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 돌리기'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된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다만 배임 인정 액수 등이 줄면서 벌금 액수는 대폭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승련·엄상필·심담 부장판사)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2021노1732). 앞서 1심은 징역 5년과 벌금 35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곽병학 전 감사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0억원이, 이용한 전 대표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페이퍼 컴퍼니 실사주 A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억원이 선고됐다. 신라젠 창업주이자 특허대금 관련사 대표인 황태호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구조는 자금 돌리기 구조이고,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작출된 외관은 신라젠의 성공가능성·상장가능성, 경영진의 신용 등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므로 자본시장법 제178조 1항 1호에서 규율하는 '부정한 기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BW는 그 자체로서 재산상 가치를 가지므로 발행 업무를 담당하는 자는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등에 기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이상 그 발행의 대가가 실질적으로 회사에 귀속되도록 조치할 업무상의 임무를 진다"며 "그러나 문 전 대표 등은 별도 자금 조달 없이 아무런 실질적 대가를 부담하지 않고서도 BW를 취득했다. 이는 이같은 임무를 위배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 경영자들이 그 지위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권한과 정보를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한다면 기업을 둘러싼 개별 이해관계자들에게 손해를 가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 일반의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를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문 전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로 인한 이익액에 대해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이) 취득한 부당이득은 '액수 불상'으로 봤다.
또 문 전 대표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선 "임의로 부풀려 스톡옵션을 부여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문 전 대표 등은 2014년 3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DB금융투자에서 350억원을 빌려 신라젠BW를 인수한 뒤 신라젠에 들어온 자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자금 돌리기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에 대해 심의해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