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적용법조가 명백한 오기(誤記)이거나 법률적용의 착오에 해당한다면 법원이 직권으로 적용법조를 바로 잡아 판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모 제약회사 대표이사 장모(65)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 11일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3도7896).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입법취지 등에 비춰보면,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이 매월 일정한 날짜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제43조 2항이 곧바로 적용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그 전액을 지급기일에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로써 근로기준법 제109조 1항, 제43조 1항 위반죄는 성립한다"면서 "그런데 검사가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해 공소장에 기재한 적용법조는 '근로기준법 제109조 1항, 제43조 2항'으로 되어 있는데, 공소사실 내용을 보면 '피고인이 2006년 발생분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정기지급일인 2008년 2월 7일경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임이 명백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는 '피고인이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전액을 지급기일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근로기준법 제43조 1항이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공소장에 기재된 적용법조 중 근로기준법 제43조 2항은 근로기준법 제43조 1항의 오기이거나 법률적용의 착오라고 할 것이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근로기준법 제43조 1항을 적용하는 것으로 적용법조를 바로잡는다고 해서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공소사실에 근로기준법 제43조 1항에 해당되는 임금전액 미지급 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먼저 심리·판단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했어야 하는데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장씨는 2007~2009년 직원들에게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정해진 때에 지급하지 않고, 노조의 쟁의행위에 맞서 공격적으로 직장폐쇄를 하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 2심에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1,2심은 장씨의 직장폐쇄 등은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해 유죄 판결했으나,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지급기일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에 적힌 근로기준법 제43조 2항 위반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