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번호판'을 달고 운전한 5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딱한 사연때문이다.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유복했던 정모(53·여)씨는 최근 남편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차량에 부과된 각종 과태료도 내지 못할 형편이 됐다. 번호판은 영치됐고 차량을 운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갑자기 친정어머니가 병이 나는 바람에 병원에 오가려면 승용차가 꼭 필요한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과태료를 내고 번호판을 돌려받을 형편도 아니었다.
고민하던 정씨는 지난 6월 임시방편으로 문구점에서 하드보드지를 사서 그 위에 검정색 매직으로 숫자를 적어 가짜 번호판을 만든 뒤 테이프로 붙이고 다녔다. 하지만 이틀 뒤 곧바로 경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공(公)기호 위조 및 행사죄'를 적용해 정씨를 기소했다. 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 또는 부정사용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공기호 위조 및 행사죄는 법정형이 '징역 5년 이하'인 중범죄다. 벌금형이 없다. 딱한 사정을 들은 법원은 정씨를 선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최종진 판사는 정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2015고단4917). 최 판사는 "정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