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용으로 변조할 수 있도록 주거지에 중계기를 설치한 30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남신향 판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최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20고단6716). 아울러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320시간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중계기 등 여러 통신장비를 받아 설치·관리하는 대가로 2주마다 1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신의 집에 중계기를 설치해 해외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발신 전화번호를 변조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A씨는 '01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와 연결된 유심칩을 중계기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보이스피싱 일당이 국내에 있는 불특정 다수인의 국내 이동통신전화로 연락할 수 있게 매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 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보이스피싱 등 다른 범죄의 수단을 유통시킨 행위로서 그로 인한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며 "실제로 피고인이 유통한 접근매체의 일부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죄는 주로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범인의 신원을 은폐함으로써 범인을 추적할 수조차 없게 한다"며 "피해자에게 큰 재산적 손실을 안길 뿐만 아니라 사회에 불신풍조를 만연시키고 범행 방지를 위한 유무형의 비용을 발생시켜 사회 전체에 미치는 피해가 막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록 수단적 성격의 행위에 관여한 사람이라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피고인이 취득한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