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범 관계에 있는 공소사실 중 일부에 대해서는 무죄가, 나머지 일부에 대해서는 유죄가 각각 선고된 이후 피고인과 검사가 상고했다가 모두 기각된 경우 상고제기 후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해야 한다는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전원합의체(주심 변재승·邊在承 대법관)는 20일 의사자격증 없이 디스크나 신경통 환자 등을 상대로 氣치료 영업을 해오다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오모씨(37)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2년과 벌금 3백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경우 상고 제기 후의 미결구금일수는 법정통산될 것이므로 따로 그 산입을 정하지 않는다”며 주문에다 본형에 산입할 미결구금일수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그 이유에 대해 “이 사건과 같은 경우 원심판결 전부의 확정이 차단돼 상고심에 이심되는 것이고 유죄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가 이유없더라도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가 이유있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하는 관계로 무죄부분뿐만 아니라 유죄부분도 함께 파기돼야 하는 것이므로 쌍방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검사의 상고로 인해 유죄부분과 무죄부분이 모두 파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두 부분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따라서 검사의 상고가 이유있는지 여부를 가리기 전에는 유죄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만을 분리해 기각할 수 없는 만큼 상고심의 미결구금이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 법문의 문언대로 당연히 형사소송법 제482조1항 1호의 ‘검사가 상소를 제기한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상고제기 후의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가 본형에 산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와는 달리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일부를 무죄로 각 판결하고 그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무죄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각 상고를 제기한 경우에 상고심에서 쌍방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때에는 원심의 유죄부분과 무죄부분은 가분적이어서 쌍방의 상고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상고후의 구금일수를 형법 제57조에 의해 재정산입해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6311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 내에서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趙武濟(조무제)·李勇雨(이용우)·裵淇源(배기원) 대법관은 “이 경우 미결구금일수를 법정통산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통산해주기 위해 예외적으로 법정통산규정을 둔 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오씨는 94년 5월부터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활법연구원을 차려놓고 디스크나 신경통 환자들을 상대로 기치료를 해오다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장애인에대한준강간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인정돼 징역 2년에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