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1심에서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규진 부장판사)는 25일 "여러 증거를 고려할 때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정씨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16억4,400만원을 선고했다(2009고합526).
재판부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에 대해 "정씨가 권양숙으로부터 돈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권양숙에게 전달했다해도 이는 수수한 뇌물의 소비방법에 지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행위가 권양숙의 행위에 대한 협조·가공행위에 불과하다는 정씨의 변명은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한 점에 비춰 믿기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특가법상 국고 등 손실)에 대해서도 "정씨는 특수활동비의 특성상 대통령이 이를 재량으로 사용하므로 대통령에게 지급함으로써 국고로서의 성질이 상실된다고 주장하나, 국가예산은 사용목적에 따라 구체적인 사용처에 집행되는 경우 국가관리가 종료되는 것"이라며 역시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횡령금 15억5,000만원을 은닉한 혐의(범죄수익은닉처벌법)도 유죄를 인정하는 등 검찰 기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정씨가 오랜기간 공직생활을 해왔고 특히 이 사건 당시에는 누구보다도 더 청렴해야 하고 처신에 주의를 했어야 한다"며 "뇌물의 가액이 3억9,400만원에 이르고 횡령한 국고가 12억5,000만원에 이르는 등 범행이 결코 가볍지 않고 국민들에게 큰 허탈감을 줬던 점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5년1월과 2006년8월 박 전 회장에게서 백화점 상품권 9,400만원 상당과 현금 3억원을 받고 2004년11월∼2007년7월 12억5,000만원의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