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주인(염주)의 노동력 착취와 감금·폭행 사실로 충격을 준 신안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가해자의 형사재판이 부실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송인우 부장판사는 18일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박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7가단5192545)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송 부장판사는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해당 법관이 위법이나 부당한 목적을 갖고 재판을 했다거나 직무수행상 준수해야 할 기준을 현저히 위반했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서 법관들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염전노예 사건은 2014년 1월 전남 신안군 신의도 염전에 감금돼 노동력 착취와 감금·폭행 등으로 혹사당하던 장애인 2명이 구출되면서 알려졌다.
염주 A씨는 감금죄 등으로 구속기소됐고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2014년 10월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박씨를 위해 8000만원을 공탁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박씨도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A씨는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박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을 인정해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 기각 결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당시 A씨의 아들이 1심 선고 직전 피해자를 찾아가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에 지장을 찍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2심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A씨가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A씨의 형량은 1심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박씨는 "내 의사가 왜곡돼 반영된 처벌불원서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