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재심사건의 공판을 맡았다가 공판검사가 재배정되자 법정문을 잠궈 들어오지 못하게 한 뒤 무죄를 구형해 4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은 임은정(39·사법연수원 30기) 창원지검 검사가 "무죄 구형은 검사로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징계처분 취소소송 변론기일에서 "무죄 구형은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일에 대해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인간의 도리"라고 말했다(2013구합12454).
임 검사는 "당시 수사검사 역시 유죄구형을 할 사건은 아니라고 봤지만, 무죄 구형이 아닌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는 '백지 구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무죄가 선고될 것을 다 알고 있는 사건이라면 무죄를 구형하는 것이 검사의 의무"고 주장했다.
또 "백지 구형은 전국 검찰이 현재 겪고 있는 그리고 내일의 문제이고 앞으로 불행한 구형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백지 구형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보고 싶어 무죄 구형 당시 검찰 내부게시판에 징계청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임 검사의 이의제기 후 다른 공판 검사에게 사건이 재배당됐고, 임 검사가 상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면 그 지시에 따랐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또 "해당 법조항에 대한 위헌 선언이 있거나 무죄로 판단할 새로운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무죄 구형을 할 수 있다는 공안부 지침이 있는데도 무시하고 무죄를 구형했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절차 규정이 없는 검사의 이의제기권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찰청법 제7조2항은 검사가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이견이 있을 때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 검사는 "상부에 무죄 구형의 법리적 근거와 이익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의제기권을 행사했다"며 "이의제기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답도 없이 공판검사를 교체한 것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또 "2004년 이의제기권이 도입됐는데 정작 검사들도 잘 모르고 있고, 이의제기에 대한 절차 규정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임 검사가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 선고공판은 내년 2월 7일 열린다.
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12월 28일 반공임시특별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윤모씨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검찰 내부의 백지 구형 방침을 무시하고 무죄를 구형했다. 임 검사는 재판 당일 사건을 재배당받은 다른 공판검사가 법정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검사 출입문을 잠근 채 법정에 나가 무죄를 구형해 논란을 빚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지난 1월 검사의 품위손상 등을 이유로 임 검사에 대해 정직을 청구했고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지난 2월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임 검사는 지난 5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