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물취득으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장물보관죄가 인정되는 경우 별도의 공소장 변경 절차없이 유죄 판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朴在允 대법관)는 13일 신용카드를 습득한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금팔찌를 사주려다가 붙잡혀 장물취득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최모씨(58)에 대한 상고심(2002도5306)에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장물취득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장물취득의 점과 실제로 인정되는 장물보관의 범죄 사실은 객관적 사실관계로서는 동일하고, 다만 이를 장물취득으로 볼것인가 보관으로 볼것인가 하는 법적 평가에 있어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이상 공소사실의 변경이 없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을 장물보관죄로 처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단순히 피고인이 신용카드들의 사실상 처분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춰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4월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를 습득한 박모씨에게서 수고비 20만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신용카드로 금팔찌를 사려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1년6월이 선고되자 대법원에 상고해 장물취득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돼 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