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50·사법연수원 21기) 전 검사장이 넥슨으로부터 받은 여행경비와 제네시스 승용차는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언젠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뇌물죄의 대가성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또 진 전 검사장이 제공받은 넥슨 주식매수대금 4억2500만원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판결해야 한다면서 재판을 다시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진 전 검사장의 형이 파기환송심에서 상당부분 감경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6억원, 추징금 5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7도12346).
진 전 검사장은 2006년 11월 당시 가격으로 8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넥슨재팬 주식 8537주를 넥슨 창업주이자 친구인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무상 취득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대표는 2005년 6월께 진 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대금 4억25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줬다. 이후 진 전 검사장의 가족 명의 계좌로 주식값을 다시 송금해 사실상 무상으로 주식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 전 검사장은 2015년 주식을 처분해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또 넥슨 측으로부터 고급 승용차인 제네시스를 처남 강모씨 명의로 넘겨 받아 사용하고, 한진그룹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강씨 명의의 청소용역업체가 한진그룹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도록 해준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공짜 주식과 차량 등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청소용역을 따낼 수 있도록 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은 김 대표 측이 제공한 주식매수 대금과 여행경비, 차량 등을 뇌물로 추가로 인정해 징역 7년과 벌금 6억원, 추징금 5억여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같은 금품을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상관없이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단순한 호의관계에 따라 주고받은 것으로 인정했다. 두 사람은 고등학생 시절인 1985년 처음 만나 대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내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익이 오고 갈 당시에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에게 직무와 관련된 사건이 장래에 발생할 개연성이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면서 "공소사실의 청탁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부탁할 사건 자체를 특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를 위해 해줄 직무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막연하기 때문에 진 전 검사장이 받은 이익이 그가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관해 수수됐다거나 그 대가로 수수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진 전 검사장에게 잘 보이면 그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에서 이익을 공여했고, 진 전 검사장 역시 김 대표가 그러한 기대감을 가질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수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 중 주식매수와 관련된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면소판결을 해야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확립된 종전 법리를 다시 확인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