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형사3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25일 여자친구 집에 침입해 두 자매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홍일(25)에게 사형을 선고했다(2012고합404).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살육을 즐기는 희대의 살인마는 아니지만 냉혹하고 비정하며 잔혹한 범행으로 건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대다수의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면서 "살해 경위에 대해서도 처음엔 계획적이었다고 진술하다가 나중에는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이라고 말을 바꿨고,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점차 진술을 부풀려가며 피해자에게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인간적인 모욕을 준 것처럼 꾸며냈을 뿐 아니라 범행 이후에도 자신이 죄책감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을 시도했던 것처럼 가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진심 어린 반성이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외면한 채 조금이라도 낮은 형을 받아보고자 사건을 축소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범행 경위를 왜곡하는 등 용서받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며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극악한 범죄에 대한 일반예방을 위해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사형의 선택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홍일에게 심신장애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어릴 적 친척 집에서 눈치를 보며 살던 설움 등을 간직하고 있어 가까운 사람에 대한 원망과 적개심이 크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충동적으로 분노를 폭발시켜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등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망상과 같은 비현실적 사고 또는 환각이나 착각 같은 지각장애가 발견되지 않고 의식도 명료해 범행 당시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정상범위 내에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 내용과 별도로 사건을 심리하며 느낀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재판장인 성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단 3분 20초 만에 2명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도주해 50여일간 도피했다"며 "사전 치밀한 범행 계획과 준비, 결연한 범죄 실행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는 동생의 목을 2번 찔러 살해한데다 비명을 듣고 119에 구조신고를 하고 있는 언니를 12회나 난자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인간으로서 과연 할 수 있는 짓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성 부장판사는 또 "피고인에 대한 가족들의 면회기록을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피고인의 잔혹한 범행을 꾸짖거나 진심으로 참회하자는 취지의 대화 내용은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들만의 살 길을 추구하는 가족이기주의의 모습만이 보여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피고인이 재판부에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자신의 생명을 사형 선고로부터 지키고자 애쓸 뿐 반성과 참회의 진실성이 의심스러웠다"고 꾸짖었다.
그는 "이번 사건과 재판을 통해 사형 제도가 잔인한 범행을 억제·예방할 수 있는 위하력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홍일은 지난해 7월 20일 헤어지자고 한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자신과의 교제를 반대했던 여자친구의 여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1분 뒤 곧바로 다시 돌아와 여자친구마저 흉기로 여러 번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자매의 부모와 친구들은 김홍일이 붙잡힌 지난해 9월부터 울산과 부산, 서울 등 각지를 다니며 '김홍일 사형촉구 서명운동'을 벌여 2만 5000여명의 서명과 30명의 탄원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