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견)
원칙적으로 채권자와 근저당권자는 동일인이 되어야 하지만, 제3자를 근저당권 명의인으로 함에 있어 채권자와 채무자 및 제3자 사이에 합의가 있고, 채권양도, 제3자를 위한 계약, 불가분적 채권관계의 형성 등 방법으로 채권이 그 제3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3자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도 유효하며, 한편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편의상 매수인 대신 매도인을 채무자로 하여 마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실제 채무자인 매수인의 근저당권자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할 것인바, 그 양자의 형태가 결합된 근저당권이라 하여도 그 자체만으로는 부종성의 관점에서 근저당권이 무효라고 보아야 할 어떤 질적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리고, 매도인에게 잔대금채무를 지고 있는 매수인이 매도인과 사이에,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목적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대출받은 돈으로 잔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한편, 그 잔대금 지급을 위하여 액면금을 잔대금 상당액으로 한 당좌수표를 발행·교부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목적부동산에 제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되,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채권자인 매도인과 채무자인 매수인 및 피고(매도인의 처)와 사이의 합의 아래 근저당권자를 피고로, 채무자를 매도인으로 하기로 한 후, 이를 위하여 매도인이 피고로부터 잔대금 상당액을 차용하는 내용의 차용금증서를 작성·교부하였다면, 잔대금채권의 이전 없이 단순히 근저당권자 명의만을 피고에게 신탁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채무자인 매수인의 승낙 아래 잔대금채권이 피고에게 이전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련의 과정에 나타난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하는 해석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사건 제1순위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채무는 매수인의 피고에 대한 잔대금 채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매수인이 피고에게 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 명의의 제1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는 그 피담보채무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어 그 원인이 없다거나 부종성에 반하는 무효의 등기라고 볼 수 없다.
(반대의견 : 대법관 조무제, 윤재식, 이용우)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떤 목적을 위하여 한 당사자의 일련의 행위가 법률적으로 다듬어지지 아니한 탓으로 그것이 가지는 법률적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것을 법률적인 관점에서 음미, 평가하여 그 법률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 역시 의사표시의 해석에 속하고, 당사자의 일련의 행위를 평가·해석함에 있어서는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여야 할 것이지만, 이 사건에 있어 잔대금 채권이 피고에게 이전되었다고 해석할 수는 없으며, 이는 당사자의 의사를 왜곡한 의제라고 할 것이다.
둘째, 이 사건과 같이 근저당권설정등기에 있어 ‘본래 채권자라고 되어야 할 소유자인 자가 채무자로 되는 것’은 부종성 이론의 근간을 허무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셋째, 채권자 또는 채무자를 제3자 명의로 하는 것은 부종성 이론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명의신탁금지에도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