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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아파트 부녀회 활동 수입은 부녀회원들의 총유재산
아파트 부녀회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아파트 입주자 전체에 귀속되는 돈이 아니라, 부녀회원들에게 총유로 귀속되는 돈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부녀회장이 회원들과 상의해 이 돈을 부녀회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부녀회장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7도13252). 부산의 한 아파트 부녀회장인 A씨는 재활용품처리비용, 세차권리금, 게시판 광고 수입, 바자회 수익금 등 아파트 잡수입금 7000여만원을 부녀회 운영비 등으로 사용해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회장 재직 당시 부녀회 전 총무인 B씨로부터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부녀회원들과 상의해 변호사비용 등으로 부녀회비 23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와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이 A씨의 동대표 자격을 상실시키고 보궐선거를 실시하려하자 법원에 보궐선거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변호사비용 등으로 부녀회비 650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주택법은 '공동주택의 관리로 인하여 발생하는 수입'을 잡수입으로 정하고, 잡수입은 관리사무소장 등에 의해 관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부녀회는 아파트 자생단체로서 아파트 잡수입금의 예산집행에 관여할 수 없다"며 A씨를 기소했다. 입주민 전체의 수입으로 볼 수 없어 운영비로 사용해도 횡령 안돼 재판에서는 부녀회가 △입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품 처리·판매 △세차업자 계약·관리 △아파트 게시판 광고 수주 △바자회 등으로 얻은 수입을 주택법상 아파트 '잡수입금'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주택법에서 말하는 잡수입은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공동주택을 관리하면서 발생한 것으로서 그 수입이 입주자들 전체에 귀속되는 것이어야 한다"며 "모든 수입이 일률적으로 잡수입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고, 입주자들 전체에 귀속되는 수입에 한해 잡수입 항목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부녀회의 공동주택 관리활동 수입을 입주자대표회의 수입으로 귀속하기로 하거나 합의한 바 없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녀회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한 잡수입금 역시 부녀회원들의 총유로 귀속되므로 이를 주택법에서 정한 잡수입으로 볼 수 없고 입주자대표회의 소유로 의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변호사비용으로 부녀회비를 쓴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속한 부녀회는 2005년 11월 입주자대표회의와 독립해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실체를 갖게 됐으므로 부녀회가 회원들로부터 징수한 부녀회비는 회원들의 총유재산"이라며 "A씨가 사용한 변호사비용인 부녀회비가 입주민 전체 총유로 귀속된다는 전제로 그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2심은 "잡수임금과 부녀회비는 입주자대표회의에 그대로 귀속되거나, 입주민들 전체의 총유로 귀속된다"며 "A씨가 법령상 정해진 용도 외에 잡수입금 등을 사용한 것"이라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운영비
횡령
부녀회
아파트부녀회
손현수 기자
2021-02-03
형사일반
[판결] 친딸 성폭행하고 "무고당했다" 주장 40대, 징역 6년 확정
미성년자인 친딸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부녀간 성폭행이라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피해자인 딸이 자신은 강간을 당한 적이 없으며 거짓 피해진술을 한 것이라는 내용을 탄원서를 써 제출한 것은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명백한 증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게 징역 6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0도5034). 최씨는 2018년 자택에서 딸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질책을 하며 머리카락을 자르다 나쁜 마음을 먹고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범행 이후 "딸이 나를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진술해 무고했다"며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해 제출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16세 청소년인 친딸을 강간한 반인륜적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강간 범행으로 건전한 성적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할 시기에 있었던 피해자는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 및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징역 6년을 선고하고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각 5년간 취업제한 및 4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이에 불복한 최씨는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피해자인 딸 명의로 된 사실확인서 및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탄원서에는 '아버지(최씨)가 나를 강간한 사실이 없는데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록상 알 수 있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 등을 감안하면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협박 등에 의해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사실확인서 및 탄원서는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명백한 증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성폭행
친딸성폭행
강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손현수 기자
2020-07-13
형사일반
[판결] 결혼 한달 만에 '아내 성폭행 혐의' 남편에 '징역 7년'
결혼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는 부부라 할지라도 폭행·협박과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는 없다며 부부강간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전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석재 부장판사)는 7일 강간과 준강제추행, 강간치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송모(57)씨에게 징역 7년과 신상정보공개 7년,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10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을 선고했다(2017고합85). 송씨는 지난해 5월 아내 이모(50)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함께 살았다. 하지만 송씨는 같은해 6월 자택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 이씨가 친정어머니 생각에 울자 분위기를 깬다고 화를 내면서 주먹으로 이씨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씨는 며칠 뒤 집에서 이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옷을 벗은 채로 나가라, 아파트 주민들에게 망신을 당해봐라" 등의 욕설을 하며 이씨를 폭행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뒤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남편의 학대에 견디다 못한 이씨는 이튿날 새벽 잠옷만 걸친 채 집 밖으로 나와 도망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는 동거의무와 나아가 상호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지만, 폭행·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내포됐다고 할 수는 없다"며 "송씨는 아내 이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씨가 이씨에게 폭행과 협박을 가한 시각과 간음을 한 시각이 모두 30분 이내여서 부부싸움 후 피해자와 화해해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진 것이라는 송씨의 변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범행정황 등을 종합하면 송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습벽 및 재범의 위험성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씨는 과거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고 누범 기간이 끝나지 않은데다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피해자인 이씨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송씨는 지난 2012년에도 동거하던 여성을 폭행·강간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5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선고받고 2014년 12월 출소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3년 5월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강모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에서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의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당시 "강간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97조상의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는 여자를 말한다"며 "형법이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배우자가 강간죄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수강간
성적성실의무
성폭행
강간치상
준강제추행
강간
강한 기자
2017-09-07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판결] '남편 강간 혐의' 첫 기소된 여성… 법원, "강제성 없어 강간 혐의는 무죄"
남편을 상대로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가 적용돼 처음 재판에 넘겨진 여성에 대해 법원이 강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이재석 부장판사)는 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심모(41·여)씨에 대해 심씨가 지난해 5월 남편을 서울 종로구 한 오피스텔에 29시간 동안 가두고 손발을 청테이프로 묶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이혼 소송에 유리한 발언을 받아내 녹음한 혐의(감금치상·강요)만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심씨의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심씨가 남편을 감금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혐의(감금치상)로 기소된 김모(43)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보면 심씨가 남편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성관계 직전 두 사람의 행동이나 대화 내용을 보면 심씨로서는 상대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심씨의 남편이 묶여 있었지만 팔꿈치 아래 팔 부분을 움직일 수 있었고 심씨의 도움으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식탁에서 빵을 먹는 등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성관계를 맺기 직전 심씨가 남편을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심씨의 남편도 '성관계 전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호전됐다'고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10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심씨 부부는 해외에 거주하던 중 관계가 틀어져 이혼 소송을 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입국했다. 심씨는 유학생을 상대로 한 사기 혐의로 기소돼 영국과 한국에서 각각 1차례씩 처벌 받으면서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는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김씨의 도움을 받아 남편의 손발을 묶은 뒤 감금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심씨는 손발이 묶인 남편에게 "내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이혼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내용의 진술을 강요해 녹음하고, 묶인 남편의 바지를 벗긴 다음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3년 형법이 개정돼 강간죄 피해자가 '부녀(婦女)'에서 '사람'으로 범위가 넓어진 뒤 여성이 강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간
강간죄피해자
남편강간
강제성관계
감금치상
강요
이순규 기자
2016-09-09
형사일반
[판결] 귀가길 여고생 껴안으려다 소리 질러 도망갔더라도
야간에 혼자 길을 걸어가는 여고생을 껴안으려고 뒤따라가 등 뒤에서 양팔을 높이 들었다가 인기척을 느낀 피해자가 소리를 질러 범행을 중단했다면 강제추행 미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박모(30)씨는 2014년 3월 25일 밤 10시께 혼자 귀가하는 여고생 A(17)양을 발견하고 뒤따라가 강제로 껴안으려 했다. 박씨는 당시 마스크를 착용한 채 200m 가량을 뒤따르다 A양에게 1m까지 접근한 다음 양팔을 들어 A양을 껴안으려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A양이 뒤돌아서며 "왜 그러느냐"고 소리치자 도주했다. 검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제추행죄를 적용했다. 박씨는 또 같은해 7월 14일 자정 부녀자를 추행할 생각으로 광명시의 한 주택에 들어가 계단을 오른 혐의(주거침입)도 받았다. 1심은 박씨의 청소년성보호법상 강제추행과 주거침입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년6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명령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박씨가 A양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다"며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주거침입 혐의만 인정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박씨가 강제추행을 위한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5도6980).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가까이 접근해 갑자기 뒤에서 껴안는 행위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해 그 자체로 이른바 '기습추행'으로 볼 수 있다"며 "실제로 박씨의 팔이 A양의 몸에 닿지 않았더라도 양팔을 높이 들어 갑자기 뒤에서 껴안으려는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기습추행에 관한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행의 고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 즉 폭행행위를 해 실행행위에 착수했지만 추행의 결과에 이르지 못한 때에는 강제추행미수죄가 성립한다"며 "이러한 법리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강제추행
주거침입
기습추행
착수
강제추행미수
유형력
귀가길
홍세미 기자
2015-10-07
형사일반
[판결] 강간죄 적용 첫 기소 여성, 국민참여재판 끝에 "무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강간죄를 적용받아 기소된 40대가 이틀 간의 국민참여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내연남 A(51)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강간미수 등)로 구속기소된 전모(45·여)씨에게 배심원 9명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2015고합184).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수면제를 먹은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에 관해서는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또 죽음의 공포를 느껴 소변까지 봤다고 주장하지만 다툼이 끝난 뒤 전씨의 피를 닦아주고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등 공포감에 빠졌던 사람으로서는 취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씨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나온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전씨의 혈흔에서도 수면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것을 볼 때 전씨도 당시 수면제를 먹은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방을 강간하려는 사람이 스스로 수면제를 복용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전씨는 지난해 8월 4년간 교제해오던 A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자"며 A씨를 서울 관악구 자신의 집으로 부른 뒤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홍삼액에 타 먹이고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전씨는 잠에서 깨 성관계를 계속 거부한 A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친 혐의도 받았다. 2013년 형법 개정으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가 '사람'으로 바뀌면서 남성을 강간하거나 강간하려한 여성도 강간죄로 처벌이 가능해졌다.
국민참여재판
성폭행
강간죄객체
남성강간
강간죄
이장호 기자
2015-08-25
형사일반
불심검문 불응하고 도주… 경찰 승용차로 차단
경찰이 불심검문에 불응하는 자를 유형력을 행사해 가로막았다고 해서 무조건 부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안모씨는 2009년 7월 어느 날 새벽 2시께 대전 월평동의 한 거리에서 경찰관에게 불심검문을 요구받았다. 월평동 일대 부녀자 강도강간 사건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던 경찰관이 안씨의 인상착의가 용의자와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경찰관은 경찰공무원증을 제시하고 경찰관임을 알렸다. 하지만 안씨는 어두운 새벽길에서 사복 차림의 경찰관과 마주치자 강도로 생각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안씨는 200m 정도를 도망가다 뒤쫓아오던 경찰 승용차가 앞을 가로막자 굴러 넘어졌다. 안씨는 다시 일어나 도망가려다 경찰관에게 제지를 당했고,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다 상해를 입혔다. 안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법으로 체포돼 2010년 4월 기소됐다. 1심은 안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경찰관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안씨가 200m가량 도망감으로써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분명히 했는데도 경찰관들이 안씨 앞을 승용차로 가로막으면서까지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 행사로 답변을 강요한 것이 돼 불심검문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형사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은 지난달 27일 안씨에 대한 상고심(2011도13999)에서 무죄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심검문은 강도강간미수 사건의 용의자를 탐문하기 위한 것으로 안씨의 인상착의가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경찰관이 질문하려고 하자 막바로 도망하기 시작했고, 이럴 때 경찰관이 안씨를 추적할 당시 무엇이라고 말하면서 쫓아갔는지, 그 차량에 경찰관이 탑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표식이 있었는지, 안씨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로막으면서 차량을 세운 것인지, 차량의 운행속도·차량 제동의 방법, 안씨가 그 차량을 피해 진행해 나갈 가능성, 안씨가 넘어지게 된 경위와 넘어진 안씨에 대해 경찰관이 취한 행동을 면밀히 심리해 경찰관들의 추적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안씨는 당시 경찰관을 치한이나 강도로 오인해 착오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심으로서는 당시 안씨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등에 관해 면밀히 심리한 다음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할 수 있는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고 덧붙였다.
불심검문
공무집행방해
경찰관
사회통념
유형력
신소영 기자
2014-03-13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부부강간죄' 대법원 판례 변경 의미와 파장은
부부간에도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자 법조계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6일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강모(45)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에서 징역 3년6월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성식(45·사법연수원 24기) 대법원 공보관은 "이번 판결은 법률상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양성 평등 사회를 지향하며, 혼인과 성에 관한 시대변화의 조류와 보조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손정혜(31·37기)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도 "강간죄 대상에서 배우자를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판결"이라며 "가정폭력 문제에는 성폭력도 포함되고 있으므로 뒤늦게나마 처벌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환영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우자간 성관계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져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달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형법상 강간죄의 대상인 '부녀'에 법률상 배우자도 포함되는지를 놓고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강간죄 객체인 부녀에는 '처(妻)'도 포함"= 이번 판결은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한 첫 사례다. 종전에도 부부간 강간을 인정한 사례(2008도8601)가 있긴 하지만, 이혼을 하기로 합의가 되는 등 실질적인 부부관계라고 볼 수 없는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강간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97조상의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는 여자를 말한다"며 "형법이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배우자가 강간죄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는 민법상 동거의무가 인정되고, 여기에는 성생활을 함께할 의무가 포함되지만 혼인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므로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하는 것은 부부간 의무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때에는 남편이 아내와 강제로 성관계했더라도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70도29)를 변경했다. 유럽에서는 부부강간죄를 인정하는 국가가 많다. 미국이나 영국은 1960년대까지 '배우자 강간면책'을 인정해 왔으나, 미국은 1984년, 영국은 1991년 판결에 의해 이 이론을 폐기했다. 독일은 1997년 형법을 개정해 배우자 강간을 인정했다. 프랑스는 오히려 부부 강간을 일반 강간보다 가중처벌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아직 배우자 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학설과 판례의 태도다. ◇부부강간 신고사례 증가 예상, 가사사건에도 영향 줄 듯= 그동안 배우자 강간이 사법심사 대상이 된 것은 1970년 대법원 판결을 포함해 5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부부간 강간범죄가 발생해 피해자가 고소를 해도 강간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판결이 없어 수사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판결로 피해 당사자는 물론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기 때문에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형법적 판단을 내린 것이지만, 가사·민사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혼가정이 증가하고, 민사사건에서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다른 변호사는 "부부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폭행, 협박 등의 행위가 있다면 이혼사유가 됐지만, 폭행이나 협박보다 중범죄인 강간죄가 인정된다면 이혼소송은 물론 위자료를 청구하는 면에서도 피해자인 여성 배우자가 한층 유리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섭(38·33기) 이혼사건 전문 변호사도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일반적인 사례보다는 위자료 액수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는 위자료 지급 상한이 있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변호사는 "그동안 이혼사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의 간통을 형사고소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간통 대신 강간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섰던 김혜정 영남대 로스쿨 교수는 "이혼을 원하는 배우자가 있다면 강간죄가 성립하기 전에도 폭행이나 협박을 이혼사유로 삼았기 때문에 이혼가정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유리하기 위해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강간죄는 강압적인 성교에 불법성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민사상 문제가 불거진다고 해도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오히려 부당한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부부간 강간 '친족 강간'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나= 다음달 18일 시행에 들어가는 개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법)은 가중처벌되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처벌 대상에 '동거하는 친족'을 추가했다. 일반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성폭력법상 친족간 강간죄는 법정형이 7년 이상으로 훨씬 올라간다. 7년 이상의 법정형은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3년6월의 형을 선고받게 되므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동거하는 친족에 배우자가 포함된다면 배우자 강간이 일반 강간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되는 불균형이 생기는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문리상 '동거하는 친족'에는 배우자가 포함된다고 봐야겠지만, 법 개정 취지가 배우자를 가중처벌하려는 것인지는 이후 사건이 들어왔을 때 법원이 해석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도 민일영(57·10기) 대법관은 배우자 강간을 인정하게 되면 처벌의 불균형이 생기게 되는 점을 지적한 뒤 참고인에게 의견을 물었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할 일을 참고인에게 물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을 할 때 양형단계에서 처벌상 불균형이 있다는 점을 참작할 수는 있지만 엄연히 법정형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입법을 통해 문제가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부강간죄
성적자기결정권
배우자강간
친족강간
성폭력법
좌영길 기자
2013-05-20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대법원, "정상적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 인정된다"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부부 사이라도 남편이 폭행·협박을 동원해 아내가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면 강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혼을 위해 별거중이던 아내를 찾아가 성폭행한 남편에게 강간죄가 인정된 사례(2008도8601)는 있었지만, 부부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婦女)'에 아내도 포함될 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다는 점에서 가정생활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자료사진>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6일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A(45)씨의 상고심(2012도14788)에서 징역 3년6월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란 성년·미성년, 기혼·미혼을 불문하고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라며 "법률상 처(妻)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953년 제정된 구 형법은 강간죄를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에 규정했지만, 1995년 형법이 개정되면서 그 장의 제목이 '강간과 추행의 죄'로 변경됐다"면서 "이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현재 또는 장래의 배우자인 남성을 전제로 한 관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여성의 정조' 또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사회 일반의 보편적 인식과 법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되고 여기에는 배우자와의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포함되지만, 폭행·협박에 의한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해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같은 점을 종합할 때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는 법률상의 처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아내의 반항을 억압하고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률상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한 판결"이라며 "법원이 혼인과 성에 관한 시대 변화의 조류와 보조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훈·김용덕 대법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된 강제적인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그것이 부부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굳이 강간죄로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2001년 결혼한 A씨는 아내 B(40)씨와의 사이에 자녀 둘을 두고 한집에 살아왔다. 하지만 2~3년전부터 불화를 겪었다. 특히 아내가 밤늦게 귀가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지난 2011년 11월 11일 밤 10시30분께 집으로 돌아온 아내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뒤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와 찌를 듯이 위협한 다음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A씨는 이틀 뒤 다시 흉기로 아내 B씨의 옷을 찢고 같은 방법으로 한 차례 더 간음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강간죄를 인정해 징역 6년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A씨가 초범인데다 피해자인 B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냈다"면서 징역형량만 3년6월로 낮췄다.
정상적부부
부부강간죄
부녀
혼인파탄
양성평등
간음
온라인뉴스팀 기자
2013-05-16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대법원 '부부 강간죄' 공개 변론 "갑론을박"
동거 의무가 있는 배우자를 폭행이나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부부 강간죄의 성립 여부를 두고 대법원에서 전례 없는 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은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부인을 흉기로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A(45)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다가 지난해 12월 '사람'으로 개정됐을 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사실상 이혼 상태인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한 적은 있지만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한 적은 없다. 이날 대법정에서는 피고인 A씨의 변호인인 신용석(55·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와 이건리(50·16기)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불꽃튀는 논쟁을 벌였다. 참고인으로는 피고인 측에서 윤용규 강원대 교수가, 검찰 측에서는 김혜정 영남대 로스쿨 교수가 나와 전문가 의견을 진술했다. ◇"부부간 동거의무에는 강제 성관계 포함 안 돼"=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1·2심은 형법은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해도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공개변론에 출석한 이 공판송무부장도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법상 동거의무를 근거로 주장되는데, 민법상 동거의무는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강간을 수인해야 할 것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강간죄 대상에서 처를 제외한다면 헌법상 보장되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양성평등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간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부부관계를 이유로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사회가 보호의무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 교수도 "결혼한 여성은 처 이전에 성적 결정권을 가지는 한 사람이고,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부사이의 강간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의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고, 강간죄의 대상에 법률상의 처를 인정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부부관계를 자유로운 선택행위로 전환하는 제도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보다 가정 보호 먼저"= 하지만 신 변호사는 배우자를 강간죄 대상으로 삼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강조하며 반론을 펼쳤다. 그는 "강간죄 구성요건 중 '부녀'개념에 법률상 처가 포함되느냐의 문제는 형법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 정책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대부분의 이혼사건에서 강간이 주장될 것이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부강간의 특성상 남녀 진술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실체적 발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형사통계에서 사기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민사의 형사화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통계 수위를 강간죄가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이 부부간 강간죄 인정을 위해 실질적 혼인관계를 요구한 것은 이러한 고민에 의한 것인데, 60년간 법률조항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부부강간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참고인인 윤 교수는 2009년 부산지법에서 부부강간을 인정하자 자살한 피고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이 사안은 구성요건을 확장할 문제가 아니라 치료와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초기에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가 형법이 모든 걸 떠맡게 된다면 형법 이전에 사회정책을 찾는 노력없이 처벌이 강화돼 신 응보형주의라는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일영 대법관, '처벌 불균형 문제' 우려도=당사자와 참고인 진술이 끝난 후 대법관들의 질의와 답변이 이뤄지면서 대법정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 사건 주심인 신영철 대법관은 "남편으로부터 야만적인 성행위를 당한 부인이 수사기관에 신고한 다음, 자식들이나 자기 장래를 생각해 가정을 유지해야 하겠다고 생각이 바뀌어서 가정을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에도 남편을 처벌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 공판송무부장은 "가정폭력 사건을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다루는 방법이 있으므로, 반드시 피고인을 구속하거나 가정을 해체하는 쪽으로 강간죄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 사건에서 사건의 성질과 동기, 행위자의 성향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이 아닌 접근제한, 친권제한, 사회봉사와 수강명령 등의 보호처분을 통해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정보호사건'제도를 두고 있다. 이상훈 대법관도 "그릇이 금간 경우 새로 떼워서 쓸 것인지, 버리고 새로 사서 써야 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폭력있는 가정은 회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개별사안에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는 있고, 배우자를 강간하는 가정이 실질적으로 건강한 가정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가정유지를 원한다면 보호조치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강간죄의 객체에서 배우자를 배제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은데, 국가에게는 혼인 파탄을 막아야 할 의무도 있다"며 "부부강간의 현상이 존재한다고 해서 형벌이 부부 침실에 들어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창수 대법관이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사건을 통해 가사나 민사 사건에서 유리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얘길 많이 한다"고 하자 김 교수는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있다면 강간 성립 이전에 폭행·협박만으로도 이혼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혼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고,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겠지만 강간죄는 강압적인 성교에 불법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민사상 문제가 불거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민일영 대법관은 부부강간죄를 인정할 경우 처벌의 불균형이 생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내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이게 침해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처벌돼야 한다는 것이 부부강간을 인정하자는 입장인데, 친족간 성폭력은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어 처를 강간하면 일반 형법조항이아닌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돼 양형상 심한 불균형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 답변을 머뭇거리자 재판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할 일을 참고인에게 물을 수는 없다"며 질의 응답 순서를 마쳤다. 양 대법원장은 공개변론을 마치며 "대법원은 오늘 나타난 여러 사정을 모두 종합해 최선의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공개변론은 가정 내 부부관계의 특수성, 부부간 성의 의미와 기능, 배우자 강간죄가 인정될 경우 부부와 가족관계에 미치게 될 변화와 영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부부강간
동거의무
특수강간
부녀
보호의무
실질적혼인관계
좌영길 기자
201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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