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고(故) 천경자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8도11988).
정씨는 2015년 10월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취지의 기고문을 언론사에 보냈다. 정씨는 기고문에 '미인도는 천 화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한국근대회화선집에 수록했을 터'라고 쓰는 등 미인도가 진품으로 보이는 여러 이유를 제시했다. 이에 천 화백의 유족은 "미인도는 가짜인데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전·현직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2016년 "미인도는 진품"이라고 결론 내리며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5명은 무혐의 처분을 했다. 다만 정씨는 언론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말했다는 이유로 사자명예훼손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 2심은 "정 전 실장의 의견은 위작 논란 당시 진위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라며 "해당 표현은 미인도를 둘러싼 논란에서 위작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힌 글로 봐야하기에 망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고문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더라도 미인도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있을 뿐이고 천 화백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평가에 어떠한 변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미술품은 완성된 이후에는 작가와는 별개의 작품으로 존재하므로 작가의 인격체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술품의 진위 논란이 곧바로 작가의 사회적 평가를 해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