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이 사건 계약체결의 대리권 수여 주장
앞서 본 사실관계나 인용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D에게 명의를 대여하고 인감도장이나 인감증명서를 교부함으로써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이나 매도 등 처분권한을 수여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과 인용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D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수여한 것 외에 ‘피고를 대리하여, 피고가 건축허가를 받아주고 토목공사(진입로 개설 및 석축공사 포함)를 완료하기로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체결할 권한’까지 수여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계약체결의 표현대리 주장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D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하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이나 단순한 매도 등의 처분권한을 수여한 사실은 인정된다.
나아가 이 사건 계약의 체결 당시 원고가 D에게 위 수권범위를 넘어 이 사건 계약까지 체결할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인용증거들과 당심의 경주시 동천동주민센터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인정사실과 인용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대법원 2013. 4.25. 선고 2012다33525 판결 참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가 D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하면서 대리권을 수여한 범위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이나 단순한 매도에 관한 것인데, 이 사건 계약의 특약사항에는 피고의 권한이나 능력범위를 벗어난 사항, 즉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아주고 토목공사(진입로 개설 및 석축공사 포함)를 완료하여 줄 의무까지 포함되어 있다.
② 건축허가를 받아 주고 토목공사를 하는 행위는 피고와 같은 보통의 사람이 이행할 수 없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미리 피고에게 위와 같은 사항을 위임하였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③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토지는 피고, E, I, J의 4인 공동 소유로 등기되어 있었는데, 원고는 피고, E, J 등 소유 명의자의 의사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한 채 D과 사이에 피고 1인만 매도인으로 기재한 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금과 잔금 합계 4억5000만 원을 D, I 부부에게 지급하였으며, 잔금 3억9700만원의 지급에 관한 영수증도 D, I 부부 명의의 영수증만 받았다. 위와 같은 계약체결의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시 원고도 ‘D 부부가 이 사건 토지의 실제 소유자이거나, 소유명의자의 위임범위와 무관하게 이를 처분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생각하고, D 부부와 사이에 위와 같은 특약사항이 포함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