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가 가벼워 선고유예를 할 사안이라도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전력이 있다면 비록 집행유예기간을 사고없이 무사히 넘겼더라도 선고를 유예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형법 제59조1항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 선고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최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선고받은 나모(56·목수)씨에 대한 상고심(☞2007도9405) 선고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고유예가 주로 범정이 경미한 초범자의 갱생을 촉진시키고자 하는 제도이고, 유예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 또는 발각된 경우 선고유예의 실효사유가 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형법 제59조1항 단행의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라 함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범죄경력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 형의 효력이 상실된 여부는 묻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가 정해진 유예기간을 무사히 경과해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게 됐더라도 형의 선고의 법률적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일 뿐이고 형의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 자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형법 제59조1항 단행에서 정한 선고유예 결격사유인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나씨는 2005년 부산의 한 찜질방에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고 공사비를 받지 못하자 다른 건설업자들과 함께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찜질방을 경락받은 신모씨에게 영업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신씨가 지난해 3월 내부공사를 마치고 영업을 시작하자 상복을 입고 카운터 앞에 서서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는 선고유예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