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녹음한 전화대화내용은 대화 상대방의 동의없이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지만, 단지 녹취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제출된 검증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1와 312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1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이미 매수한 부동산 가격을 부풀려 차익을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부동산 중개보조원 양모(48)씨 등 2명에 대한 상고심(☞2007도10755)에서 유죄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이 피고인 외 사람과의 전화대화를 녹음한 테이프에 대해 법원이 실시한 검증내용이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전화대화 내용이 검증조서에 첨부된 녹취서에 기재된 것과 같다'는 것에 불과한 경우, 증거자료가 되는 것은 여전히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대화내용'"이라며 "피고인 아닌 자와의 대화내용은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11조 및 312조 규정 외의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녹음테이프 검증조서의 기재 중 피고인 아닌 사람의 진술내용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1항에 따라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그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녹음테이프에 대한 검증내용이 진술 당시 진술자의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검증조서는 법원의 검증결과를 기재한 조서로서 형사소송법 제311조에 의해 당연히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개보조원인 양씨와 김씨는 지난 2002년11월께 A씨로부터 경기도안양시에 위치한 371평(약1226.4518m²)의 부동산을 1억900만원에 매수할 것을 제의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사실을 숨기고 B씨에게 "평당 80만원에 팔리는 땅을 평당 60만원에 매수해 전매차익을 남길 방법이 있다"며 공동투자를 제의해 총2억2,260만원에 땅을 매수하도록 해 1억1,360만원의 차익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와 B씨 사이의 대화내용이 유일한 증거인 상황에서 A씨가 대화내용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등의 사정으로 봐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전화통화내용의 신빙성이 높고, A씨의 발음이나 목소리 등이 비교적 뚜렷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해 양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1년, 징역8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