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이용해 개를 도살하는 이른바 '전살법(電殺法)' 개 도축이 동물보호법 위반인지 여부가 대법원 판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앞서 1,2심은 전살법을 이용해 개를 도축한 농장주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이 이를 파기환송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같은 도축법이 '잔인한 도살방법'에 해당하는지는 개에 대한 사회통념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농장 주인 이모(66)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7도16732).
재판부는 "도살방법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도살방법으로 동물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동물에 대한 시대·사회적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은 이를 살피지 않고 섣불리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가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 데 소요되는 시간 등을 심리해 사회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잔인한 방법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자신의 농장에서 사육한 개를 잔인한 방법으로 도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 감전시켜 기절시킨 뒤 도축하는 전살법으로 연간 30마리를 도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씨의 행위가 동물보호법 제8조 1항 1호가 금지하고 있는 '동물을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씨를 기소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씨는 재판과정에서 "전살법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정한 적법한 도살방법 중 하나"라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이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동물보호법 제8조 1항 1호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대한 예시로 목을 매다는 행위를 들고 있을뿐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은데, 여기서 '잔인'의 개념은 추상적이고 가치평가가 필요한 것이어서 그 해석에 법률적용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며 "특히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어느 정도의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잔인'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할 경우 처벌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가축으로 정한 동물을 전살법 등으로 도살한 경우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지만, 이 법은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해석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그러나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가축으로 규정한 동물들과 개는 모두 동물보호법의 적용이 되는 동물이고, 현실적으로 개가 식용을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둘을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산물 위생관리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도살방법으로 개를 도축한 경우에는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심도 "동물보호법 및 관련 법규가 동물을 죽이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닌만큼, '잔인한 방법' 등으로 죽이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며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려면 동물이 일반적으로 도살되는 경우보다 더 많은 고통을 느낄 것이 명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잔인하다는 평가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이어서 형벌법규 엄격해석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동물을 죽이는 것에 기본적으로 잔인성이 내포된 만큼 처벌범위가 너무 넓어지면 위헌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동물보호법이 정한 '잔인한 방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결 후 동물자유연대 등 관련 시민단체는 "이번 판결은 동물권의 승리와도 같으며 개식용 산업의 맥을 끊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