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명의를 빌려 허위 세무신고를 대리한 사람도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세무사뿐만 아니라 세무사 자격이 없는 사람도 조세범처벌법이 정한 '납세의무자를 대리해 세무신고를 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세무사법 위반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세무사법 위반 등의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전부 유죄 취지로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9도9269).
A씨는 2013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세무사 B씨로부터 명의를 빌려 5차례에 걸쳐 C사 등의 세무신고를 허위로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가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하기 위하여 타인의 조세에 관하여 거짓으로 신고를 하였을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조세범처벌법 제9조 1항을 A씨에게 적용해 기소했다.
세무사 뿐만 아니라
세무사 자격 없는 사람도
‘납세의무자 대리해
세무 신고 하는 자’에 해당
재판에서는 세무사 자격이 없는 A씨도 이 조항의 구성요건인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행위주체를 단순히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로 정하고 있을 뿐, 세무사법 등의 법령에 따라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과 요건을 갖춘 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며 "납세의무자를 대리해 거짓으로 세무신고를 하는 경우 그 자체로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조세포탈행위와 별도로 거짓신고행위를 처벌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에는 세무사 자격이 없더라도 납세의무자의 위임을 받아 대여받은 세무사 명의로 납세의무자를 대리해 세무신고를 하는 자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유죄취지 파기환송
앞서 1심은 "A씨가 납세의무자를 대리해 세무신고를 하며 조세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하기 위해 거짓신고를 했다"며 세무사법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세무대리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은 조세범처벌법 제9조 1항의 행위주체인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는 세무사 자격이 없어 처벌 조항의 행위주체가 아니므로 무죄"라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세무사 자격 없이 세무대리 업무를 한 점을 인정해 세무사법 위반 등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고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