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성검사에서 '부적응, 관심, 자살예측' 등의 결과가 나왔는데도 직속 상관 등 책임자들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국가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7다211559)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2년 7월 해군에 입대해 그 해 9월 하사로 임관했다. 그는 2013년 함정에 배치돼 근무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앞서 교육기간 중인 2012년 9월 인성검사를 받았는데, '부적응, 관심, 자살예측'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 '임무수행에 곤란을 겪거나 상관, 동기로부터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인관계 문제가 있어 구체적인 면담이 필요하다'는 판정도 받았다.
“부대 지휘관의 후속조치 소홀
직무상 의무 위반”
그런데 A씨 소속 소대장은 검사 결과와 달리 그에게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누구에게도 검사결과를 통보하지 않았고, 담임교관 역시 A씨의 인성검사 결과를 알지 못한 채 그에게 특이사항이나 문제가 없다고 기록했다. A씨는 함정에 전입한 후에도 인성검사를 받았지만, 특이사항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A씨 유족들은 "A씨가 자살징후를 보였음에도 보호 및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부모에게는 각 1억1400여만원을, 누나와 형에게는 각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각급 부대의 지휘관 등은 장병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준수해 자살이 우려되는 장병을 식별하고 그의 신상을 파악하려 노력하며 자살의 가능성이 확인된 장병에 대해서는 정신과 군의관의 진단 등을 거쳐 적절하게 관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사고를 미리 방지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국가상대 손배 소송 유족
패소 원심 파기
이어 "각급 부대 관계자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병의 자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러한 조치를 취했을 경우 자살 사고의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다면, 관계자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이에 대한 과실이 인정되고,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배상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부대 인성검사에서 부적응, 자살예측 결과가 나왔다는 사정은 해당 장병이 군부대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며 "인성검사 결과 A씨에게 자살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는데도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은 책임있는 관계자가 후속조치를 할 직무상 의무를 과실로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A씨에게 세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속 부대 관계자들에게 직무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