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여성의 교육 기회 확대를 목표로 설립된 동덕여대의 설립자가 누구냐를 놓고 벌어진 6년간의 소송이 결론을 맺었다. 대법원은 학교 설립을 위해 거액의 사재를 내놓은 고(故) 이석구 전 동덕여학단 종신이사와 교육이념 등 교풍을 확립한 고(故) 조동식 전 이사장을 모두 설립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조 전 이사장만 설립자로 밝힌 학교 홈페이지 등은 반드시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조 전 이사장은 비리 의혹으로 물러났다가 지난해 복귀한 조원영 이사장의 조부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는 이 전 종신이사의 손자인 이원(58)씨가 "동덕여대 홈페이지 등에 설립자로 기재된 조 전 이사장의 이름을 빼고 이 전 종신이사의 이름을 기재하라"며 학교법인 동덕여학단을 상대로 낸 설립자 기재 정정소송(2013다27725)에서 24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1920년 동덕여학단 설립 당시 조 전 이사장은 교육이념과 교육방침, 교풍을 확립하고 독지가들의 도움을 널리 구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노력했다"며 "당시 거액의 재산을 내놓은 이 전 종신이사와 함께 재단법인의 기초를 갖추면서 학교를 설립했으므로 두 사람 모두가 동덕여학단의 설립자"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동덕여대 홈페이지 등에 조 전 이사장만 설립자로 적혀있더라도 이 전 종신이사 후손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동덕여자의숙 교장으로 근무하던 조 전 이사장은 1926년 이 전 종신이사의 재산 출연을 계기로 재단법인 설립인가를 받았다. 당시 학교 설립자에는 '이석구 외 1인'으로 적혀있었지만 1959년 정관을 변경하면서 설립자에 조 전 이사장 이름을 함께 표기했고, 그로부터 3년 뒤에는 아예 조 전 이사장만을 설립자로 표기했다. 이후 동덕여학단이 운영하는 동덕여대와 동덕여중·고는 조 전 이사장을 설립자로 교육부에 등록하고 홈페이지에도 표기했다. 이씨는 "조부가 사재를 출연해 학교를 설립했는데 설립자에 조 전 이사장의 이름을 적은 것은 조부와 유족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전 종신이사가 대부분의 재산을 출연하고 종신이사로서 운영에 관여하는 등 법인 설립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며 "설립자 기재를 정정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조 전 이사장이 재단법인 설립에 있어 대내적으로 노력하고 이 전 종신이사는 재정적 기초 설립에 이바지해 두 사람 모두 설립자 지위에 있다"며 "상대를 빛나게 하고 자신은 물러서는 미덕을 발휘한 공동설립자 가운데 누구를 설립자로 지칭한다고 해서 다른 한 사람의 명예가 훼손될 리가 없다면서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