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받은 피고인이 2심에서는 집행유예로 감형됐더라도 1심에는 없던 벌금 5000만원을 부과받았다면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법 제368조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 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2일 뉴타운 거주자로부터 주거이전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차장 이모(45)씨에 대한 상고심(☞ 2012도7198)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고된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됐는지는 일단 형법상 형의 경중을 기준으로 하되, 병과형이나 부가형, 집행유예, 노역장 유치기간 등 주문 전체를 고려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가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1심이 선고한 '징역 1년6월'의 형과 2심이 선고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놓고 본다면 1심 판결보다 2심의 판결이 가볍다고 할 수 있지만, 2심은 1심이 선고하지 않은 벌금 5000만원을 병과했기 때문에 집행유예의 실효나 취소가능성, 벌금 미납시의 노역장 유치 가능성 및 그 기간 등을 전체적·실질적으로 고찰하면 2심이 선고한 형은 1심이 선고한 형보다 무거워 이씨에게 불이익하다"고 설명했다.
뉴타운 정비공사를 수주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A사의 차장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2008년 10월 서울시 남가좌동 뉴타운 개발과 관련해 지역 주민 정모씨로부터 "주거이전비 1억1000여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만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0년 12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지역 주민들로부터 2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자 항소했으나, 2심이 징역 1년6월형을 집행유예하는 대신 벌금 5000만원을 부과하자 "피고인만 항소한 2심의 형이 오히려 무겁게 나왔다"며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