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방법으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등을 채용하라고 지시·승인한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2019고합169).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모 전 홈고객부문 사장과 김모 전 인재경영실장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김모 전 인사담당 상무에게는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상·하반기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김 의원의 딸 등 유력인사의 친인척이나 지인 등 총 12명을 부정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회장 측은 "일부 지원자 명단을 직원들에게 전달했을 뿐이고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의 직원 채용은 전적으로 해당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며 "직원 채용에 관한 최종적이고 포괄적인 권한을 갖는 지위에서 KT의 이익을 위해 그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이것이 KT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한 업무방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면 족하다"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회장이 직원 채용 전반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채용절차의 면접전형에 관한 업무가 면접위원들에게 위임됐다면 이는 타인의 방해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가치 있는 업무이며 대표이사라고 해서 아무런 제한 없이 간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전 회장 등의 행위로 인해 면접위원이 응시자격 없는 지원자의 면접을 본 것만으로도 면접업무의 적정성 또는 공정성이 저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정채용 지시가 있었음을 시인한 서 전 사장의 법정진술은 진술내용 자체로 합리성·논리성이 있고, 모순되거나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없다"면서 "이 전 회장의 지위나 지시 및 보고 체계 등을 종합하면 이 전 회장이 각 채용 전형별 결과를 보고받은 다음 불합격한 경우 일부 지원자를 합격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2012년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의 부정채용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