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계약이 피고 E 등의 귀책사유로 해제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E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3항에 따라 주위적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계약금 상당액인 5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 E 등은, 이 사건 계약 내용 등에 비추어 5억원은 지나치게 과도한 손해배상의 예정액에 해당하므로 적절한 범위로 감액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민법 제398조가 규정하는 손해배상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그 목적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하는 것 외에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줌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채무자가 실제로 손해발생이 없다거나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을 입증하더라도 채무자는 그 예정액의 지급을 면하거나 감액을 청구하지 못한다. 따라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의하여 법원이 예정액을 감액할 수 있는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 함은 손해가 없다든가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 및 거래관행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그와 같은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46906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과 인용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2조와 그 시행령 제50조도 계약보증금을 계약금액의 10% 이상으로 정하고 있으며, 개인 간의 부동산매매계약, 공사도급계약 등에 있어서도 계약금액의 10% 상당을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관행인 점(위 대법원 2008다46906 판결 등 참조), ②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총 매매대금은 127억원에 이르고, 계약 당일에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금액만도 17억원에 이르는 점, ③ 주위적 원고는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16억원을 현실 지급하였으나 피고 E 등은 이 사건 계약상의 의무를 거의 이행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매매대금의 4%에 이르지도 않는 금액으로 정해진 위약금을 부당하게 과다한 금액이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 E 등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