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폭로했던 박경식씨는 민주화운동관련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박씨가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를 상대로 낸 명예회복 및 보상불승인결정처분 취소소송(2008구합20864)에서 "김씨의 권력비리 폭로는 민주헌정질서 확립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게 된 것은 메디슨과 초음파기 등으로 분쟁이 발생하자 메디슨의 비리 의혹 등을 합리적 증거 없이 정치인, 언론기관에 무차별적으로 제보해 명예를 훼손한 것 때문이지 국가권력의 권위적인 통치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권력비리 의혹 폭로나 제보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가 유선방송사업자 선정 문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촬영된 비디오테이프는 김씨의 국정 개입이나 권력 비리를 폭로할 목적으로 촬영하거나 유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박씨가 메디슨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단초가 돼 김씨의 국정 개입 비리가 밝혀지고 결국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해도 박씨가 민주화운동에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1987년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의 주치의였던 박씨는 초음파 진단기와 관련해 메디슨과의 분쟁이 생겨 형사고소를 했다. 하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김씨 등의 압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언론기관 등에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한보그룹 정치인 로비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던 1997년3월 김씨의 전화 통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유출돼 언론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김씨는 구속돼 형사처벌을 받았고 박씨도 메디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징역8월에 집행유예1년의 판결을 선고받아 2004년 확정됐다.
박씨는 2004년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신청을 했으나 기각당한데 이어 지난해 3월 재심의신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자 5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