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있는 여성의 볼을 잡아당긴 60대 남성에게 법원이 성추행죄를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민유숙 부장판사)는 최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장애인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항소심(2014노53)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인천에서 경륜장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61)씨는 2012년 12월 말 오후 남편과 함께 경륜장에서 자전거 경주를 구경하던 지적장애 3급 장애인 A씨를 발견했다. A씨 부부는 평소 이 경륜장에 손님으로 자주 방문해왔기에 A씨 남편과 이씨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A씨 부부에게 다가간 이씨는 남편 옆에 서서 종이로 학을 접고 있던 A씨의 볼을 손가락으로 꼬집었다. 이씨는 이 사건 당일 오전에도 A씨가 남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너희는 부부관계를 하루에 세번이나 하냐, 그거 많이 하면 말라 죽는다"고 말하는 등 평소 피해자 부부에게 성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검찰은 이씨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했으나, 1심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거나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남편이 있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성이며 피해자의 남편과 달리 피고인과 특별한 친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범행 장소가 불특정 다수인이 오가는 경륜장 내부이고 피해자가 남편이 가까이 있는 곳에서 범행을 당한 점, 사회 통념상 여성의 볼을 만지는 행위는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것인데, 나아가 엄지와 검지의 두 손가락을 이용해 볼을 움켜쥔 후 잡아당겼다면 성적인 의미의 행위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출한 것으로서 이를 당하는 여성은 물론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기분이 찝찝하다. 무섭다'며 자신이 느꼈던 성적수치심을 표현했고, 평소 이씨의 부적절한 언행에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씨가 피해자의 얼굴을 만질 무렵에는 성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