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를 위조한 후 스캔해 이미지화된 파일을 유통시킨 경우 위조문서행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컴퓨터 이미지 파일은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이미지 파일을 위조하는 것은 ‘문서위조’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판례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휴대전화 신규가입신청서를 위조해 업체에 전송한 혐의(위조사문서행사)로 기소된 민모(20)씨에 대한 상고심(2008도5200)에서 무죄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3일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조문서행사죄에 있어서 ‘행사’는 위조된 문서를 진정한 문서인 것처럼 그 문서의 효용방법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위조된 문서를 제시 또는 교부하거나 비치해 열람할 수 있게 두거나, 우편물로 발송해 도달하게 하는 등 위조된 문서를 진정한 문서인 것처럼 사용하는 한 그 행사의 방법에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위조된 문서 그 자체를 직접 상대방에게 제시하거나 이를 기계적인 방법으로 복사해 그 복사본을 제시하는 경우는 물론, 이를 모사전송의 방법으로 제시하거나 컴퓨터에 연결된 스캐너로 읽어들여 이미지화한 다음 이를 전송해 컴퓨터 화면상에서 보게 하는 경우도 행사에 해당해 위조문서행사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민씨가 휴대전화 신규 가입신청서 양식을 허위로 작성한 뒤 출력, 타인의 이름을 기재하는 등 문서를 위조하고 이를 컴퓨터에 연결된 스캐너로 읽어들여 이미지화 한 다음, 이미지파일을 이메일로 위조사실을 모르는 홍모씨에게 전송해 컴퓨터 화면상에서 보게 했다”며 “이는 스캐너로 읽어 들여 이미지화한 것이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의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더라도, 자신이 이미 위조한 휴대전화 신규 가입신청서를 행사한 것에 해당해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민씨는 지난 2006년 인터넷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면서 A씨의 정보로 온라인 가입신청서를 작성한 뒤 이를 출력한 뒤 신청서에 A씨의 이름을 썼다. 민씨는 작성된 위조문서를 다시 스캐너로 스캔한 뒤 이미지파일로 만들어 해당 인터넷 휴대폰 쇼핑몰에 전송한 혐의(사기 및 사기미수, 위조사문서행사 등)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조사문서행사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 또한 담당검사가 “이미지문서도 원본의 외관상태를 사실대로 재현해 원본 문서의 형상과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창출한 것으로 형법 제237조의2의 ‘복사한 문서’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4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이미지 파일을 보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경우에 그때마다 전자적 반응을 일으켜 화면에 나타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는 계속적으로 화면에 고정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의 ‘문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위조해 컴퓨터 이메일로 전송한 혐의(공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기소된 안모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었다(2008도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