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말한 것을 이유로 해임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행정2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3일 부산 모 경찰서에 근무하는 S씨가 "자신이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장인 R씨에게 발령인사를 하던 중 '도와달라'라는 말을 한 것을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해임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며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소송(☞2010구합3498)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R씨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되풀이하기는 했으나, 그 표현은 다의적이어서 발언장소, 발언 전후의 태도, 당사자들의 지위 및 관계, 상대방 및 제3자의 인식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경험칙상 금품을 요구하는 취지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만 금품요구행위가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경장에 불과한 원고가 경찰간부와 교류가 있는 R씨에게 금품을 요구했을 개연성보다 승진이나 업무에 조력을 요구했을 개연성이 더 높은 점, 발언이 있었던 R씨의 이사장실은 출입문이 열려있었고 부속실에 직원이 상시 근무하고 있어 금품요구와 같은 은밀한 대화를 나눌 만한 장소라고 보이지 않는 점, R씨가 원고의 상사인 경찰서장에게 금품요구 사실을 보고하는 경우 원고의 처지가 곤란해지는데도 R씨가 전화하는 것을 보면서도 당황하는 기색없이 앉아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원고의 '도와달라'는 발언을 금품을 요구하는 취지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다만 원고 역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발언을 되풀이해 청렴성을 의심하게 만들어 경찰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한 점이 인정되지만 원고의 발언을 금품요구로 단정짓고 징계감경이 불가능한 경우로 보아 원고에 대해 공무원직을 박탈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S씨는 지난 2월 모 병원 이사장실에서 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병원이사장 R씨에게 발령인사를 하던 중, 22년 전부터 알고지내던 모 일보 기자의 도움으로 이번 정보관 발령과 승진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4회에 걸쳐 "도와달라"는 발언을 했다. R씨는 S씨가 '도와달라'고 반복해 말한 것을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생각해 경찰서장에게 알렸고, 경찰서 징계위원회는 S씨가 경찰관의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원고를 해임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