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구금일수를 본형에 일부만 산입할 수 있도록 한 형법조항에 대한 위헌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미결구금일수의 일부 산입을 두고 본안판단으로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9일 형법 제57조1항에 대한 헌법소원사건(2007헌바25)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청구인측 김정진 변호사는 “미결구금일수 산입제한으로 얻는 남상소 방지는 1·2심을 충실하게 진행함으로써 얻는 것이고, 한쪽은 기본권의 문제인데 반해 한쪽은 사법행정상 이익의 문제이므로 법익의 균형성 또한 현저히 불균형하다”고 밝혔다.
심희기 연세대 교수도 “법원이 겉으로는 무죄추정원칙과 3심제를 내세우면서 이면으로는 미결구금일수 불산입이라는 수단으로 남상소를 억제하는 것은 궁색한 정책”이라며 “일부만 산입하도록 할 경우 본질적으로 동일한 사안에서 재판부마다 다른 판단이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측 구자현 검사는 “미결구금일수의 형기산입여부와 얼마를 산입할지 문제는 입법형성의 영역이고, 미결구금과 형벌은 본질적으로 그 성격이 달라 반드시 본형에 산입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성돈 성균관대 교수는 “미결구금일수를 조건없이 무조건 산입해준다고 하면 미결구금에 따른 구속을 처벌로 보는 구속관이 관행적으로 귀착될 위험성이 있다”며 “본질 자체에 위헌소지는 없고, 다만 일부산입의 기준을 법적으로 마련하는 안이 뒷받침된다면 논란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운영의 문제가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재판관들은 사건조항의 입법목적이 남상소를 제한하는 데 있는 것인지, 실무적으로 미결수와 기결수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에 대해 질문했다. 또 서울고법에서 현재 10일씩 동일하게 미결구금일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입법취지에 맞는 실무례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구 검사는 “실무적으로 미결수와 기결수는 접견횟수문제나 노역의 문제 등에서 차이가 있고, 미결수로 머무르려고 소환이 어려운 증인을 신청하는 등 재판을 끄는 사례도 있다”며 “10일씩 제한산입하고 있는 것은 법원이 미결구금일수 산입여부의 재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준칙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입법목적에 대해 김 변호사는 “1심에서는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산입해주는 실무운영례 등을 볼 때 남상소 제한에 입법목적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에 대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운전자를 기소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1항에 대한 헌법소원사건(2008헌마118 등)의 공개변론도 함께 열었다.
청구인측 대리인들은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중대한 사고가 일어나도 보험처리하면 된다는 인식으로 인명경시 등 도덕적 해이 등을 만연시키고 있다”며 “생명·신체보호의무에 대해서 정부가 마련한 것은 손해배상 보험금 뿐으로 보험금도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려워 국가보호의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법무공단의 서규영 변호사는 “법의 목적이 사적보복이 될 수는 없다”며 “일정 과실범에 대하여 형벌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곧 국가보호의무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