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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택시기사 두고 떠난 승객… 처벌 가능할까
최근 심장마비로 쓰러진 택시 기사를 버려두고 떠나 끝내 숨지도록 방치한 승객들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과 함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인데, 성경 속에서 강도를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으로 묘사된 선한 사마리아인에게서 따온 말이다. 지난 25일 오전 대전에서 택시를 몰던 기사 A(62)씨는 승객 2명을 태우고 운행 중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운전자인 A씨가 쓰러지면서 차량은 앞 차와 추돌해 멈춰섰다. 하지만 이후 승객들의 행동은 큰 충격을 줬다. 이들은 119에 구조 신고도 하지 않고 트렁크에서 골프 가방 등 짐을 꺼낸 뒤 곧바로 다른 택시를 잡아타고 현장을 떠나버렸다. 의식을 잃은 채 방치됐던 A씨는 다른 시민의 신고로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승객들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야 했는데 공항버스 출발 시간이 촉박해 현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매정한 승객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다. 우리나라에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판례도 단순히 짧은 시간 동행한 사실만으로 상대방에 대한 법적인 보호의무를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추운 겨울 술을 마시고 함께 걸어가다 한 사람이 제방밑으로 굴러 떨어져 부상을 입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도 혼자 집으로 가버려 낙상한 동행자가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76도3419).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유기죄의 범행 주체가 되려면 피해자에 대한 구호의무가 있어야 하는데 승객이 단순히 택시를 탔다고 해서 택시기사를 구조할 의무가 당연히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도덕적으로는 비난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이 '누구든지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등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같은 신고의무를 위반했다고 해도 처벌 규정은 없다. 의료분야 전문가인 성용배(39·사법연수원 39기) 법무법인 정&파트너스 변호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응급환자에 대한 신고의무 주체는 '누구든지'이기 때문에 승객들도 신고의무가 있지만 의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며 "심폐소생술까지는 아니더라도 119에 신고를 하는 등 최소한의 노력을 의무화하고 적어도 과태료 정도의 처벌 규정을 두는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함이 없이 개인적 행동에 의해 또는 구조의 요청에 의해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이를 하지 아니한 자는 5년의 구금형 및 7만5000유로(우리돈 9500여만원)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월 박성중 새누리당 의원이 '재난 또는 범죄로 발생한 상해·질병 또는 장애로 인해 구조가 필요한 자를 구조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구조하지 아니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구조 불이행죄'를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개인의 도덕적·윤리적 판단에 맡길 문제를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만기(56·20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도덕적 의무와 법적 의무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택시에 탔다거나 우연히 동행했다는 것만으로 어떤 법적인 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도덕적 의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응급의료에관한법률
도덕적의무
유기
착한사마리안법
택시기사방치승객
택시기사심장마비
박미영 기자
2016-08-31
형사일반
형사사건 상고기각 결정, 형 확정 효력발생시기 싸고 논란
대법원이 형사사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그 형식을 '판결'이 아닌 '결정'으로 했을 때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되는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0년 4월 피고인이 낸 상고이유서에 적법한 상고이유가 없다면 '판결'이 아닌'결정'으로 기각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2010도759) 이후 상고 기각을 판결 대신 결정으로 하는 사례가 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재판을 열어 주문을 낭독하는 상고기각 판결은 대법원이 선고한 날에 형이 확정된다. 하지만 상고기각 결정은 따로 기일을 열지 않고 서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결정을 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형 확정 시점을 '피고인에게 상고기각 결정문이 도달된 때'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불복절차가 없는 최종심인 점을 고려해 상고기각 판결과 마찬가지로 '결정일' 또는 '결정문이 (대법원에서) 발송된 날'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된 것이다. 특히 최근 집행유예기간 중에 저지른 재범으로 1,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상고기각 결정을 받은 피고인이 "상고기각 결정은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었지만 실제 그 결과를 고지받은 시점은 집행유예기간 만료 후"라며 검사의 집행유예 실효 처분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 1심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집행유예기간중 재범 저지른 경우 가장 문제= 공갈미수죄로 2010년 1월 29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A씨는 집행유예기간(2010년 1월 29일~2012년 1월 28일) 중이던 2010년 8월부터 8개월간 11차례에 걸쳐 남의 물건을 훔친 혐의(절도)로 지난해 3월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기각당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17일 적법한 상고이유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고 상고기각결정문을 A씨에게 우편 발송했다. 하지만 결정문은 폐문부재(주소지의 문이 잠겨있고 온 가족이 집에 없는 경우)로 A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A씨는 상고심 계류 중이던 지난해 11월 미결구금일수가 1,2심 선고형량인 징역 8월에 달해 석방된 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러자 대법원은 지난 2월 공시송달을 통해 결정문을 송달했다. 상고기각 결정은 공갈미수죄에 대한 집행유예기간 만료 11일 전에 있었지만 결정문은 집행유예기간 만료 후에 A씨에게 전달된 셈이다. 검찰은 상고기각 결정일을 기준으로 A씨가 집행유예기간 중에 재범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 해당된다며 집행유예를 실효시키고 A씨를 수감하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상고기각 결정문을 받은 시점이 집행유예기간 종료 후라며 광주지법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2012초기213)를 제기했다. ◇1심 법원 "고지된 때 형 확정 효력발생"= 유례가 없는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고민 끝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형사소송법 제37조, 제42조, 제65조, 민사소송법 제221조 규정을 종합해 보면 상고기각결정은 그 결정이 고지되었을 때 효력을 가지고 확정된다"며 "상고기각 결정이 A씨에게 (공시송달을 통해) 고지된 것으로 보이는 2월 17일에 형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형소법 제37조는 판결은 원칙적으로 구두변론 방식으로 해야하지만 결정 또는 명령은 그렇지 않다고 규정해 서면 등에 의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형소법 제42조는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공판정에서는 재판서에 의하여야 하고 기타의 경우에는 재판서 등본의 송달 또는 다른 적당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여기에 서류송달에 관해 다른 규정이 없는 경우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한 형소법 제65조를 원용해 상고기각 결정 역시 고지된 때 형 확정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민소법 제221조는 '결정과 명령은 상당한 방법으로 고지하면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검찰, "불복수단 없는 상고심은 결정일에 효력 발생" 즉시항고= 검찰은 즉시항고했다. 항고심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상고심의 경우 판결과 마찬가지로 결정도 결정일에 형 확정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형을 집행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확정이란 통상의 불복 방법에 의해 다툴 수 없게 돼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며 "통상의 불복이 있을 수 없는 최종심의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불복할 기회를 주기 위해 재판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의미가 없어 상고기각 결정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날인 '결정일' 또는 '결정문을 피고인에게 발송한 날' 즉시 형 확정 효력이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상고기각 판결을 했더라면 선고 즉시 판결이 확정됐을텐데 재판의 형식을 결정으로 했고 결정의 경우 고지를 요한다는 이유로 확정시점을 송달의 효력발생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며 "특히 송달에는 교부송달, 보충송달, 우편송달, 공시송달 등 여러가지가 있고 송달 종류별로 효력 발생시기도 다를 뿐만 아니라 언제 피고인에게 송달됐는지에 따라 형 확점시점이 들쑥날쑥해질 수 있기 때문에 형 집행의 법적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형을 집행할 때마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송달이 이뤄졌는지, 송달방법에 따른 효력 발생 시점이 언제인지, 송달의 효력이 적법한 것인지 등을 일일이 판단해야 하는데, 그러면 형집행 업무에 혼란이 초래되고 적시에 실효적인 형을 집행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피고인들이 집행유예기간을 넘겨 결정문을 받기 위해 편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집행유예기간 중에 재범을 한 피고인이 앞선 집행유예기간 만료를 목적으로 재판을 장기화시키고 양형부당 등 상고이유가 되지 않는 사유만으로 상고한 후 상고기각 결정문이 송달되지 않도록 숨는 등의 일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며 "상고기각 결정의 확정시점을 송달의 효력발생시점으로 봐 그 확정시점을 피고인이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게 되면 집행유예제도의 취지가 몰각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견해 엇갈려=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노명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상고심은 최종심이기 때문에 판결과 결정을 달리 볼 이유가 없다. 결정일에 효력이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며 "상고기각 결정에 따른 형 확정 시기를 고지된 때로 본다면 집행유예기간 중 재범을 저지른 피고인들이 이를 형 확정 시기를 늦추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판결은 선고시, 결정과 명령은 고지시에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은 소송법상의 대원칙"이라며 "판결은 피고인이 출석하고 구두로 선고 내용을 알려주기 때문에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만 서면으로 이뤄지는 결정은 피고인에게 고지된 때 효력이 발생한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철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집행유예기간을 넘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법 해석상 상고기각 결정 역시 고지됐을 때 확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상고기각 결정도 상고기각 판결과 마찬가지로 불복 수단이 없는 만큼 이 때의 결정의 의미를 다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고기각판결
집행유예실효처분
확정판결
법원결정
형확정효력발생시기
김재홍 기자
2012-03-30
형사일반
영화 '부러진 화살' 흥행… 투명한 재판절차 확립 계기돼야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 10일만인 27일 관객수 115만명을 넘어섰다. 영화는 2007년 박홍우(60·사법연수원 12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를 석궁으로 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사건의 형사재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데에는 영화의 상업성과 배우들의 연기, 사법부의 신뢰 하락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영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26일 보수 성향의 학부모단체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김형두(47·사법연수원 19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아파트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유리창에 계란을 투척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법원은 27일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영화가 기본적으로 흥행을 염두에 두고 1심에서의 증거조사 결과는 의도적으로 외면한 채 항소심의 특정 국면만 부각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영화와 진실은 어떻게 다를까. ◇'부러진 화살은 어디로'…영화와 실제 판결= 영화가 다루고 있는 첫 쟁점은 '부러진 화살'의 행방이다. 김 전 교수는 박 법원장에게 화살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몸에 박혔다고 하는 화살을 찾을 수 없는데도 유죄판단을 내린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2008도2621)에서 "수사기관이 범행현장에서 증거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이를 증거조작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러한 경우에는 화살 1개라는 증거물이 없는 상태에서 나머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 범죄의 사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체포 당시 김 전 교수는 석궁과 화살 3개를 가지고 있었고, 석궁가방 안에는 화살 6개와 회칼, 노끈 4개를 넣고 있었다가 압수당했다. 영화는 김 전 교수가 재판장을 실제로 석궁으로 쏠 생각은 없었던 것처럼 묘사했지만, 대법원은 "김 전 교수가 석궁을 구입한 후 1주일에 1회정도 60~70여발씩 석궁을 발사하는 연습을 했고, 7회에 걸쳐 박 법원장의 거주지 부근을 찾아가 귀가시간을 확인했다"며 "단지 피해자에게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이라면 이러한 계획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당시 김 전 교수의 석궁은 시위를 당겨 걸면 자동적으로 안전장치가 잠기기 때문에 이것을 풀기 전에는 발사되지 않았다는 점도 김 전 교수의 범행고의를 뒷받침했다. 박홍우 법원장의 와이셔츠에 핏자국이 없다는 점도 의문으로 부각된다. 김 교수 측은 박 법원장이 입고 있던 내의와 조끼에는 혈흔이 있는데 중간에 입은 와이셔츠에만 혈흔이 없는 것은 모순이며, 증거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국립과학수사 유전자분석 감정결과는 피해자가 입었던 조끼와 속옷 상의, 내의, 와이셔츠 등에서 혈흔이 발견됐고, 유전자형 분석결과 모두 동일한 남성의 유전자형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법원은 국과수 감정과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사건 당시 박 법원장은 배꼽부위에 상처가 있었고 출혈로 인해 속옷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고 진술한 점, 와이셔츠의 혈흔이 눈으로 확인이 잘 안된다는 주장보다는 속옷과 내의에서 다량의 출혈흔적이 확인된다는 사실의 증명력이 훨씬 큰 점 등을 근거로 박 법원장의 피격사실을 인정했다. ◇부당한 재판절차 진행 있었나=영화는 피고인이 증인이나 증거신청을 하고,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우선 재판부가 김 전 교수측이 피해자인 박 법원장을 증인으로 다시 신청한 것을 받아주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김 전 교수측은 "처음에는 화살이 배에서 튕겨나갔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화살을 뽑아냈다고 하는 등 위증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이미 1심에서 김 전 교수측이 박 법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직접 신문했고, 위증 가능성도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이를 기각했다. 또 김 전 교수측은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녹음과 속기를 신청하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락해야 함에도 항소심 재판장이 신청을 기각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은 김 전 교수측이 녹취록을 인터넷에 그대로 공개하는 등 재판 외의 목적으로 사용했고, 이런 사정을 '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김 전 교수측이 1심에서 주장하지 않던 증거들을 항소심에서 대거 신청한 것을 두고 구속기간 만료로 인한 석방 등 다른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예술적 영화도 대법원 판결 존중해야"= 국내 언론·방송법 분야의 대가인 박용상(68·사시 8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실제로 있는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는 국민들이 사실관계에 관해선 픽션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증거법칙에 의해 정당성이 있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예술적인 가미가 있어야 한다"며 "일방 당사자의 이야기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다른 당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명예를 실추시킨다면 이것은 예술의 자유를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화살을 누가 중간에 주워갔을 수도 있고, 감췄을 수도 있는데 모든 사실관계가 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완벽히 설명되는 수사는 오히려 없다고 봐야 한다"며 "어느 특정 부분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서 비판을 한다면 그것은 정당한 비판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영화로 인해 판결의 정당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교수가 낸 민사재판의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43·사법연수원 23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원고 승소를 생각하셨던, 심하게 표현하자면 자신에게 석궁으로 테러를 가한 사람을 편들기까지 하셨던 분(박홍우 법원장)께서 무슨 이유로 또 어떤 이득을 얻으시려고 자해를 하고 증거를 조작하겠느냐"는 내용의 글을 필두로 영화가 법원 판결의 옳고 그름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반응이 이어졌고, 일선 판사들도 "영화를 보고 공판기록을 다시 찾아봤다"거나 "김 교수도 잘못한 부분이 많은데 영화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재판절차 투명성 높이는 계기로 만들어야"= 이번 사건이 재판절차를 투명하게 만들어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가 제기한 교수지위 확인소송의 1심 재판부는 공정성을 의심받는 일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당시 재판장이었던 이모(55) 부장판사는 피고인 성균관대학을 졸업했을뿐만 아니라 법원에 복직하기 전 피고의 변호를 맡은 A법무법인에서 1년4개월여간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정성을 의심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판사 스스로가 재판을 '회피'하고 사건을 재배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법원은 "법무법인에서 근무를 마친 지 4년이 지난 후 재판을 맡았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항소심이 김 교수가 졸업한 서울고 출신 법관과 성대 출신 법관을 모두 배제하고 사건을 배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판부의 고압적인 재판진행도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공판에서 증거신청을 최대한 받아주는 것이 당사자의 불신을 줄일 수 있다"며 "실제로 모든 증거신청을 다 받아주는 재판부도 있고 그럴 경우 상소율이 낮아지지만, 그럴 경우 1심 재판부의 업무부담이 너무 높아지는 문제도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러진화살
김명호전성균관대교수
석궁테러사건
형사소송법
증거법칙
좌영길 기자
2012-01-30
형사일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에 매우 인색"
A씨는 여자친구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과도를 들고 B씨가 일하는 한의원을 찾아갔다. A씨는 출입문을 모두 잠근 뒤 양손으로 B씨의 목을 조르고, 가슴 옆 부분을 흉기로 한 차례 찔러 전치 1주일의 상처를 입혔다. 그러고도 A씨는 계속해 "죽어라"고 소리치며 목을 조르다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한의원 직원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범행을 멈췄다. 이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피고인 A씨는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인데 실랑이를 하다 흉기가 B씨의 가슴 부위를 살짝 스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배심원 9명 중 7명은 A씨에 대한 살인미수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특수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로 평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부산지법 2010고합677). C씨는 지난 1월 D씨의 애인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D씨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 C씨는 오른손으로 D씨의 멱살과 머리채를 잡아 흔들면서 왼손에 쥐고 있던 흉기로 D씨의 오른쪽 어깨 부분을 한차례 찔렀다. 이어 저항하는 D씨의 오른쪽 가슴 부분을 다시 한차례 찔러 전치 15일의 상해를 입혔다. C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D씨가 먼저 때렸기 때문에 방어하기 위해 폭행한 것은 맞지만 두려움에 떨면서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며 "술에 취해 있어서 흉기를 집어 D씨를 찌른 것은 기억나지 않으므로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C씨의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평결을 내렸다. 반면 재판부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울산지법 2011고합29). 이용구 사법연수원 교수(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학술대회에서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평결과 판결 차이에 관한 분석'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최근 배심원의 평결과 판결의 불일치 비율이 다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최근 국회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 확대시행(▼하단 관련기사·법률신문 11월21일자 1면)과 관련한 제도 개선책에 관한 토론도 이어졌다. 이용구 사법연수원 교수(가운데)가 18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평결과 차이에 관한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배심원의 평결과 판결의 차이, 왜?= 이 부장판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선고된 국민참여재판 186건 중 불일치 비율은 11.2%(21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법원행정처가 밝힌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선고된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불일치 비율인 9.0%(321건 중 29건)보다 다소 늘어났다. 이 부장판사는 "판단의 불일치가 전혀 없다면 비싼 비용을 들여 국민참여재판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차이를 분석하는 것은 국민참여재판제 개선 논의의 기본적인 고려요소"라고 말했다. 불일치 사례에서는 몇가지 공통점이 도출됐다. 먼저 배심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가령 피고인에게 '사람을 살해하려는 사람'에게서 통상 찾아볼 수 없는 가해행위의 동기나 행위의 우발적 성격, 범행 이후 피해자의 구호조치 등이 있는 경우 대부분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고 있다"며 "이는 특정 행위를 통해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적어도 용인한다는 심정적 태도인 미필적 고의 개념에 익숙치 않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배심원의 생활경험에서 나오는 사람에 대한 확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도범행에서 폭행과 협박의 정도를 매우 엄격하게 보는 것도 배심원의 특징이다. 이 부장판사는 "피해자의 반항을 업악할 정도의 폭행·협박과 피해자를 외포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구분한다고 가정하면 배심원들은 강도범행에 가장 중한 정도의 폭행·협박을 필요로 한다는 규범적 태도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해에 대해 규범적 판단보다는 생활경험상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도 있다. 그는 "상처가 뚜렷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그 정도의 상처만으로는 병원에 가서 입원을 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고 충분히 치유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정도의 상해는 상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상해진단서나 상해부위 사진 등은 배심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참여 재판 다양한 개선 방안 제시 돼= 노명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공판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조서에 대해 동의 절차만을 두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노 교수는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피해자의 과실이 있다거나 당해도 싸다는 식의 피고인 측의 상황설정을 (배심원이) 믿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유능한 변호사는 피해자의 진술조서에 증거 동의함으로써 피해자를 부르지 않고 피고인의 일방적인 변명만을 법정에 들려줘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차동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우리 증거법은 배심제를 실시하기에 너무 미흡한 실정"이라며 증거법 개선을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증거법규가 미국처럼 80여개는 아니더라도 50여개 이상 상세한 조문을 마련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국민참여재판은 이런 것도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적인 배심재판의 특이성을 주장할 게 아니라 몇백년을 해온 영미 배심제의 규칙을 자세히 이해하고 보편적인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교수는 배심원이 사실판단을 잘못하게 되는 원인과 관련해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이 검사가 제시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변호사를 통해 질문을 할 수 있는지, 또 그 내용을 메모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규칙이 마련돼야 한다"며 "공판중심주의이면 모든 것이 법정에서 다 끝나야 하는데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실무에 '성격증거 규칙'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성격증거는 넓은 영역인데 '평소 평판이 안 좋았다'거나 '과거 무슨 행동을 한 적이 있다'는 등의 성격증거가 별다른 제지 없이 나와 배심원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수환 성균관대 교수는 배심재판에서 전원일치 평결이 나올 경우 기속력을 인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배심원 평결은 무죄평결에 과감하고 법원은 좀 소극적인데 그 불일치가 나타나는 점에서 배심원 평결이 더 타당해 보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예를 들어 법원은 살인미수만을, 배심원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만을 각각 유죄로 인정하고, 양형은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으로 나온 사례가 있었는데 배심원 평결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
살인미수와성폭력번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특수강간
미필적고의
배심원
상해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장혜진 기자
2011-11-25
엔터테인먼트
형사일반
영화 '도가니' 실제와 가공 사이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법조계에도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도가니'는 개봉 불과 열흘만에 관객 200만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등 돌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2000년부터 5년간 광주 '인화학교'의 교장과 교사들이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달 28일 이 영화를 보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이 영화에서와 같은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 유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본 법조인들은 대체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며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겸허히 인정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초래할 부정적인 면도 우려되고 있다. 영화가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돼 실제와 다른 부분이 적지 않은데도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사 측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등장인물 및 사건 전개에는 영화적 허구가 가미되어 실제 사실과 다를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영화적 구성에 사용된 내용들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법조계에 대한 비난과 불신은 도를 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 '도가니'의 실제 사건 항소심을 맡았던 한 부장판사는 인터넷에 실명이 공개돼 곤혹을 치러야 했고,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에게는 전관예우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양 대법원장도 "영화가 고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판과정을 사실과 다르게 보여줌으로써 사법에 대한 신뢰가 근거 없이 훼손된 점은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과연 영화속 '도가니' 판결은 사실과 어떻게 다를까. ◇ 처벌 규정상 친고죄 감안된 실제 판결= 당시 1심 재판부는 중요 피고인인 인화학교 교장에게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2006고합496). 집행유예를 선고한 영화속 1심과는 달리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문제는 항소심 선고 결과다. 실제 항소심 재판부는 교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08노51). 이 때문에 '파렴치범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난이 시작됐다. 영화에서는 2심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고, 이와 관련해 변호인에 대한 전관예우 의혹 등을 묘사했다. 그러나 당시 실제 사건에서 중요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법률인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 등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다(제10조1항).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심 단계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합의하자 피고인에 대한 고소가 취하된 사정을 양형에 반영했다. 결국 형벌규정의 문제가 사법부 판결로 불똥이 튄 것이다. ◇ 1심 검사는 속상한 마음, 변호사는 전관예우 없어= 1심 공판 당시 담당검사였던 임은정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지난달 30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글을 올려 "피해자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 결과에 경찰, 검찰, 변호사, 법원의 유착이 있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싶다"며 국민들의 비난여론을 수용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속상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반성하는 기폭제가 된다면, 그래서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도가니를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당시 교장 등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는 영화에서 그려진 전관예우 의혹에 대해 "판사를 그만둔 지 7년 뒤에 맡은 사건이라 항소심 재판장은 검사와 함께가 아니라면 변호사 면담 신청조차 받지 않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모두가 돌을 던진다고 변호사마저 피고인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 현행 법률로는 어떻게 처벌되나=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 이후 국회는 관련 법을 개정했다. 2007년 8월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을 개정해 청소년 강간과 강제추행 등을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바꿨고, 지난해 4월에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을 개정, 비친고죄로 변경했다. 형량 역시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성폭력범죄등에관한특례법은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강간은 7년 이상의 징역에서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유사성교는 5년 이상에서 7년 이상, 강제추행은 3년 이상에서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바뀌었다. 장정희 광주고법 공보판사는 "지난 사안에 현행 법규가 적용될 경우 형량이 어떻게 선고될 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정 법규에 따를 경우엔 합의가 됐더라도 죄질 등을 고려했을 때 형량이 가볍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 석궁테러 사건 다룬 영화 개봉에 법조계 긴장= 지난 2007년 1월 발생한 석궁테러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법정영화 '부러진 화살'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법조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자신에게 패소판결을 한 재판장에게 석궁을 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이야기다. 이 영화 역시 판사가 실제로 화살을 맞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등 사건을 재구성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처럼 법정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대한 불신, 특히 사법불신의 골이 깊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가니'의 경우 범죄의 대상이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분노의 크기가 증폭됐다는 평가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자신이 사회적 약자가 됐을 때 공공기관이 자기를 지켜줄 수 없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다름 아닌 사법불신의 한 유형"이라고 평가했다. 판사들의 실명이 공개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노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묻고 대안을 요구하고 싶은데, 마땅히 그런 곳을 찾지 못해 감정적으로 대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법조계가) 사람들이 분노하는 데 대한 기저(基底)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불신
영화도가니
석궁테러사건
청소년성보호법
도가니판결
좌영길 기자
2011-10-05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불법수집한 증거 유죄증거로 인정… 논란일 듯
남편이 불법하게 수집한 아내의 간통증거를 법원이 유죄의 증거로 인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온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는 종전 판결경향에서 벗어난 판결을 했다며 일부 법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와 B(여·39)씨는 2002년 혼인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둘은 아이가 생기지 않는 문제 등으로 불화를 빚다 2006년2월 A씨는 급기야 B씨에게 손찌검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서울 봉원동 집을 나와 경기도 고양시의 빌라로 거처를 옮기고 A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그 무렵 B씨는 예전 종교단체에서 함께 활동했다가 결혼 후 교류가 뜸했던 C(남·43)씨가 빌라 근처에 산다는 사실을 알고 연락했고, 둘은 같은해 6월 B씨가 결혼문제 해결을 위해 다시 봉원동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빌라 근처에서 5~6차례 만났다. 그러나 A씨는 이후 집으로 돌아온 B씨의 휴대전화에서 '오늘 만나서 좋았고 같이 살 때까지 파이팅하라'는 내용의 C씨가 보낸 문자를 보게됐다. A씨는 아내 몰래 복사해 놓았던 열쇠로 고양시 빌라에 들어가 휴지와 침대시트 등을 수거해 돌아왔다. 사설감정원에 침대시트 등의 유전자분석을 의뢰한 결과 자신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B씨와 C씨를 간통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하면서 자신이 수거한 증거들도 함께 제출했다. 유전자분석감정에 의하면 이들 휴지와 침대시트에서 C씨의 혈액과 일치하는 유전자형과 여성의 유전자형이 검출됐다. 피고인들은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유전자분석감정서는 고소인이 B씨의 주거에 침입해 수집한 증거에 기초해 획득된 2차 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다"며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가 주거침입죄를 구성하는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피고인 B씨의 주거의 자유 등을 상당한 정도로 침해한다"면서도 "A씨가 빌라에 들어간 시점은 이미 B씨가 거주를 종료하고 봉원동 집으로 들어 온 이후이고, C씨의 정액이 검출된 휴지는 피고인들 사이에 성교행위가 있었음을 강하게 추단하게 하는 증거일뿐만 아니라 유전자분석 감정결과는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소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증거라 할 것이므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의 실현을 위해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허용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최근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2008도3990). 재판부는 "형사절차에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기본적인 임무지만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법원은 효과적인 형사소추 및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해 그 허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씨의 행위로 인해 B씨의 주거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이 일정 정도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돼도 이는 B씨가 수인해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종전 대법원 판결경향에서 벗어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월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획득된 2차 증거는 피고인이 사용에 동의했더라도 증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판결(2009도10092)을 내렸다. 폭행사건에 휘말린 피해자가 피의자 집 앞마당에서 피의자가 자신을 폭행할때 사용했던 쇠파이프를 주워와 경찰에게 줬고 경찰이 이를 폭행사실의 증거로 법정에 내놓은 사건이었다. 법원은 남의 집 마당에서 부적법하게 가져온 쇠파이프를 유죄의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인이 별도로 관리하는 집에 들어가는 것은 방실침입에 해당하는 범죄인데 이익형량을 하더라도 방실침입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지금까지 부적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해온 대법원 판결경향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불법수집
간통증거
유전자분석
주거침입죄
간통
증거능력
이익형량
정수정 기자
2010-09-28
형사일반
항소심 관행적 '형 깎아주기' 사라진다
지난 2000년 65.9%에 달하던 형사사건 항소심의 1심 파기율이 10년새 25%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원이 그동안 추진해 온 공판중심주의 강화, 양형기준제 시행 등 1심 강화정책과 항소심의 1심 판결 존중기조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항소하기만 하면 대부분 형을 깍아주던 기존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항소심 파기율 감소추세는 양형기준제 확대시행과 '특별한 사정없이 1심 판결을 깨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대법원판결(☞2008도4449) 경향 등과 맞물려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사건 당사자들의 공판대응전략도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변호사업계에서는 "1심 강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인위적으로 감형을 억제할 경우 피고인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학계와 실무계에서는 충실한 심리를 전제로 1심 강화기조를 정착시키고 항소심을 사후심적 성격으로 운영하는 한편 상소가 단순히 감형만을 요구하거나 형확정을 연기하는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막아 한계에 이른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10년새 항소심 파기율 25.7% 감소= 19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65.9%에 이르던 형사사건 항소심 파기율이 2003년 54.6%를 기록해 처음으로 50%대로 감소한 뒤 이듬해인 2004년에는 48.2%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감소추세는 이어져 2008년에는 39.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40.3%, 올해는 7월을 기준으로 40.2%인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 파기율이 10년새 25.7%나 감소한 것이다. 반면 피고인이나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항소율은 2000년 32.5%에서 올해 32.9%로 나타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항소심 파기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공판중심주의 등 법원이 추진해온 1심 강화정책과 함께 1심의 선고형이 현저히 부당하지 않는 한 항소심이 1심 양형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실무관행을 개선해온 결과"라며 "사선 변호사들의 체면을 생각해서 항소심이 1~2개월 형을 깎아주던 옛날 관행은 이미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형사사건 상고율은 같은 기간 14.6%에서 33.2%로 2.3배 증가해 상고폭주현상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한 상고심 파기율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4.6%로 조사됐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결과가 잘 바뀌지 않으니 상고심까지 판단을 받아보자는 사람도 많고, 특히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미결구금일수 산입과 관련한 형법 제57조1항에 대해 위헌결정(2007헌바25)을 내린 이후 구속 피고인들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상고하는 경우가 많아져 상고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대법원 상고심은 법률심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파기율은 큰 증감없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양형기준제 확대 등 항소심 파기율 더 낮아질 듯= 이같은 항소심 파기율 감소추세는 양형기준제 확대와 공판중심주의 강화, 국민참여재판 확대 등 달라진 사법시스템과 맞물려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홍우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항소심의 양형통제기능이 충실하게 수행돼야 하겠지만 사실심리는 원칙적으로 1심에서 충실히 수행돼야 하고 항소심은 사후심적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며 "1심의 양형이 합리적인 일정한 범위내에 수렴되고 현저히 비합리적이지 않는 한 항소심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실무관행을 개선해 나가고 있고 상당부분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부장판사는 또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2항은 항소심이 증인신문을 할 수 있는 경우를 '1심에서 조사되지 않은데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않은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런 규정들이 현실에서도 구현될 수 있도록 실무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양형기준제 확대와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과 함께 앞으로 1심의 중요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단순 감형목적, 형확정 지연 위한 남상소 자제하고 1심에 올인해야= 항소심에서의 1심 파기율이 낮아지자 변호사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진영 대한변협 대변인은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억울하니까 항소하는 것인데 이를 싸잡아 남항소라고 비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또 "억울하면 항소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1심 판사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1심 결과를 무턱대고 존중해야 할만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충분히 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충실한 심리가 1심에서 이뤄져야만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항소심 재판부들이 앞서서 1심 존중이라는 이유로 파기를 인위적으로 자제하는 것은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이 각 심급별로 충실한 심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참에 항소심의 관행적인 형 깍아주기를 없애고 남상소를 막는 한편, 사실심에 관한 것은 1심에서 모두 마무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지방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양형기준이 설정되는 범죄대상군이 확대되고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 1심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1심에서 제기되지 않은 새로운 중요 증거가 현출되지 않는 한 1심의 결론이 바뀌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피고인과 변호인, 검찰 등 사건 당사자들은 1심에 보다 집중해 사실관계를 증명·부인할 실질적인 증거와 양형인자에 관한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자료 등을 법정에 현출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양형기준제 확대를 통해 사실심으로서의 1심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순히 형을 줄이거나 합의 종용, 집행유예기간 경과 이후 형확정 도모 등을 위한 남항소는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다만 "이같은 새로운 시스템은 1심에서의 변론이 충실히 진행될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항소심도 구렁이 담넘어가듯 눈감아주기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없는지 철저히 체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2010-08-31
형사일반
형사소송비용 '유죄 피고인' 부담 판결 급증
대법원은 최근 정당한 이유없이 수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에 불참한 변호사 A(36)모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A씨가 국가에 내야할 돈은 벌금 200만원뿐만이 아니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그에게 "1심 소송비용 중 5분의 4를 부담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법원이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판결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피고인이 부담해야하는 소용비용은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 형사소송비용 부담 재판은 민사재판과 유사하게 형사재판의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정하는 재판을 뜻한다. 형사소송법 제186조 이하에 근거가 있다. 형소법은 '형을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 피고인의 소송비용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소송비용을 부담시키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그동안 대부분의 재판에서 단서조항을 적용해 소송비용재판을 거의 하지 않아 '피고인의 소송비용부담 원칙'을 규정한 법조항이 사문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법원이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하면서 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시키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 법조항이 생명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같은 판결경향은 지난달 검찰이 위증이나 불필요한 감정신청 등을 통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킨 피고인에 대해 구형단계에서 재판부에 소송비용부담에 대한 재판을 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하고 이에 대한 집행도 강화하겠다는 입장(법률신문 2010년7월12일자 8면 참조)과 맞물려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변호사업계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약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피고인과 변호인들도 '떼쓰기' 형태의 무분별한 증인·감정요청으로 불필요한 사법비용을 발생시키기보다 쟁점에 대한 합리적 방어권행사로 마인드를 전환할 필요가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형사소송비용부담 재판 눈에 띄게 늘어= 6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최근 이같은 형사소송비용 부담 재판사례가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형사소송비용 부담 재판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근 대법원에 상고되는 형사사건을 보면 상당수의 1,2심 판결들에서 이같은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인천지법은 지난달 2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하면서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토록 판결(2001고정871)했다. 같은 날 광주지법도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C씨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원심 소송비용전액을 피고인이 부담하도록 했다(2010노1125). 이밖에도 지난해 말 준강제추행으로 기소된 피고인 D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과 항소심의 재판비용을 모두 D씨에게 부담토록 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2009노3764) 등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증인·감정인·국선변호인 비용 등 부담토록, 집행은 '검찰' 국세징수법에 따라 강제징수도= 법원이 피고인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소송비용은 크게 세가지다. 형소법과 형사소송비용등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증인·감정인·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일당·여비 및 숙박료, 감정인·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감정료·통역료·번역료 기타 비용, 국선변호인의 일당·여비·숙박료 및 보수 등이다. 항소나 상고 자체만으로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소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비용을 물게 되진 않는다. 재판부는 형을 선고할 경우 피고인에게 이들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해야 한다. 구체적인 소송비용액수를 산정해 선고할 수도 있지만, 통상 '소송비용 전부' 또는 '소송비용중 5분의 4'와 같은 형식으로 선고된다. 이 경우 구체적인 금액산정은 소송비용집행을 맡는 검찰이 한다. 검찰은 재판부에 소송비용자료 등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액수를 산정한 다음 집행에 들어간다. 이에따라 피고인이 내야할 소송비용은 적게는 수만원 혹은 수십만원에 머물수도 있지만, 감정료의 경우 상황에 따라 수백만원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은 일단 피고인의 자진납부를 통보하지만, 자진납부하지 않을 경우 형소법 제477조3항에 따라 국세징수법에 따른 체납처분집행방식을 통해 강제징수하게 된다. 대검 관계자는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행사에 필요한 형사소송비용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하겠지만, 무분별한 소송지연행위에 대해서는 소송비용부담이라는 금전적인 제재를 통해서라도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도모하고 불필요한 국고손실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통상 피고인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검찰청의 재산형 집행관련 부서에서 업무를 맡게 되는데 법원의 소송비용선고가 있을 경우 벌금과 동일한 정도로 엄정하게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변호사업계 "피고인 방어권 제약" 비판 속 "쟁점위주 합리적 방어권행사로 한정된 사법자원 배분해야" 지적도= 이에대해 변호사업계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장진영 대한변협 대변인은 "증인이나 감정인의 감정을 요구하는 것은 검찰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진 수사내용을 반대신문권을 통해 탄핵하겠다는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의 핵심내용"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형사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에 대한 실질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또 "변호인들이 공판에서 피고인을 위해 다소 불필요하거나 많은 증인 등을 요구하는 관행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는 재판장이 소송지휘권을 행사해 재판운영과정에서 주의를 주거나 증인신청을 기각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비용을 부담시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계치에 와있는 사법자원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무분별한 재판지연으로 인한 물적·인적 자원의 낭비에 대한 책임을 당사자에게 지우는 것이 오히려 정의관념에 부합한다는 지적도 높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분별한 증인 등의 신청으로 인해 공판기일이 장기간 공전됨으로써 불필요하게 사법자원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다"며 "지나치게 고액을 부담시켜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축시키지 않는 한 공판기일공전으로 인한 비용을 유책당사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피고인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재판장이 피고인측의 요구를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제지할 경우 고압적인 재판진행이라는 비판이 곧바로 따라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피고인의 방어권보장 측면에서 일단 요구를 받아주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증인, 감정요청에 대해서는 형 선고시 비용부담이라는 방법을 통해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개별 재판부에서 판단할 내용이지만, 이 문제는 한정된 사법자원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사법시스템이란 공공재는 무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만을 위해 낭비한다면 다른 억울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같은 문제의식에 대해 일선 재판부에서 먼저 자각하고 판결로 뜻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현실에서 아직까지 피고인의 방어권에 좀 더 무게가 실려야 하는 것이 맞긴 하지만 피고인이나 변호인들도 이같은 문제점이 있는 만큼 쟁점위주의 합리적 방어권행사에 중점을 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고인의 무분별한 소송지연행위로 인한 낭비를 모두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은 분명 합당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다만, 피고인의 재력에 따라 방어권행사의 폭이 달라질 수 있어 형사소송에 있어서도 빈부격차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개별 재판부가 형소법규정의 취지에 따라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측면을 최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적절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책당사자
형사소송비용
비용부담재판
방어권행사
소송지연행위
김재홍 기자
2010-08-12
헌법사건
형사일반
국민참여재판 대상제한 합헌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을 제한한 국민참여재판 관련법은 합헌이라는 헌재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일명 '석궁테러'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을 제한한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 제5조1항은 피고인의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2008헌바12)에서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결정했다. 재판부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직업법관에 의한 재판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 제27조1항에서 규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기존 형사재판과 상이한 국민참여재판을 위한 물적·인적 여건이 처음부터 구비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대상사건의 범위를 제한한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또 국민의 관심사가 집중되고 피고인의 선호도가 높은 중죄사건으로 대상사건을 한정한 것은 목적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07년2월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집으로 찾아가 석궁을 쏜 혐의(폭처법상 집단·흉기등 상해 및 총포등단속법위반 등)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김 전 교수는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을 제한해 대상사건 외의 형사피고인의 재판청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국민참여재판
석궁테러
재판청구권
평등권
형사재판
류인하 기자
2009-12-07
국가배상
민사일반
형사일반
'용산참사' 국가손해배상 소송한다면?
용산화재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형사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9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나오자 경찰의 과잉진압을 이유로 국가에게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대법원은 시위진압 과정에서 숨진 대학생의 유가족에게 국가배상을 인정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납치범 체포과정에서 경찰의 보호소홀로 시민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은 사안마다 구체적인 사정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경우 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살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 지난 95년 성균관대 불문과 3학년에 재학중이었던 A양은 서울 중구 퇴계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국민대회'시위에 참석했다. 당시 경찰청장은 시위대에 대해 강경진압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전투경찰들과 시민들의 극한 대치상황이 벌어졌다. 시위대 안에 있던 A씨는 전투경찰의 무력진압을 피하려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졌다. 딸을 시위과정에서 잃은 부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2심은 당시로서는 큰 액수인 1억4,000만원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95년11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95다23897).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투경찰들이 시위진압을 할 때는 합리적이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가능한 한 최루탄의 사용을 억제하고,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를 진압해 시위진압 과정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그러나 전투경찰들은 이를 게을리한 채 합리적이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과도한 방법으로 시위진압을 해 A양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는 소속 공무원인 전투경찰들의 직무집행상의 과실로 발생한 이 사고로 인해 A양 및 그 가족들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다만 망인의 행위도 사고발생에 있어 30%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 반면 경찰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판결도 있다. 대법원은 2007년10월 딸의 납치범 검거에 나섰다 경찰의 보호소홀로 사망한 정모씨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5다23438)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씨는 2003년 여름 딸이 납치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전화를 받는다. 납치범은 "1억원을 내놓지 않으면 딸을 죽이겠다"고 통보해왔다. 정씨는 경찰에 신고해 경찰과 합동으로 딸을 찾아 나섰다. 정씨는 현금 440만원과 가짜돈을 섞어 돈가방을 만든 뒤 납치범이 지시한 곳에 돈가방을 놔두고 납치범의 차량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이윽고 납치범의 차가 다가오자 정씨는 자신이 타고 온 승용차로 납치범의 차를 들이받고 딸을 탈출시킨 뒤 납치범과 몸싸움을 벌이다 칼에 맞아 숨졌다. 정씨 유족은 "경찰이 정씨에게 방탄복 등을 입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늑장출동으로 인해 정씨가 사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국가에게 2억8,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했다. "정씨가 위험을 자초해 범인과 싸우게된 이상 경찰에 책임을 묻기 어렵고 경찰의 추적개시 및 방법 등의 직무수행에 합리성 내지 상당성이 현저히 결여됐거나 경찰권행사가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
형사책임
민사책임
용산참사
전투경찰
최루탄
방탄복
경찰권행사
류인하 기자
200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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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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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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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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