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해주지 않으면 해를 끼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냈다면, 피해자가 이를 '수신거부'로 설정해놓고 읽지 않았더라도 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32)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8도14610).
이씨는 2017년 8월 2~5일 초등학교 동창 A씨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총 236회에 걸쳐 '교제하고 싶다'거나 '교제를 허락하지 않으면 주변에 해를 끼치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정보통신망법 제74조 1항 3호는 정보통신수단 등을 통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이씨의 문자 메시지를 모두 스팸 처리해 문자 메시지 내용을 보지 못했는데도 이씨를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피고인이 상대방에게 보낸 문언의 내용, 표현방법과 그 의미, 피고인과 상대방의 관계, 문언을 보낸 경위와 횟수, 그 전후의 사정, 상대방이 처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또 (이와같은 문언이) '도달하게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직접 접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상대방의 휴대전화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문자메시지를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러한 행위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아야 하고, 상대방이 실제로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도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이 전자적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전송된 경우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그 내용을 모두 읽어야 범죄가 성립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보통신망을 건전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법률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씨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