근로자를 징계 절차에 회부하는 내용의 안내문 게시 행위가 회사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문서 내용에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 징계 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돼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징계 혐의 사실은 징계절차를 거친 다음 확정되는 것이므로 징계 절차에 회부됐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문서에 징계절차에 회부된 사실뿐 아니라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절차에 관한 사항'이 공개된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면서 "A씨가 발송한 문서를 관리소장이 대신 수령해 개봉한 후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한 것 또한 B씨가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통지받기 전에 근무현장 게시판에 그 사실을 게시해 공지할 만한 긴급한 필요성을 찾아보기 어렵고 관리소장이 임의로 개봉해 게시한 것에 중대한 흠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의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공지해 회사 내부의 원활한 운영 도모라는 공익이 달성될지 의문이며 그런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 의결 후 그러한 사실을 공지해도 충분히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문서 내용이 B씨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와 징계사유의 존재에 관한 것으로 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정도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고, 문서 게시로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 A씨의 행위를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은 행위로 볼 수 없다"며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징계위 회부 사실은 사생활에 관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공적 절차에 해당해 공적 관심의 대상이고, A씨가 문서를 사내 게시판에 게시한 것에 특별한 근거가 없고 절차상 적절하지 않은 측면은 있지만, 그런 사정만으로 징계절차 회부 사실의 공적인 성격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서 내용은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위법성조각사유
공공의이익
징계
명예훼손
박수연
2021-09-20
형사일반
[판결] "종이포장 뜯어 의약품 팔면 약사법 위반"
해열제가 담긴 의약품 종이박스를 개봉해 묶음 채로 알약을 판매한 것은 약사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약사 김모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0도18321). 서울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씨는 지난해 2월 종이박스에 담긴 해열제를 개봉한 뒤 손님에게 5정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약사법은 '누구든지 의약품 등 제조업자·품목허가를 받은 자나 수입자가 봉함(封緘)한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을 개봉해 판매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의약품 종이상자를 개봉해 알약 다섯개 한 묶음을 그대로 판매했을 뿐, 묶음을 풀어서 낱개로 판매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2심은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은 의약품의 효능을 유지하고 변질을 막는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의약품 용기나 포장에 제품명, 유효기한, 성분, 용법, 용량, 주의사항 등 중요 정보들이 기재돼 있다"며 "김씨가 비록 알약 다섯 개들이 한묶음을 풀지 않고 그대로 판매했더라도 의약품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기재돼있는 종이포장을 개봉해 한 묶음만 판매한 것은 약사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김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약사법
해열제
알약
묶음판매
손현수 기자
2021-04-01
형사일반
[판결] "의약외품 재포장도 불법제조행위 해당… 약사법 위반"
다른 제조업자가 만든 의약외품(醫藥外品)을 재포장한 사업자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의약외품 불법 제조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의약외품이란 멸균밴드나 콘택트렌즈 세정 제품 등 질병의 치료나 예방에 쓰이긴 하지만 인체에 미치는 작용이 경미해 편의점 등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된 제품을 말한다. 의약외품 제조를 업으로 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제조업 신고와 품목별 품목허가 또는 품목신고를 해야 한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의약외품을 불법 제조·판매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임모씨에게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임씨가 운영한 A사에는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2019도9078). 재난대비 제품 개발 업체인 A사의 실질적 대표인 임모씨는 2009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제조업 신고를 하지 않고 다른 의약외품 제조업자가 제조한 멸균밴드와 멸균장갑, 콘택트렌즈 세정 제품 등을 개봉해 명칭과 유효기한 등을 임의로 기재한 다음 재포장해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임씨는 재포장 과정에서 멸균제품이 아닌 것을 멸균제품으로 거짓 기재하거나 콘택트렌즈 세정액을 상처 소독용 제품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1심은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판매 혐의와 의약외품 거짓·과장 광고 등 임씨의 약사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임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A사에 벌금 1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판매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약사법은 의약외품을 제조하는 행위와 의약외품의 용기나 포장을 봉함(封緘)하는 행위를 별개의 행위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임씨 등이 개봉 후 포장한 장갑이나 밴드는 재포장 과정에서 화학적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낮으며, 설령 어떠한 변화가 생기더라도 그 정도가 크지 않아 임씨 등이 의약외품을 새로 제조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판매 혐의 역시 인정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6도20406). 다만, 의약외품 거짓·과장 광고 등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임씨는 제조업체로부터 포장이 봉함된 의약외품 뿐 아니라 반제품이나 포장되지 않은 상태의 제품을 공급받아 완제품 형태로 포장하고, 그 제품이 자신의 회사가 제조한 것처럼 상호를 표시하고 제품의 용도와 용량 등을 표기했다"며 "따라서 (소비자 등이) A사를 제조업체로 오인하거나 원래의 제품과의 동일성을 상실해 별개의 제품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임씨 등의 재포장 행위는 의약외품 제조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A사 작업장 등의 상태에 비추어 봉함된 포장을 뜯거나 개별 포장도 되지 않은 제품의 포장 단계에서 감염 등으로 원래 제품의 성상 등의 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임씨 회사를 제조업체로 오인하거나 원래의 제품과의 동일성을 상실하여 별개의 제품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의 재포장행위는 의약외품 제조행위로 봐야 하고, 누구든지 제조업 신고를 하지 않고 제조한 의약외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의약외품의 무신고 제조 및 판매 행위는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임씨에게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A사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을 받아들여 그대로 확정했다.
약사법
의약외품
불법제조
손현수 기자
2019-09-19
항공·해상
형사일반
[판결] "영장없이 국제화물 뜯어 마약 적발… 유죄 증거로 못 쓴다"
국제화물에 숨겨들여온 마약을 검찰 수사관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세관공무원에게서 제출받아 압수했다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마모(50)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4도8719). 재판부는 "세관공무원은 관세법에 따라 수출입물품의 통관을 적정하게 함을 목적으로 압수수색영장 없이 우편물의 개봉 및 성분분석 등을 할 수 있고, 통관검사를 위해 직무상 소지 또는 보관하는 우편물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세관공무원의 수출입물품 검사, 보관 등의 행위가 통상적인 통관업무가 아니라 관세범, 마약사범 등 구체적인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에 대한 것일 때에는 적법절차의 원칙과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당연히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4조 1항에 따른 조치의 일환으로 특정한 수출입물품을 개봉해 검사하고 그 내용물의 점유를 취득하는 것은 범죄 수사인 압수 또는 수색에 해당하므로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아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마씨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멕시코에 체류중이던 지인인 문모씨를 통해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씨는 특송화물에 마약을 숨겨 접수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특송화물이 국내에 도착하기 전 관련 첩보를 입수해 특송화물을 통제하기로 인천공항세관과 협의한 상태였다. 2011년 6월 27일 마약이 들어있는 화물이 도착하자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들은 세관공무원을 통해 화물을 넘겨받아 화물에 숨겨진 마약 2봉지와 포장지 등을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사전이나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화물 내용물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한다는 내용의 압수조서만 작성했다. 1,2심은 "이 사건에서 특송화물을 취득하고 개봉해 필로폰을 찾아낸 세관공무원의 조치는 통관업무 담당자로서 한 행정조사가 아니라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에서 필로폰 수입 범죄의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한 수사에 해당하므로, 사전 혹은 사후에라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이상 이는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압수물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세관
압수수색영장
마약
국제화물
이세현 기자
2017-07-31
형사일반
세무공무원 영장없이 국제우편물 열어 마약성분분석 "정당"
세관공무원이 영장 없이 국제 우편물을 개봉해 마약 성분 분석 등 검사를 한 행위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국제우편을 이용해 필로폰을 밀수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로 기소된 박모(49)씨에 대한 상고심(2013도7718)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세법상 세관공무원은 수출·수입 또는 반송하려는 물품에 대해 검사를 할 수 있고, '수출입물품 등의 분석사무 처리에 관한 시행세칙'은 수출입물품의 품명과 규격, 성분, 용도 등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세관 분석실 등에 대한 분석의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우편물 통관검사 절차에서 이뤄지는 우편물의 개봉, 시료채취, 성분분석 등의 검사는 수출입물품에 대한 적정한 통관 등을 목적으로 한 행정조사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압수·수색영장 없이 검사가 진행됐다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세관공무원이 통관검사를 위해 직무상 소지 또는 보관하는 우편물을 수사기관에게 임의로 제출하면서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강제로 점유를 취득하지 않은 이상 우편물을 압수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해 중국에 체류 중인 유모씨와 일명 '필로폰'으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을 밀수입하기로 공모했다. 유씨는 같은해 9월 중국에서 필로폰 약 4.9g을 의약캡슐 15개에 나눠 담아 일반의약품과 함께 묶어 국제특급우편으로 박씨에게 발송했고, 세관은 유씨가 보낸 우편물을 개봉해 마약성분이 검출되자 검찰에 우편물을 넘겼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박씨는 "우편물을 개봉하거나 성분분석을 하면서 압수영장을 받지 않아 위법한 증거수집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으나, 2심은 "세관의 우편물 검사는 영장 발부 대상이 아니다"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세관공무원
국제우편물마약
우편물통관검사
관세법
필로폰
마약성분분석
좌영길 기자
2013-10-04
형사일반
영화 '부러진 화살' 흥행… 투명한 재판절차 확립 계기돼야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 10일만인 27일 관객수 115만명을 넘어섰다. 영화는 2007년 박홍우(60·사법연수원 12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를 석궁으로 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사건의 형사재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데에는 영화의 상업성과 배우들의 연기, 사법부의 신뢰 하락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영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26일 보수 성향의 학부모단체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김형두(47·사법연수원 19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아파트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유리창에 계란을 투척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법원은 27일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영화가 기본적으로 흥행을 염두에 두고 1심에서의 증거조사 결과는 의도적으로 외면한 채 항소심의 특정 국면만 부각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영화와 진실은 어떻게 다를까. ◇'부러진 화살은 어디로'…영화와 실제 판결= 영화가 다루고 있는 첫 쟁점은 '부러진 화살'의 행방이다. 김 전 교수는 박 법원장에게 화살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몸에 박혔다고 하는 화살을 찾을 수 없는데도 유죄판단을 내린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2008도2621)에서 "수사기관이 범행현장에서 증거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이를 증거조작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러한 경우에는 화살 1개라는 증거물이 없는 상태에서 나머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 범죄의 사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체포 당시 김 전 교수는 석궁과 화살 3개를 가지고 있었고, 석궁가방 안에는 화살 6개와 회칼, 노끈 4개를 넣고 있었다가 압수당했다. 영화는 김 전 교수가 재판장을 실제로 석궁으로 쏠 생각은 없었던 것처럼 묘사했지만, 대법원은 "김 전 교수가 석궁을 구입한 후 1주일에 1회정도 60~70여발씩 석궁을 발사하는 연습을 했고, 7회에 걸쳐 박 법원장의 거주지 부근을 찾아가 귀가시간을 확인했다"며 "단지 피해자에게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이라면 이러한 계획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당시 김 전 교수의 석궁은 시위를 당겨 걸면 자동적으로 안전장치가 잠기기 때문에 이것을 풀기 전에는 발사되지 않았다는 점도 김 전 교수의 범행고의를 뒷받침했다. 박홍우 법원장의 와이셔츠에 핏자국이 없다는 점도 의문으로 부각된다. 김 교수 측은 박 법원장이 입고 있던 내의와 조끼에는 혈흔이 있는데 중간에 입은 와이셔츠에만 혈흔이 없는 것은 모순이며, 증거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국립과학수사 유전자분석 감정결과는 피해자가 입었던 조끼와 속옷 상의, 내의, 와이셔츠 등에서 혈흔이 발견됐고, 유전자형 분석결과 모두 동일한 남성의 유전자형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법원은 국과수 감정과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사건 당시 박 법원장은 배꼽부위에 상처가 있었고 출혈로 인해 속옷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고 진술한 점, 와이셔츠의 혈흔이 눈으로 확인이 잘 안된다는 주장보다는 속옷과 내의에서 다량의 출혈흔적이 확인된다는 사실의 증명력이 훨씬 큰 점 등을 근거로 박 법원장의 피격사실을 인정했다. ◇부당한 재판절차 진행 있었나=영화는 피고인이 증인이나 증거신청을 하고,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우선 재판부가 김 전 교수측이 피해자인 박 법원장을 증인으로 다시 신청한 것을 받아주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김 전 교수측은 "처음에는 화살이 배에서 튕겨나갔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화살을 뽑아냈다고 하는 등 위증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이미 1심에서 김 전 교수측이 박 법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직접 신문했고, 위증 가능성도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이를 기각했다. 또 김 전 교수측은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녹음과 속기를 신청하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락해야 함에도 항소심 재판장이 신청을 기각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은 김 전 교수측이 녹취록을 인터넷에 그대로 공개하는 등 재판 외의 목적으로 사용했고, 이런 사정을 '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김 전 교수측이 1심에서 주장하지 않던 증거들을 항소심에서 대거 신청한 것을 두고 구속기간 만료로 인한 석방 등 다른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예술적 영화도 대법원 판결 존중해야"= 국내 언론·방송법 분야의 대가인 박용상(68·사시 8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실제로 있는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는 국민들이 사실관계에 관해선 픽션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증거법칙에 의해 정당성이 있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예술적인 가미가 있어야 한다"며 "일방 당사자의 이야기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다른 당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명예를 실추시킨다면 이것은 예술의 자유를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화살을 누가 중간에 주워갔을 수도 있고, 감췄을 수도 있는데 모든 사실관계가 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완벽히 설명되는 수사는 오히려 없다고 봐야 한다"며 "어느 특정 부분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서 비판을 한다면 그것은 정당한 비판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영화로 인해 판결의 정당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교수가 낸 민사재판의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43·사법연수원 23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원고 승소를 생각하셨던, 심하게 표현하자면 자신에게 석궁으로 테러를 가한 사람을 편들기까지 하셨던 분(박홍우 법원장)께서 무슨 이유로 또 어떤 이득을 얻으시려고 자해를 하고 증거를 조작하겠느냐"는 내용의 글을 필두로 영화가 법원 판결의 옳고 그름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반응이 이어졌고, 일선 판사들도 "영화를 보고 공판기록을 다시 찾아봤다"거나 "김 교수도 잘못한 부분이 많은데 영화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재판절차 투명성 높이는 계기로 만들어야"= 이번 사건이 재판절차를 투명하게 만들어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가 제기한 교수지위 확인소송의 1심 재판부는 공정성을 의심받는 일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당시 재판장이었던 이모(55) 부장판사는 피고인 성균관대학을 졸업했을뿐만 아니라 법원에 복직하기 전 피고의 변호를 맡은 A법무법인에서 1년4개월여간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정성을 의심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판사 스스로가 재판을 '회피'하고 사건을 재배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법원은 "법무법인에서 근무를 마친 지 4년이 지난 후 재판을 맡았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항소심이 김 교수가 졸업한 서울고 출신 법관과 성대 출신 법관을 모두 배제하고 사건을 배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판부의 고압적인 재판진행도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공판에서 증거신청을 최대한 받아주는 것이 당사자의 불신을 줄일 수 있다"며 "실제로 모든 증거신청을 다 받아주는 재판부도 있고 그럴 경우 상소율이 낮아지지만, 그럴 경우 1심 재판부의 업무부담이 너무 높아지는 문제도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러진화살
김명호전성균관대교수
석궁테러사건
형사소송법
증거법칙
좌영길 기자
2012-01-30
엔터테인먼트
형사일반
영화 '도가니' 실제와 가공 사이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법조계에도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도가니'는 개봉 불과 열흘만에 관객 200만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등 돌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2000년부터 5년간 광주 '인화학교'의 교장과 교사들이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달 28일 이 영화를 보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이 영화에서와 같은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 유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본 법조인들은 대체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며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겸허히 인정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초래할 부정적인 면도 우려되고 있다. 영화가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돼 실제와 다른 부분이 적지 않은데도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사 측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등장인물 및 사건 전개에는 영화적 허구가 가미되어 실제 사실과 다를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영화적 구성에 사용된 내용들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법조계에 대한 비난과 불신은 도를 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 '도가니'의 실제 사건 항소심을 맡았던 한 부장판사는 인터넷에 실명이 공개돼 곤혹을 치러야 했고,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에게는 전관예우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양 대법원장도 "영화가 고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판과정을 사실과 다르게 보여줌으로써 사법에 대한 신뢰가 근거 없이 훼손된 점은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과연 영화속 '도가니' 판결은 사실과 어떻게 다를까. ◇ 처벌 규정상 친고죄 감안된 실제 판결= 당시 1심 재판부는 중요 피고인인 인화학교 교장에게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2006고합496). 집행유예를 선고한 영화속 1심과는 달리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문제는 항소심 선고 결과다. 실제 항소심 재판부는 교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08노51). 이 때문에 '파렴치범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난이 시작됐다. 영화에서는 2심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고, 이와 관련해 변호인에 대한 전관예우 의혹 등을 묘사했다. 그러나 당시 실제 사건에서 중요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법률인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 등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다(제10조1항).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심 단계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합의하자 피고인에 대한 고소가 취하된 사정을 양형에 반영했다. 결국 형벌규정의 문제가 사법부 판결로 불똥이 튄 것이다. ◇ 1심 검사는 속상한 마음, 변호사는 전관예우 없어= 1심 공판 당시 담당검사였던 임은정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지난달 30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글을 올려 "피해자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 결과에 경찰, 검찰, 변호사, 법원의 유착이 있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싶다"며 국민들의 비난여론을 수용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속상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반성하는 기폭제가 된다면, 그래서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도가니를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당시 교장 등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는 영화에서 그려진 전관예우 의혹에 대해 "판사를 그만둔 지 7년 뒤에 맡은 사건이라 항소심 재판장은 검사와 함께가 아니라면 변호사 면담 신청조차 받지 않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모두가 돌을 던진다고 변호사마저 피고인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 현행 법률로는 어떻게 처벌되나=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 이후 국회는 관련 법을 개정했다. 2007년 8월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을 개정해 청소년 강간과 강제추행 등을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바꿨고, 지난해 4월에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을 개정, 비친고죄로 변경했다. 형량 역시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성폭력범죄등에관한특례법은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강간은 7년 이상의 징역에서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유사성교는 5년 이상에서 7년 이상, 강제추행은 3년 이상에서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바뀌었다. 장정희 광주고법 공보판사는 "지난 사안에 현행 법규가 적용될 경우 형량이 어떻게 선고될 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정 법규에 따를 경우엔 합의가 됐더라도 죄질 등을 고려했을 때 형량이 가볍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 석궁테러 사건 다룬 영화 개봉에 법조계 긴장= 지난 2007년 1월 발생한 석궁테러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법정영화 '부러진 화살'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법조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자신에게 패소판결을 한 재판장에게 석궁을 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이야기다. 이 영화 역시 판사가 실제로 화살을 맞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등 사건을 재구성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처럼 법정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대한 불신, 특히 사법불신의 골이 깊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가니'의 경우 범죄의 대상이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분노의 크기가 증폭됐다는 평가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자신이 사회적 약자가 됐을 때 공공기관이 자기를 지켜줄 수 없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다름 아닌 사법불신의 한 유형"이라고 평가했다. 판사들의 실명이 공개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노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묻고 대안을 요구하고 싶은데, 마땅히 그런 곳을 찾지 못해 감정적으로 대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법조계가) 사람들이 분노하는 데 대한 기저(基底)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불신
영화도가니
석궁테러사건
청소년성보호법
도가니판결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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