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이 작성한 법률자문자료는 범죄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률자문을 받을 목적으로 비밀리에 이뤄지는 변호인과의 의사교환에 대해 의뢰인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는 영미법계의 '변호인-의뢰인 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을 인정한 것으로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주목된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의뢰인의 비밀이 강력히 보호될 수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더욱 신장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건설산업기본법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건설산업기본법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2008노2778).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만일 수사기관이 변호인 또는 의뢰인이 보관하고 있는 '법률자문 관련 자료'를 증거로서 압수하는 경우 변호인이 압수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의뢰인으로서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비밀이 누설돼 형사상 불이익을 방지할 수 없게 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형사소송법 등에서 구체적으로 규정되고 있지 않으나 헌법 제12조4항에 의해 인정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중 하나로서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에서 법률자문을 받을 목적으로 비밀리에 이뤄진 의사교환에 대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특권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의뢰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S건설사가 변호사 작성 의견서에 대한 압수를 허락한 바 없고 이를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한 바 없는 이상 압수절차의 위법여부와 관계없이 변호인-의뢰인 특권에 의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변호인 의견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원심의 조치는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S건설사 주택사업본부 성북사업소장이던 A씨는 2004년 장위3구역 재개발공사 수주를 위해 정비사업자 임원 B씨 등에게 5억여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2007년8월 기소됐다. 검찰은 수사중이던 2007년2월 압수수색과정에서 S건설과 A씨의 행위에 대해 S건설이 법무법인으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은 내용을 발견하고 압수를 했다.
1심 재판부는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를 인정했으나 건설산업기본법에 대해서는 2심과 마찬가지로 증거자료로 제출된 변호사 의견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다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