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 인한 화재는 그 피해가 예상 외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고, 화재피해의 확대 여부와 규모는 실화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기의 습도와 바람의 세기 등의 여건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바, 입법자는 실화자를 지나치게 가혹한 손해배상책임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하여 실화책임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실화책임법이 채택한 방법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나 지나치게 실화자의 보호에만 치중하고 실화피해자의 보호를 외면한 것이어서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화재 피해자에 대한 보호수단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화재가 경과실로 발생한 경우에 화재와 연소의 규모와 원인, 실화자의 배상능력, 피해품에 대한 화재보험 가입 여부 등 손해의 공평한 분담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실화자의 손해배상책임과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정하는 것은, 실화자 보호의 필요성과 실화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실화책임법이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화재와 연소(延燒)의 특성상 실화자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고,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선택은 입법기관의 임무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화책임법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언하기 보다는 헌법불합치를 선고하여 개선입법을 촉구하되, 입법자가 실화책임법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개선 입법을 하기 전에도 실화책임법의 적용을 중지시킴이 상당하다.
이 결정과 달리 실화책임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헌법재판소 1995. 3. 23. 선고 92헌가4등 결정은 이 결정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한다.
재판관 이동흡의 보충의견
실화책임법과 같이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 일률적으로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완전히 부정하는 입법례는 일본 이외에는 유례가 없다. 특히 실화책임법 제정 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물이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 내화성이 강한 건축양식에 따른 대형 건축물이 들어섰으며, 화재의 조기 진압과 예방을 위한 소방관계법령들이 제정 또는 개정됨으로써 실화책임법의 필요성도 많이 약화되었다.
또한 광산사고, 독성물질로 인한 사고, 가스유출 및 폭발사고, 제방·도로 등의 파괴로 인하여 손해의 범위가 예상외로 확대된 경우에도 과실책임주의를 관철하거나 무과실책임주의 내지 위험책임주의를 도입하여 피해자에 대한 보상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현대의 입법추세에 비추어 보더라도 실화피해자의 보호를 외면하고 실화자의 구제만을 우선하고 있는 실화책임법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실화책임법의 적용을 중지하는 헌법불합치 의견에 동의하면서 그 이유에 대하여 이와 같이 보충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송두환의 단순위헌 의견
실화책임법은 실화자를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구제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는바, 이는 실화자의 보호에만 치중하고 실화피해자의 보호는 외면한 것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단의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와 같이 실화책임법이 실화피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으로 판단되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단순위헌을 선고하여 실화책임법을 법질서에서 제거함으로써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단호한 태도를 취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수의견과 달리 단순위헌 의견을 개진하는 바이다.