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하려는 피의자가 남의 신분증을 제시해 신원확인 작업이 필요한 경우 경찰은 신원확인을 마치고 미란다원칙을 고지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최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과 도박개장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여모(36)씨에 대한 상고심(☞2007도7961) 선고공판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의자가 본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제시한 경우 경찰관은 체포하려는 상대방이 본인이 맞는지를 먼저 확인한 후에 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하는 것이지, 상대방의 본인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로 일단 체포하면서 미란단 원칙을 고지할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만약 상대방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로 먼저 체포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다면, 때로는 실제 피의자가 아닌 사람을 체포하는 경우가 생겨 미란다 원칙의 고지가 앞당겨짐으로써 얻는 인권보호보다도 훨씬 더 큰 인권침해가 생길 수 있다"며 "따라서 경찰관들이 미란다 원칙의 고지사항을 전부 고지하지 않은 채로 신원확인절차에 나아갔다고 해서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씨는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던 작년 6월 부인과 함께 모텔에 투숙했다가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들이닥친 경찰관 3명에게 동생의 운전면허증을 보이며 신원을 속이고, 긴급체포에 강력히 저항하면서 경찰들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한 긴급체포는 적법한 공무집행 방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폭처법상 집단·흉기등상해죄로 의율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