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생 교실을 찾아가 동생과 다툰 친구를 찾으며 "나중에 혼내주겠다"고 말한 것도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에게 직접 폭언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가 이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두려움을 느꼈다며 학교폭력이라는 것이다.
모 공립초등학교 5학년생인 A(12)군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살 어린 친동생 B(11)군이 같은 반 친구 C(11)군과 다툰 일 때문에 부모님이 점심시간에 경찰관과 함께 학교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동생이 공부하는 교실을 찾아갔다. A군은 동생 반 학생들에게 "내 동생과 다툰 C는 어디에 있느냐, 찾아와라", "C를 찾으면 혼내주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당시 교실에 없었던 C군은 친구들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겁에 질려 불안감에 떨다 조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같은해 12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A군이 피해 학생에 대해 '서면사과'를 하도록 결정했다.
그러자 A군의 부모는 "아들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면서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손현찬 부장판사)는 A군의 어머니가 이 학교 교장을 상대로 낸 서면사과 처분 취소소송(2017구합21229)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학생의 인권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교화·육성이 필요한 정도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실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 학교폭력"이라며 "상급반 학생인 A군이 자신의 동생인 B군과 C군이 속한 반을 직접 찾아가 화난 표정을 지으며 지속적·반복적으로 C군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찾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군이 교실에 머물며 C군을 기다린 점과 관련 학생들의 진술 등에 비춰보면 A군은 C군이 동생과 다퉜던 일에 대해 항의·보복을 목적으로 교실을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가해학생의 행동이 형법상 범죄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더라도 객관적으로 피해학생의 신체·정신에 피해를 줄만한 유형적 행위와 이로 인한 고통이 있었다면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군 역시 자신의 위협적인 언동이 피해학생에게 동급생을 통해 그대로 전달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고, 대법원 판례(2001도7095)에 따르면 해악의 고지는 제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다"면서 "이러한 행위는 학교교육의 목적상 결코 가볍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정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