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건물에서 현 정부를 규탄하는 전단지 수백여 장을 뿌린 혐의로 기소된 30대 대학원생에게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재판장 장재윤 부장판사)는 건조물침입 및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최근 1심과 같은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2020노3097).
A씨는 1980년대 학생운동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이름을 차용한 보수단체 '전대협 서울대학교 지부' 회원으로서 2020년 1월 10일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비상계단에서 '문재인 독재정권은 민주화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쓰인 전단지 약 462장을 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전단지 살포 행위는) 경찰행정권의 부당한 남용을 비판하는 정치·사회적 의사표현 행위"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에 기초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벌금 액수가 대학원생인 피고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억압해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건조물침입죄는 벌금의 법정형이 500만원 이하이고 경범죄처벌법 위반죄와 합쳐서 처단형이 벌금 510만원까지이므로, 원심이 정한 벌금 50만원은 상한액의 9.8% 수준"이라며 밝혔다. 또 "전단지 수백 장을 수거하는 청소에 시설관리부 직원 10여명이 동원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1심은 "프레스센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곳이지만, A씨가 전단지를 살포할 목적으로 해당 건물에 들어간 것에 대해 건물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동의를 받지 못한 점에 비춰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면서 "공공장소에서 전단지를 뿌린 행위도 경범죄처벌법에 규정된 광고물 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전단지 살포 방법 외에는 A씨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