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살인죄를 인정할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동거생활을 반대하던 동거녀의 언니를 감금하고 살해한 혐의(중감금과 살인 등)로 기소된 한모(54)씨에 대한 상고심(☞2007도10754) 선고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해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사실이 추가적·선결적으로 증명돼야 하고,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며 "행적에 비춰 피해자가 사망한 상태라고 인정되지만 피고인 또는 공범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인정할 정도의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공범에게 단순히 피해자를 혼내달라고 했는데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피고인의 의사결정이 완전히 배제된 상황에서 공범이나 그 밖의 제3자가 개입한 독자적 범행에 의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2005년 12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동거녀의 언니를 승용차로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살인 혐의를 제외한 중감금, 폭행 등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9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직·간접 증거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