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시험문제와 정답으로 시험을 봐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3부(이관형·최병률·원정숙 부장판사)는 21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20노2657).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던 1심보다 감형된 형량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교무부장인 아버지로부터 답안을 유출받아 1년 동안 5차례에 걸쳐 숙명여고 학교장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다른 학생들에게 직접적 피해가 발생했고, 공교육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여전히 정기고사 성적은 실력으로 이룬 정당한 성적이라고 하면서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이 사건으로 피고인들의 아버지 A씨는 징역 3년의 실형을 복역했고, 피고인들은 학교에서 퇴학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대학입시와 직결돼 있다"며 "피고인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보인 태도와 행동들 때문에 형사책임과 별개로 국민적 비난과 지탄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아버지가 징역 3년을 마친 지금까지도 이 사건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채 정상적 생활을 못하고 있다"며 "수사과정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입원치료를 받은 점과 서로 상대방이 치른 시험에 대해선 업무방해의 공동정범으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 등 1심과 달라진 제반 모든 사정을 종합해 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숙명여고 1학년에 재학중이던 쌍둥이 자매는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교무부장이던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쳐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쌍둥이 자매는 당시 성적이 크게 올랐고, 2학년 때는 문·이과에서 각각 1등을 하는 등 급격한 성적 상승을 보여 문제 유출 의혹의 대상이 됐다. 이들은 경찰 수사가 발표된 2019년 12월 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
앞서 1심은 2020년 8월 쌍둥이 자매의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2019고단4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