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격 없이 기업회생절차에 필요한 자료 검토 및 서류작성 등 자문을 제공한 컨설팅 업체 대표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 같은 업무는 변호사만 할 수 있는 법률사무라고 대법원은 판시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9도2167).
컨설팅 업체 대표인 A씨는 변호사 자격 없이 기업회생절차에 필요한 자료 검토 및 서류작성, 자문 업무 등을 수행해왔다. A씨의 영업방식은 이랬다. 대법원 홈페이지 공고란을 통해 회생계획안 제출 명령을 받은 회사를 파악한 다음, 무작위 접촉하는 방식으로 의뢰인을 모집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 30회에 걸쳐 용역비 3억8000여만원을 받고 기업회생 관련 사건을 처리했다.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하고 △소송·비송사건은 물론 가사 조정·심판 사건 △행정심판 또는 심사의 청구나 이의신청, 그 밖에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수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수사 사건 △법령에 따라 설치된 조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조사 사건 △그 밖에 일반의 법률사건 등에 관해 감정·대리·중재·화해·청탁·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홈페이지 공고란 통해
회생 대상기업 파악
A씨는 재판과정에서 "기업회생절차 전부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회생절차 준비업무,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 지원업무, 회생계획안 작성업무만 위임 받아 수행했으므로 변호사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률사무'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A씨의 행위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1,2심 재판부는 "변호사법 제109조 1호에 따라 금지되는 법률사무의 유형으로 '그 밖의 법률사무'라는 포괄적인 문구를 두고 있는데, 이는 법률상의 효과를 발생·변경·소멸시키는 사항의 처리와 법률상의 효과를 보전하거나 명확하게 하는 사항의 처리를 의미하고, 이 같은 행위와 관련된 행위도 '그 밖의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자료검토·서류작성 등
업무 수행은 법률사무 해당
이어 "A씨가 각 기업들과 체결한 계약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함에 있어 회생절차개시신청 준비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까지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자문하는 것을 목적으로 규정해 기업회생절차 전반에 관해 상담, 자료조사, 서류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며 "설령 A씨의 업무가 그 자체만으로는 법률상의 효과 발생과 무관한 것과 같은 외양을 지니고 있더라도 이는 기업회생사건에 관해 법률상 효과의 발생 등을 위한 일련의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서 모두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다수 회생기업에서 관리인이나 감사 등으로 활동하며 얻은 전문성을 활용하고자 하는 생각에 범법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했고, 회생법원 등으로부터 별다른 지적도 받지 않았으며, 실제 상당수 회사가 A씨의 도움을 받아 회생한 점, 70세가 넘는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지지해 A씨에 대한 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