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에게 조언을 할 목적으로 직전년도 입후보자의 문제점을 실명 등과 함께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면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방할 목적이 없었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돌려보냈다(2018도15868).
B대학 법학과에 다니던 C씨는 법학과 학생들만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 '총학생회장 출마의사를 밝히니 쓴소리가 들린다'며 조언을 구하는 글을 게시했다. A씨는 여기에 댓글로 'D씨가 학생회비도 내지 않고 선거에 출마하려다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고 이래저래 학과를 분열시키고 개인적인 감정을 표한 사례가 있다'고 언급한 뒤 '그러한 부분은 지양했으면 한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D씨는 직전년도 B대학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했다가 중도 사퇴한 인물이다. 검찰은 A씨가 D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구체적인 사례를 든 것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무죄취지 원심파기
재판부는 "댓글은 A씨가 C씨에게 조언하려는 취지에서 작성된 일련의 댓글 중 일부이고, A씨가 쓴 댓글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총학생회장 입후보자는 입후보 당시 뿐만 아니라 이후라도 후보 사퇴나 당락을 떠나 후보자로서 한 행동에 대해 다른 학생들의 언급이나 의사표명을 어느 정도 수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D씨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는 정도가 총학생회장의 출마자격에 관한 법학과 학생들의 관심 증진과 올바른 여론 형성에 따른 이익에 비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D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1,2심을 담당한 군사법원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