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허위로 형사고소 하도록 한 이른바 '자기 무고(誣告)'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인에게 자신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허위 고소하도록 한 혐의(무고)로 기소된 강모씨에게 무고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무고 방조 혐의만 유죄로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3도12592).
재판부는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이 때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해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며 "범죄의 실행에 가담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가 공동의 의사에 따라 다른 공범자를 이용해 실현하려는 행위가 자신에게는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무고죄의 구성요건 해당되지 않아
범죄성립 안 돼
이어 "형법 제156조에서 정한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라며 "따라서 자기 자신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행위, 즉 자기 자신을 무고하는 행위는 무고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무고하기로 제3자와 공모하고 무고행위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무고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범죄가 성립할 수 없는 행위를 실현하고자 한 것에 지나지 않아 무고죄의 공동정범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무고방조' 혐의만 인정
벌금선고 원심확정
강씨는 2009년 건설회사를 설립하면서 A씨의 명의를 빌려 사업자 등록을 했다가, 이후 A씨에게 영업부가세가 부과되자 자신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허위 고소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허위 고소를 실행한 A씨 뿐만 아니라 강씨도 허위 고소의 당사자라고 보고 무고죄의 공동정범으로 함께 기소했다. 형법상 공동정범은 직접 범행을 실행한 자(정범)와 같은 형량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2심은 "자신을 무고하는 '자기 무고'는 무고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며 강씨의 무고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무고 방조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